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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회사는 당신의 모든 것을 엿보고 있다
빅데이터, 숫자가 지배하는 사회
[69호] 2016년 01월 01일 (금) 우베 부제 economyinsight@hani.co.kr
효율성 명분으로 직원 일거수일투족 감시…
빅데이터 기계, 0.2초 만에 업무능력과 심리 해부
 
‘빅데이터’는 기업에 요술 방망이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은 마케팅의 활용 지침서다. 굳이 머리를 짜내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방향을 제시해주니 이만한 축복이 없다. 그런데 최근 기업은 빅데이터 기법을 직원 관리에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엄청난 양의 가용 정보를 끌어다 직원들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악하고 있다. 직원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의 행동까지 예측한다. 컴퓨터가 입사 지원자의 언어 습관을 분석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알고리즘에 기초한 감시와 평가 시스템이 직장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를 지휘하는 데이터 분석가들은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미묘한 감정’에는 별 흥미가 없다. 직원을 코드화해 모니터에 표시된 차갑고 딱딱한 숫자만이 관심거리다.
 
우베 부제 Uwe Buse <슈피겔> 기자
 
   
▲ 영국 런던의 한 경찰이 수십개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동시에 들여다보며 도심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제 ‘사생활’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REUTERS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셀러브레이션헬스(Celebration-Health) 병원’ 1층의 한 창문 없는 방에서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다양한 양상과 위험을 구경할 수 있다. 방문 옆 문패에 적힌 것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프로세스 최적화’라는 딱딱한 단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몸집이 작은 아시아 여성 슈신 리가 앉아 일에 열중하고 있다.

 
리는 데이터 분석가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수학과 전산정보학을 사용해 세계를 새롭게 측정하고 재해석하는 업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병원 직원과 환자들에 대해 파악 가능한 모든 정보와 병원 안팎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할 수 있는 기타 정보를 통합하는 일이다. 리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드러나는 병원 내 현상들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 절약, 수익 극대화, 결과 최적화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새로 찾아낸다.
 
이 목표에 다가서려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세분화가 필요하다. 리는 이와 관련해 “이미 몇가지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흑인 환자가 백인 환자에 비해 병원 직원의 관심을 덜 받아도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성은 여성보다 돌봄을 덜 필요로 하는데, 간호사들이 짧게 자주 찾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과 달리 한번 와서 오래 머무는 것을 선호한다. 가장 까다로운 그룹은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35∼45살 여성이다. 이들은 좀더 자주, 그리고 오래 간호해야 퇴원 뒤 병원에 좋은 점수를 매긴다.
 
리는 분석 결과를 자랑스럽게 상부에 보고했다. 마치 최근에 발견된 ‘빅데이터’라는 이름의 신대륙을 탐험하는 사람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 이 분야의 개척자들은 자신이 수집한 엄청난 정보량을 최첨단 컴퓨터 연산 능력과 결합하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인간과 행동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게끔 하려고 ‘신대륙의 정글’을 탐사 중이다.
 
빅데이터의 좋은 예는 빅데이터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다. 호텔 체인인 ‘레드루프인’(Red Roof Inn)은 지역 날씨 정보와 운항이 취소된 항공기, 취소 시점 정보를 한데 모아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악천후로 인한 결항 때문에 심야에 공항에서 머물게 된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광고를 전송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매출액이 10% 이상 증가했다. 컴퓨터 분석을 통해 기업의 매출 증가를 돕는 업체인 ‘인사이드세일즈닷컴’(InsideSales.com)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엘킹턴도 있다. 엘킹턴은 달의 움직임과 인간의 구매 행동에 연관성이 있는지 계산해봤다. 내과의사인 장인이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항상 병원 응급실이 바빠진다’고 한 얘기에서 착안했다. 엘킹턴은 달의 궤도에 대한 대량의 정보를 그가 보유하고 있던 거대한 판매량 데이터와 결합시켰다. 그를 통해 초승달이 뜨는 날 소매업체 매출이 보름달이 뜨는 날보다 평균 43% 높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온라인 신용대출 업체인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도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이 신용대출 신청서를 쓰는 방식을 분석해 신청서를 쓸 때 대문자만 사용하는 사람이 소문자만 사용하는 사람에 비해 파산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각종 기업과 연구소, 영리 및 비영리 조직들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인간의 수수께끼를 파헤쳐보겠다는 희망 아래 여러 상관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말하는 속도와 우울증 위험도는 연관성이 있는가? 보폭과 파킨슨병의 관계는? 키와 성공의 상관관계는? 어휘력과 호기심의 관련성은? 어떤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거나 최소한 타당하다고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이런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일은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이제 새로운 ‘화폐’와 같다. 상관관계를 캐내려는 ‘골드러시’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높은 효율성과 더 많은 이익을 달성하려는 기업의 선두 대열에 쉽게 합류할 수 있다.
 
