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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특집] 한국 서민금융 시장 “돈 벌기 좋아요”
밀려오는 외국계 금융자본- ② 일본·홍콩·미국계 저축은행 속속 상륙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낮은 조달 금리와 선진적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무장한 외국계…
고금리 개인신용대출 눈독

친애저축은행의 모기업인 ‘J트러스트’는 2015년 10월 스포츠와 연예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 중 하나다. 프로야구 넥센과의 ‘100억원+α’ 스폰서, 영화배우 고소영 광고 모델 제안은 ‘일본계 대부업’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고 무산됐다. 이 논란 탓에 일본 자본을 포함한 외국계 저축은행이 조명받고 있다. 외국자본은 저축은행 업계에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서민금융을 외국 자본에 맡기면 곤란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존재감을 홍보하는 데 적극적이다.

김정필 부편집장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북부에 있는 페퍼그룹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컬레인과 패트릭 터틀은 2015년 8월 상반기 성적표를 들고 한껏 고무됐다. 모기지 전문 금융회사인 페퍼그룹이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해 해외에 진출한 5개 국가(한국·아일랜드·영국·스페인·홍콩)에서 거둬들인 총이익금은 1억3200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1100억원)에 달했다. 성장세도 매섭다. 관리자산만 놓고 보더라도 2011년 4900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400억원)에서 2015년 상반기 368억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31조원)로 불어났으니 공동 CEO의 입가에 미소가 번질 만하다.

터틀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서 이를 보완했다. 한국과 스페인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다”고 2015년 반기보고서에서 밝혔다. 컬레인 역시 해외에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한 것이 성장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애초 전망치보다 좀더 좋은 결과를 냈다. 앞으로도 핵심 사업 분야는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페퍼그룹은 우리나라에선 페퍼저축은행으로 낯이 익다. 2013년 10월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페퍼저축은행을 설립했고, 두 달 뒤 한울저축은행을 추가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전국에 4개 지점을, 경기도 부천에 출장소를 두고 있다. 페퍼그룹은 영미권 자본으로는 우리 저축은행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 주목받았다. 페퍼그룹은 당시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평가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금융위는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의 진입을 흔쾌히 승낙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저축은행 업계에 해외 자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을 필두로 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홍콩 등 금융 선진국의 자본도 국내 저축은행에 진출하고 있다. 2015년 11월 현재 외국 자본이 들어온 저축은행은 일본 자본인 SBI(SBI홀딩스), JT친애·JT(이상 J트러스트), OSB(오릭스),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인 페퍼, 홍콩 자본인 조은(SC로위) 5곳이다. 대만 자본인 유안타그룹은 한신저축은행을 인수할 예정이고, 미국 자본인 JC플라워는 HK저축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7곳은 머릿수로는 전체 저축은행(79곳)의 9%에 불과하지만, 자산 규모는 8조원대로 전체 저축은행 자산(40조2천억원)의 20%에 이른다.


페퍼그룹은 왜 저축은행에 진출했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퍼스트타워 13층에 있는 페퍼저축은행 본점. 페퍼저축은행은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이라는 점을 내세워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제공

페퍼저축은행의 2015년 상반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배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PSB Investment Holdings Pty Limited’로 돼 있다. 페퍼그룹 쪽에 확인한 결과, 최상위 지배회사는 ‘Pepper Australia Pty Limited’다. 최근 ‘Pepper Group Limited’로 이름을 변경했다.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설립된 페퍼그룹은 2012년 아일랜드, 2013년 한국·영국·스페인에 진출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과 홍콩에서 영업하고 있던 ‘프라임파이낸셜’(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였음 -편집자)을 인수했다. 2015년 7월 오스트레일리아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 프로축구단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FC의 공식 스폰서기도 하다.

페퍼그룹이 세계 여러 나라 중에 우리나라를, 그것도 저축은행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페퍼그룹이 오스트레일리아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그 ‘속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페퍼그룹은 전반적인 저금리 환경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영역을 해외로 넓히는 통합 전략을 갖고 있다. 페퍼그룹은 이 자료에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을 ‘틈새시장’으로 규정하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페퍼그룹은 실제 각국의 금융시장을 분석해 영업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스페인은 개인신용대출, 영국은 주택담보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두 사업 모두 ‘괜찮다’고 페퍼그룹은 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만 놓고 보면 페퍼그룹의 예상은 다소 빗나간 듯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3 회계연도 123억원, 2014 회계연도 87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그런데 페퍼저축은행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페퍼저축은행 홍보팀 담당자는 “애초 한국 시장의 사업 전략을 연 10%대 중·후반 금리의 개인신용대출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신용등급 4~6등급 고객이 주요 대상이다. 그러려면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별화하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느라 최근 2년 동안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세분화하지 않고 금리를 높여 고마진 영업을 하면 직원이 많이 필요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2013년 인수 당시 83명인 직원이 2014년 말 157명으로 늘었고, 전체 직원의 3분의 1은 제1금융권 출신이다. 인력과 시스템에 비용을 투입해 신용평가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그만큼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개인신용대출 금리도 내릴 수 있다. 실제 페퍼저축은행의 금리는 다른 저축은행보다 크게 낮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가계신용대출 잔액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10%대의 평균금리를 유지하는 곳은 페퍼저축은행 하나다.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2016년 상반기부터는 수익에 중점을 두고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일단 시장에 ‘물건’이 많이 널려 있다. 저축은행은 설립 근거법상 서민금융과 중소기업을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거래 고객이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제도권 금융기관의 역할을 맡게 한 것이다. 1980년 192개에서 1993년 237개까지 늘어난 저축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2002년 116개로 그 규모가 반토막 났다. 정부는 당시 저축은행 규제를 강화했으나 2000년대 중반 우량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은 이를 틈타 2008년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기형적으로 늘렸다. 이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대출 부실로 이어졌고, 2011∼2012년 부실 저축은행 25곳이 영업정지됐다. 금융 당국은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왔다. 2011년 이후 저축은행 30곳의 최대주주가 얼굴을 바꿨다.

