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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거덜난 퇴직연금, 노년층 빈곤 부른다
고갈 위기에 처한 프랑스 기업 퇴직연금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상드린 풀롱 economyinsight@hani.co.kr


베이비부머 퇴직으로 기업 보조연금 고갈 위험…
62살 정년 이후에도 취업자 증가세

프랑스의 퇴직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 공적연금인 기초퇴직연금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기업 차원의 보조연금인 추가퇴직연금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 추가퇴직연금의 재원은 기업과 노동자들의 부담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받는다. 즉, 실업자가 증가할수록 퇴직자 부양비가 커진다. 특히 관리자급 퇴직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관리자급인 1960~70년대생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연금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퇴직자들의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면서 노년층의 빈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인 프랑스 사회보장보험의 기초퇴직연금이 2016년부터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기본적으로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기초퇴직연금을 보완하는 추가퇴직연금인 보조 연금이다. 프랑스의 보조연금은 강제 가입 연금으로, 노사 대표로 구성된 관리자 퇴직연금연합회(AGIRC)와 종업원퇴직연금연합회(ARRCO)가 운영한다. 그런데두 기업연금연합회의 재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어 보조연금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2015년 10월 노사 대화 때 노사 양쪽은 보조연금 지급액을 다시 한번 줄이기로 결정했다. 

추가퇴직연금인 보조연금의 재원은 오직 고용주와 노동자들의 불입금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경기 부침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업자가 증가할수록 불입금을 내는 노동자 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즉, 연금 수급자인 퇴직자 수를 보험가입자 수로 나눈 퇴직자 부양비가 상승하게 된다. AGIRC의 재정 불균형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불입금을 내는 관리자 수와 임금은 매우 느리게 증가하는 반면 관리자급으로 있는 1960∼70년대생,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에 도달하면서 최근 몇년 동안 연금수급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해 관리자와 노동자가 수령하는 총퇴직연금의 각각 60%와 30%를 차지하는 보조연금은 상대적으로 개정된 적이 적었다. 현재 노사 양쪽은 2019년부터 AGIRC와 ARRCO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행 분리 운영 체제를 지지해온 프랑스관리직총동맹(CFE-CGC)도 마침내 통합에 찬성했다. 두 체제의 통합은 보조연금의 재정건전성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상황 타개책으로 사 쪽과 전국 규모 5대 노조 중 3대 노조인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CFE-CGC, 프랑스기독교노동자연맹(CFTC)이 2019년부터 보험금 불입 기간에 기초한 일종의 가점·벌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법정 정년은 여전히 62살이지만 퇴직 뒤 보조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서는 기초퇴직연금 적립 기간인 41년6개월보다 1년 더 불입금을 내야 한다.


경기에 휘둘리는 직장인 보조연금
 

   
▲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의 미슐랭타이어 공장에서 은퇴를 앞둔 중년 노동자들이 타이어를 운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기업 보조연금인 퇴직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 REUTERS

만약 미래의 수급자가 41년6개월 동안 불입금을 내고 62살에 은퇴하기로 결정한다면 이 수급자는 벌점제가 적용돼 최장 3년 동안 원래 받을 수 있는 보조연금의 90%에 상응하는 연금만 수령하게 된다. 이는 노동자들이 최소한 63살에 퇴직하도록 이끄는 유인을 제공한다. 더욱이 법정 정년보다 최소한 12개월 더 일하는 것에 동의한 수급자는 보조연금의 10~30%에 해당하는 가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사실상 정년 연장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퇴직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월 1200유로(약 150만원) 이하의 연금수급자들에게는 가점·벌점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노사 양쪽은 보조연금 인상률을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1%포인트 낮게 결정하고 인상 시기도 기존 4월이 아닌 11월로 6개월의 격차를 두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반대한 2대 노조인 프랑스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힘(FO)은 보조연금 재정 고갈 문제의 해법으로 상당한 수준의 회사 쪽 불입금 인상을 바라고 있다. 물론 기업들도 더 많은 돈을 보조연금 불입금으로 지급할 예정이지만 정부의 기업 부담금 감면 정책 덕분에 산재보험의 회사 쪽 불입금이 줄어들게 되면 전체적으로 보조연금에 대한 기업 부담금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기초퇴직연금의 경우 기업이 새로 부담해야 할 몫도 없다. 2013년부터 기초퇴직연금 동결에 익숙해진 수급자들은 한해 더 지난해와 동일한 액수의 연금으로 살아야 한다. 물론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가깝다보니 연금이 오르지 않아도 수급자들의 구매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1350만명에 달하는 기초퇴직연금 수급자의 연금 인상률은 2015년 고작 0.1%에 불과하다.