   
▲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의 행동을 정밀 분석하고 예측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의 자국민 사찰을 내부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든(위)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역에 설치된 보안카메라. REUTERS
 
현재진행형인 ‘디지털화 역사’에 최근 새로운 장이 쓰이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가 소비자로서 인터넷에 남기는 모든 흔적이 이용된다. 이는 개인정보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가 디지털화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직원 정보 수집, 빅데이터? 빅브러더?
 
요즘은 인간의 행동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행동도 연구되고 있다. 한 인간이 언제, 왜, 어떻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 감정들이 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쇼핑할 때, 보름달이 뜰 때, 비가 올 때, 범죄를 저지를 때 인간은 어떤 심리 상태를 갖는가? 인간은 압력에, 스트레스에, 행복감에, 햇볕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것은 오직 데이터뿐이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측정되고 있다. 빅데이터 중심의 디지털화를 옹호하는 이들은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더 잘 알 수 있고, 인간을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한 인간의 완전한 심리적 프로필이 결과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물음을 던진다. 직업 세계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어떤 비밀도 가질 수 없는 실존이 개인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셀러브레이션헬스의 사례는 옹호론자와 회의론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곳에 이미 구현된 훨씬 더 공정하고 새로운 직업 세계로의 인도자는 이 병원의 효율성 개선 담당자인 애슐리 시몬스다.
 
시몬스가 컴퓨터에 몇가지 명령어를 입력하자 모니터에 숫자와 함께 위치 정보가 나타났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의 하루 일과를 암호화한 것이다. 이 간호사는 정확하게 4시간을 병실에서 보냈다. 2시간31분은 2호실에서, 1시간30분은 1호실에 머물렀다. 일과 중 1.5%는 세탁실에서, 0.88%는 장비실에서, 7%는 취사실에서 있었다. “환자 곁에 있는 시간이 많다. 아주 좋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시몬스는 키보드에 다른 명령어를 입력하며 말했다.
 
“이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시몬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른 간호사의 일과를 나타내는 숫자를 들여다봤다. 이 간호사는 일과의 절반 이상을 간호사실에서 보냈다. “병원은 간호사들이 간호사실에 머무는 근무 태도를 원치 않는다. 이 간호사는 신입이다. 그녀가 일을 더 잘하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시몬스는 명령어를 계속 입력했다. 그녀는 간병인과 간호사들이 손을 자주 소독하는지, 얼마나 철저하게 소독하는지 볼 수 있다. 언제 누가 세탁실이나 재료실에 있었는지도 볼 수 있다. 간병인이나 간호사가 복도에서 갑자기 감시 구역 밖으로 사라지면 화장실에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몬스는 누가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였는지, 누가 가장 바쁘게 달렸는지, 누가 다른 사람을 가장 많이 도왔는지, 누가 동료들의 도움을 가장 많이 피했는지 순위를 매긴 목록을 금방 만들 수 있다. 큰 키에 금발인 병원 매니저 애슐리 시몬스는 매우 목표지향적으로 새로운 권력의 건반(키보드를 빗댄 표현 -편집자)을 능숙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셀러브레이션헬스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병원 전체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었던 분쟁에서 비롯됐다. 병원 내 두 부서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 모두 힘겨워하며 한계에 다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쪽 진영은 수술 뒤 마취가 깰 때까지 환자가 대기하는 회복실 직원들이었고, 반대 진영은 마취에서 깬 환자를 돌보는 병실의 간병인과 간호사들이었다. 이들 사이의 근본 문제는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있었다. 매뉴얼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탓에 계속 서로 전화해야만 했다.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직접 대화하다보니 서로 다투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았다. “신경줄이 끊어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교대근무 감독자인 빅토리아 피스터는 회상했다.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병원의 현대화를 원하던 시몬스에게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완전 감시’를 제시할 좋은 기회였다. 상호 네트워크를 구축해 업무가 진행되면 전화 통화 수가 크게 줄어들고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하락할 것이다. 분쟁 당사자들 간 긴장된 분위기도 완화될 것이다. 병원이 다시 정상화되고 일상이 원활해진다는 것이 시몬스의 약속이었다. 물론 그녀는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잘 알고 있었다.
 