외국 자본은 국내 저축은행 시장의 진입이 수월하고 시장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한다. 한 외국계 저축은행 직원은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저축은행은 비싸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다른 금융시장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아시아권 자본의 경우 접근성도 좋다. 한편으로 한국 금융시장 진입이란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비용을 투자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저축은행은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 리스크가 덜한데다 국내 금융 당국도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터라 외국 자본 유입에 큰 거부 반응이 없다. 부실 업체를 인수하고 고용을 유지해주면서 공적 자금까지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음직하다. 국내 저축은행의 한 홍보담당자는 “외국 자본의 저축은행은 각자 전문성을 살려 중점 영업 분야를 정해놓고 들어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에 자금이 돌고 모기업의 자금력이 풍부해지면서 활력이 생기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영업이 최근 ‘호황’으로 돌아선 것도 외국 자본에는 매력적이다.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영업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 6월 86조4천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자산 규모는 2014년 6월 말(36조8천억원) 이후 증가 추세로 돌아서 2015년 6월 현재 40조2천억원이다. 2008년부터 적자였던 당기순이익 역시 2014년 1분기(7~9월) 이후 흑자로 전환했다. 2011년 구조조정 이후 재무건전성과 자산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저금리 환경에서 예대마진 폭을 크게 가져갈 수 있어 저축은행에는 ‘저금리’가 약이 된 셈이다. 물론 이런 수익 구조는 고금리 개인신용대출에 주력하는 일본계 저축은행에 더없이 좋은 영업 환경이다.

2012년 10월19일 서울 서초동 친애저축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장. 윤병목 대표이사의 쩌렁쩌렁한 인사말이 내빈의 시선을 끌었다. 낯선 일본어 인사말에 정서적 거부감이 들 법도 했지만 직원과 참석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이 한마디는 일본 자본의 저축은행 러시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처럼 들리기도 했다.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일본 J트러스트그룹은 2주 전인 10월5일 금융위로부터 저축은행 영업 인가를 받았다.


일본계, 1~4%대 자금 조달해 30%대로 대출

   
▲ 국내 OSB저축은행을 인수한 일본 오릭스그룹 최고경영자(CEO) 이노우에 마코토가 2015년 4월 도쿄 본사 벽에 설치된 그룹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릭스그룹은 앞으로 해외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REUTERS

윤 대표이사는 “오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도록 큰 결심을 해주시고 기꺼이 멀리서 참석해주신 후지사와 회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미스터 후지사와 생큐 소 머치!”를 외쳤다. J트러스트그룹 대표인 후지사와 노부요시는 기념사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금 수요에 대해 가능한 저금리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행사 첫머리의 ‘국기에 대한 맹세’ 때 망설임 없이 가슴에 얹어놓은 그의 손은 ‘굳은 다짐’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J트러스트그룹은 일본 외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금융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에서는 은행업만 하고 있으나 일본에선 신용보증, 채권 회수, 신용카드 사업이 주력이다. 비금융사업으로는 종합엔터테인먼트, 부동산, 금융IT시스템 계열사를 갖고 있다. J트러스트는 2012년 10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15년 1월 SC저축은행을 사들였다. 미래저축은행은 친애저축은행으로, SC저축은행은 JT저축은행으로 바뀌었다. 

자본 규모로는 일본 금융회사인 SBI(Strategic Business Innovator)그룹이 단연 손에 꼽힌다. SBI그룹은 2013년 3월 업계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2014년 10월 자회사 3곳까지 흡수합병해 SBI저축은행으로 키웠다. SBI저축은행은 총 자산 3조8천억원으로 업계 1위다. SBI그룹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서 독립한 회사다. 소프트뱅크는 소프트뱅크파이낸스 등 5개 중간 지주회사를 갖고 있었다. 손 회장은 2006년 보더폰을 인수할 때 자금을 끌어모으려고 소프트뱅크파이낸스를 매각했고, 이때 출범한 회사가 바로 SBI그룹이다. SBI그룹은 주로 온라인 관련 금융 사업에 집중해 성장했다.

국내 저축은행의 일본 자본 중 ‘전입 고참’ 순서를 굳이 따지면 오릭스그룹이 ‘맏형’ 격이다. 오릭스그룹은 2010년 12월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2013년 11월 스마일저축은행을 추가로 인수했다. 오릭스그룹은 1964년 ‘오리엔트리싱’이라는 금융리스 회사로 출발했으며, 1989년부터 보험과 부동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해외로 진출했다.

일본 자본이 국내 서민금융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본 대부업체가 자국에서 조달하는 금리 수준은 연 1~4%대로 국내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 금리(10% 안팎)보다 훨씬 낮다. 일본 자본은 자국에서 1~4%대 금리로 돈을 조달해 국내에서 연 34.9%(법정 최고금리)로 고리대금을 챙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특히 일본의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우리보다 15% 남짓 낮아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

업계에선 일본계 저축은행에 대해 ‘반감’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서민금융이란 범주에서 ‘일본’ ‘대부업’ ‘고금리’란 단어가 정서적으로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일본’ ‘대부업’이란 태생적 한계는 일본 자본이 물리적으로 바꿀 수 없는 사항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라는 대목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제1금융권 계열의 카드사도 20%대의 카드론 등 고금리 장사를 하고,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 일본계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를 찾는 소비자는 돈에 붙은 ‘국경’이란 꼬리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예금금리는 높게, 대출금리는 낮게 해주는 곳으로 움직일 뿐이다.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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