그리고 정부의 2016년 사회보장보험 예산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회복지수당은 더 이상 예상 물가상승률이 아닌 실제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연금 운영자 입장에서는 지출을 절약할 수 있어 재정건전성은 제고될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는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2년 또는 3년 주기로 기초퇴직연금이나 보조연금이 잠식되다보니 결국 프랑스의 ‘재분배식 연금제도’(또는 확정급여형 연금제도. 가입자가 내는 불입금으로 당장의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세대 간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다. 즉 가입자가 자신이 낸 불입금을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며, 이 가입자가 은퇴하면 받을 연금은 아직 일하는 이들이 내는 불입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펀드식 연금제도 또는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에서는 가입자가 자신의 노후에 대비해 불입금을 내며 수령할 연금의 액수는 자신이 낸 불입금의 투자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편집자)가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프랑스 경기변동연구소(OFCE)의 경제학자이자 연금 분야 전문가인 제라르 코르닐로에 따르면, 성급히 대응할 이유가 없다. “기존에 시행된 수차례의 연금개혁으로 프랑스의 퇴직연금은 필요한 자금의 80~100%를 충당한 상태로 장기적 균형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 국민, 그중에서도 자신들이 퇴직할 때는 재정고갈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1991년 퇴직연금에 대한 ‘미셸 로카르 백서’가 공개된 이후 다섯차례의 연금개혁이 시행됐다. 그 결과, 정년이 60살에서 62살로 연장됐고 불입 기간도 37년에서 43년으로 늘어났다. 수급자가 받을 연금은 임금이 아닌 물가 수준에 연동돼 결정됐고, 민간 부문 노동자의 연금을 계산할 때 최고 임금 기간도 10년이 아니라 25년의 평균임금을 고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무원연금 및 특별연금제도도 좀 더 엄격한 방향으로 개혁됐다.


2013년부터 퇴직자 연금수령액 감소

   
▲ 프랑스 북동부 플로랑주 제철소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퇴직한 두 노인이 회사 앞에 서 있다. 퇴직자들의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면서 프랑스 노년층의 빈곤 위험이 커지고 있다. REUTERS

2050년쯤에는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 효과도 사라질 것이다. 제라르 코르닐로는 “연평균 신생아가 8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의 인구 상황은 해당 지표가 60만명을 약간 넘는 독일 같은 국가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프랑스의 비교적 양호한 인구 상황과 연금 동결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15년 고령화 리포트>에도 반영돼 EU 집행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연금 지출이 현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4.9%에서 2060년 12.1%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랑스는 이 비율이 유럽에서 가장 크게 감소하게
될 국가다.

비록 퇴직연금의 재정이 중기적으로 균형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의 연금수급자들은 물론 현재의 퇴직자들도 연금개혁의 여파를 심하게 겪고 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수급자의 최종 임금 대비 연금지급액)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사회복지부, 노동부가 출간하는 연금과 연금수급자에 대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처음으로 퇴직자의 평균 연금 수준이 하락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EU 집행위원회의 전망에 따르면, 2013년 최종 임금의 51% 수준이었던 소득대체율이 2060년 39%까지 떨어질 것이다. “연금의 소득대체율 하락은 이미 1993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내각이 연금을 임금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을 단행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누구도 외관상 큰 문제가 없어 보였던 이 기술적 조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은 임금인상률보다 낮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점이 되자 연금 총액이 하락했다. 이같은 연금의 계획적 축소로 당국은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의 20%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필요 자금의 나머지 80%는 정년 연장으로 확보됐다.” 제라르 코르닐로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노년층의 빈곤율이 재상승할 위험이 크다. 현재는 퇴직자가 경제활동인구보다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을 평균 17% 많이 보유하기 때문에 연금의 소득대체율 하락이 상쇄되고 퇴직자들이 경제활동인구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연금동향위원회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다. 미래의 연금수급자들인 현재의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대비책을 마련할 수단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점 더 많은 퇴직자들이 월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프랑스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에는 18만5천명의 연금수급자가 계속 일했지만 2015년에는 45만2천명이 퇴직연금을 받으면서도 일하고 있다. 연금수급자의 취업 관련 규칙이 엄격해져서 퇴직 뒤 재취업할 경우 새로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연금수급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연금수급자의 취업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테라노바’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가 질병이 아니라 ‘연금 재원 마련’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24%의 응답자만이 연금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고 대답했다.

 

미약한 프랑스의 민간연금

 

프랑스 국민은 국가연금인 기초퇴직연금과 기업연금인 보조연금 수급액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연금저축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엄격한 의미에서 미국식 연기금은 프랑스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보험 같은 금융상품이 연기금의 역할을 대신한다. 2014년 말 생명보험 총액은 1조5650억유로(약 1943조원)였다.

민간 연금저축은 개인연금이나 직장연금의 형태로 가입할 수 있다. 최근 수십년 동안 역대 프랑스 정부는 연금저축 활성화를 위해 마들렌법, 확정기여형 연금, 기업연금저축(PERE), 공동연금저축(PERCO), 일반연금저축(PERP) 등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연금동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연금 불입금에서 연금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5% 정도로 여전히 매우 낮다. 비록 PERCO가 2013∼2014년 26%나 증가했지만 2014년 말 PERCO 총액은 겨우 100억유로에 불과했다.

연금저축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보험회사, 공제조합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홍보 부족과 정부의 미미한 세제 혜택, 그리고 법적 불안정성 때문에 연금저축상품의 판매가 저조하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저금리다. 벌써 몇년 전부터 요지부동인 초저금리 기조 때문에 가입자가 노후에 이자소득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메르세르(Mercer) 컨설팅 소속 연금 전문가 샤를앙토안 로제르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을수록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며 “만약 금리가 갑자기 다시 오른다면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5년 11월호(제351호)

Nouveau tour de vis pour les retraites
번역 박수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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