   
▲ 한 간호사의 상의에 시계와 청진기 등 여러 장비가 달려 있다. ‘셀러브레이션헬스 병원’의 간호사들은 자신의 위치와 업무 상황을 실시간 보고하는 송신기를 착용하고 있다. 공정한 업무 평가는 가능하지만 노사 간 신뢰관계는 사라졌다. REUTERS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완전 감시라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많은 직원들이 말했다. 하지만 시몬스는 이런 반대를 진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녀는 병원 경영진의 이름을 걸고 직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알아낸 정보는 절대 직원들의 처벌·징계·해고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해나갔다. 이 시스템은 ‘빅브러더’가 아니며 오로지 직원들을 돕고 장려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울러 감시는 분석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라고 달랬다.
 
전체 데이터 접근 권한은 앞으로 고용할 데이터 분석가와 시몬스에게만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오직 본인의 데이터만 볼 수 있다. 이것이 시몬스의 약속이었다. 여기에 ‘노련하고 음흉한’ 제안이 추가됐다. 바로 직원들이 자신의 움직임을 수시로 보고하는 ‘송신기 착용’이다. 이는 당연히 의무가 아니라 권장 사항일 뿐이라고 시몬스는 말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송신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송신기를 착용한 동료들은 이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거리를 두게 된다. 상사들은 송신기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에게 “도대체 감추려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감시가 시작되자 회복실과 병실 간 업무 진행은 곧장 매끄러워졌다. 예전 바쁜 시간에 20~30건까지 오갔던 양쪽의 전화 통화 수는 하루에 5건 정도로 줄어들었다. 어떤 환자가 어느 병실에 있고, 어느 병실이 비어 있으며, 간병인과 간호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서로 전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 표시되는 대형 모니터만 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의 도입으로 병원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동시에 2개의 계급으로 분리된 사회가 형성됐다. 우선, 병원 내부의 와이파이를 통해 1초마다 자신의 위치와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송신기를 전원 착용한 간병인과 간호사들은 이른바 ‘디지털 하위 계급’이다. 반면 자발적 송신기 착용 의무에서 제외된 시몬스와 같은 관리자와 의사들은 ‘특권 계급’에 속한다. 의사들은 보험 문제 때문에 송신기 착용을 거부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변호사가 시술 의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인 시몬스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시몬스는 ‘직장문화의 변화’라고 칭하지만, 사실 이는 완전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바로 셀러브레이션헬스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관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효율성이 훨씬 중시되고 있다. ‘완전한 통제를 통해 모든 일을 최적화한다’는 소리는 총명한 독재자나 할 주장 아닌가?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
 
교대근무 책임자인 빅토리아 피스터와 같은 일반 직원에게 옷에 착용하고 다니는 송신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관리자인 시몬스의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 업무 진행이 원활해져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하지 않는다. 그녀는 병원 내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처음 든 생각이 ‘빌어먹을, 빅브러더잖아!’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끊임없이 감시 상태에 놓여 있는 문제를 물어보면 그녀와 동료들은 말이 없어진 채 풀이 죽은 목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새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사 문제와 해고, 승진에 관한 결정이 과거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세계가 비인간적이라고 한탄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 전체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비용 압박과 경쟁은 이런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이를 가속화하는 기술과 기업이 생겨났다. 그들의 비전은, 궁극적으로 회사와 고용주, 정부로 하여금 구성원을 속속들이 예측 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변화 과정의 초기에는 의회와 고용주, 노조가 새 시스템을 받아들일지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빅데이터가 직장과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서 무슨 도움을 주는가? 해를 끼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의 사생활과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관관계로 돈을 벌려는 ‘골드러시’의 시대에는 이성이 사라지고 감정에 지배되는 경우가 곧잘 발생한다. 골드러시에 참여한 기업 중 한곳은 빅데이터가 도출한 상관관계가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워야만 했다. 그 기업은 바로 구글이다.
 
   
▲ 요즘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간 판독’ 기계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인간의 심리를 해부하고 업무 능력을 가려내기도 한다. 면접관과 지원자가 마주 앉아 인터뷰를 나누는 입사 전형은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사이버스페이스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REUTERS

구글은 독감 유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구글 독감 트렌드’(Google Flu Trend)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빅데이터의 축복을 보여주는 모범 프로젝트였다. 초기에 예측은 매우 정확했고,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이는 정부 담당 기관인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이 서비스는 표류하고 있다. 구글의 독감 유행 예보가 보건 당국의 예보보다 두 배나 많이 생산된 적도 있다. 그 예보들은 모두 잘못된 것이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감기약의 검색 빈도가 높아져 프로젝트의 데이터베이스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사례를 통해 데이터 분석 분야의 거인인 구글조차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빅데이터에 큰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그사이 한 회사가 출시한 제품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소시오메트릭 솔루션’(Sociometric Solutions·사회관계를 측정하는 솔루션)이란 회사는 원래 보스턴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탄생했다. 아직 소규모인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벤 웨이버는 MIT 출신으로 말이 많고 머리 회전이 빠른 남자다. 그는 사람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어떤 상대와 어떤 목소리로 대화하는지를 기록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를 사람에게 장착하면 그가 느긋한 기분인지, 초조한 상태인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지루해하는지 판별할 수 있다. 1밀리초(1천분의 1초)마다 각 센서가 40개의 데이터 항목을 저장한다. 이는 센서 1개가 하루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4기가바이트(GB)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뜻이다. 이 데이터는 센서 착용자의 기분과 변화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각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은 이 기술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적합한 신입사원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지, 적합한 후보자를 잘 구별해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몇분 안에 대답할 수 있는 회사는 보스턴도 실리콘밸리도 아닌, 독일 서부 공업도시 아헨의 외곽에 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사이웨어’(Psyware)다. 디르크 그라첼 CEO는 키가 큰 법률가다. 과거 컨설턴트 회사의 매니저였다가 지금은 독립해 회사를 차렸다. 그는 벤 웨이버처럼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중해 있고 말을 잘하고 총명하다. 그라첼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독일인과 독일어를 조사했다. 그는 남녀 5천명을 심리학 관점에서 인터뷰하고, 그들의 언어와 말하는 방식을 기록했으며, 약 50만개에 달하는 독일어 단어를 목록화했다. 그 뒤 수학자들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에 적용했다. 데이터를 분석·정리한 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됐다.
 
“예를 들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호기심이 적은 사람보다 신문 기사를 읽은 뒤 형용사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컴퓨터가 진행하는 15분 분량의 인터뷰를 하면 간단한 인성 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가 내놓는 심리적 프로필은 다면적이고 일관적이며 정확하다. 그리고 인터뷰 하나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2초에 불과하다.
 
기계가 한 인간의 심리를 해부하고, 그의 욕망과 약점·강점을 측정하는 일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약 6쪽에 걸친 분석 결과지에는 막대그래프와 원형 차트가 표시돼 나열된다. 이 결과는 검사받은 사람을 다른 독일인, 또는 그의 직장 동료와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빅데이터가 신입사원을 뽑고 탈락시켜
 
분석 결과는 인터뷰이의 말하는 속도나 사용한 단어 수를 설명하며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2쪽부터는 좀더 심화된 내용이 나온다. 인터뷰이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내용도 나온다. 3쪽에는 개인적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는 인터뷰이의 호기심, 지배적 성향, 위험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 진단한다. 인사 담당자가 관심 가질 만한 항목인 심리적 유연성과 회복력을 평가하고, 최선을 다해 일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인터뷰이에게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평가한다.
 
분석 결과는 경악스러우면서 동시에 매혹적이었다. 이 분석은 인터뷰이가 말한 내용이 아니라 말의 속도, 음성의 크기와 변화, 목소리 떨림을 기초로 이뤄졌다. 단어 선택과 부정어 사용 횟수, 사용한 단어의 종류, 대명사·부사·비속어의 사용 빈도도 분석 근거로 삼고 있었다. 특히 질문을 받은 뒤 얼마나 빠르게 대답하는지, 말을 중단하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얼마나 자주 ‘에’ ‘나는’ ‘사람들은’이라고 말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라첼은 언어를 18만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그가 쓸 수 있는 방법 중 일부만 사용해도 인터뷰이의 성격을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우울증 위험군 환자를 위해 핫라인을 개설한 보험회사인 ‘악티몬다’(Actimonda)도 그라첼의 고객 중 하나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은 그라첼의 컴퓨터가 전화를 걸어 상태가 어떤지 비밀리에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서북부 공업도시인 에센에서는 교통국이 조만간 그라첼이 개발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사이웨어의 임무는 고객의 불만 전화를 평가해 불만족 고객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뒤셀도르프에서는 기업 컨설턴트 업체인 ‘아이에프피 매니지먼트 다이어그노스틱스’(Ifp Management Diagnostics)가 사이웨어의 프로그램을 경영인력 코칭에 사용하고 있다. 독일 동남부 도시인 에를랑겐의 ‘다베로’(Davero) 콜센터는 우수사원이 다른 사원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사이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사이웨어가 가장 멀리 진출한 곳은 아마 네덜란드의 인력운용 업체인 ‘란트스타트’(Randstad)일 것이다.
 
란트스타트 독일 지사는 사이웨어의 도움을 받아 2015년에 약 25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주로 어떤 형태의 시간제 노동자를 어떤 자리에 파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관리직 직원이었다. 사이웨어의 데이터 자료가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유일한 전형 방식은 아니었지만, 사이웨어 프로그램이 ‘노’(No)라고 진단하면 그 지원자는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분석의 품질이 놀라울 정도다.” 독일 란트스타트의 인사 담당 이사인 안드레아스 볼더가 말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 시대는 좀더 무자비하고 냉혹한 세계가 될 것이다. 물론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어쩌면 더 공정한 세계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한 통계 수치가 중시되고 측정 가능한 요소가 더 의미를 얻게 될 것이다.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이 권력의 스위치 레버에 더 가깝게 접근할 것이다. 지금까지 심리학자와 사회학자, 정신과학자들의 손에 맡겨졌던 인간의 삶에 대한 해석의 권위 중 일부가 이들한테 옮겨갈 것이다. 세계가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는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이를 마냥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셀러브레이션헬스의 애슐리 시몬스는 직원 관련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라고 초기에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정보의 보호벽에 틈새를 조금씩 만들고 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권력의 유혹에 굴복한 모양이다. 그녀는 간병인과 간호사들을 실적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순위 리스트를 병원의 각 부서에 게시할 계획이다. “직장문화의 변화가 그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순위 리스트를 게시할 거다. 누구도 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리스트도 결국 조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일 뿐이지 않은가.
 
ⓒ Der Spiegel 2015년 47호
Kopf oder Zahl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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