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5
     
[국내특집] 중국이 국내 금융시장 노리는 이유는?
밀려오는 외국계 금융자본- ① 커지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권순우 economyinsight@hani.co.kr
   
▲ REUTERS

위안화(RMB)로 대표되는 중화권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선진 금융기법을 취득하려는 의도가 강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차이나 머니’는 언제든 국내 시장을 뒤흔들 만한 힘을 갖고 있다. 한국이 조금씩 차이나 머니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저축은행 업계에도 해외 자본 바람이 거세다. 일본 자본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대만 자본까지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_편집자

선진적 금융 시스템과 해외 진출 중국 기업 지원 목적…
장기 목표는 내수시장 경쟁력 확보

미국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 자료를 보면, 중국이 2014년 해외에 서 인수·합병(M&A)에 쏟아부은 돈은 700억달러(약 82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기업 쇼핑’ 리스트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 정보기술(IT), 부동산에 이어 최근에는 금융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국내 금융기관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중국 자본은 항상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거대 중국 자본이 비좁은 국내 금융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MTN) 기자


2014년 11월28일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됐다. 13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기대보다 긴장이 맴돌았다. 우리은행 인수전에 중국 안방보험이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우리은행은 삼성·LG 등 국내 굴지의 재벌 그룹 16개 계열의 주채권 은행이다. 우리은행과 함께 막대한 대기업 정보가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긴장감을 더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안방보험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때까지 우리와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우리은행 인수전에는 안방보험만 참여해 매각은 무산됐다.

중국이 몰려오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이 점령한 지 오래고,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유지가 안 될 지경이다.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의 방문이 뜸하자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까지 떨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상호 수출액은 2485억달러(약 291조원)에 이른다.

외국 자본에 가장 배타적인 업종인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은행 인수전에 안방보험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는 중국 푸싱그룹이 참여했다. 국내 최대증권사인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중국 시틱그룹 참여가 거론됐다. 실제 성사된 것은 대만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언제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화권 자본에 국내 금융사가 줄줄이 넘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양상은 다르지만 중화권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목적은 제조업에서 그렇듯 국내 시장 잠식보다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국의 선진 금융기법을 배워 잠재력이 큰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강자로 서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는 국내 금융사를 인수한 유안타증권과 안방보험, 그리고 직접 지점을 개설한 중국계 5대 은행이 진출해 있다. 우려와 달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중화권 자본과 선진화된 국내 금융 시스템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 초점은 중국보다 앞선 금융 시스템

   
▲ 중화권 자본이 해외 금융시장에 이어 국내 생명·보험·은행 업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015년 6월 중국건설은행의 프랑스 파리 지점 개설에 합의한 뒤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이 은행 로고가 새겨진 기념판을 제막하고 있다. REUTERS

기업어음 불완전판매로 얼룩진 동양증권이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중국 본토 주식을 개인이 직접 살 수 있게 된 중국 후강퉁 시장이 열리면서다. 유안타증권은 상하이, 홍콩, 대만에 있는 현지 애널리스트들이 만든 중국 기업 보고서를 국내 투자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하며 국내 후강퉁 시장 거래량의 30%를 점유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은 “중국 개별 기업에 대한 이해를 넘어 중국 전반에 대한 지식 수준을 높여 IB(투자은행) 비즈니스를 창출해 금융 한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한국 투자자의 중화권 투자를 도울 뿐 아니라 한국 시장을 중화권에 알리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허밍헝 대만 유안타증권 회장은 “한국은 대만·홍콩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며 “투자 대상으로 한국 시장의 매력은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 유안타증권은 2015년 11월부터 대만 본사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마이넷(MyNet) W’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안타 대만 본사는 한국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을 대만 증권시장에 적합하도록 보완해 현지에 공급할 계획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대만 증시는 기관투자자 중심이라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한국에 비해 부족하다”며 “한국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이 대만, 중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화권 본사는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 공략 전략을, 한국 증권사는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을 교류한 것이다.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며 눈에 띄는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유럽 등에서 공격적으로 자산을 인수하고 있는 안방보험의 자산관리 역량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자산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동양생명 운용자산의 수익률을 제고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국내에 지점을 개설한 중국계 은행은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교통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5개다. 중국 광대은행도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예비인가를 취득한 상태여서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은 2015년 안에 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들은 주로 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은행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5개 은행의 총자산은 2014년 말 현재 52조원으로 2년 만에 261% 증가했다. 순익은 3178억원으로 129% 늘었다. 4대 국내 시중은행의 총자산 증가율 14%, 당기순익 증가율 3%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세다.

중국 은행들은 최근 위안화 예금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중은행들이 1%대 금리를 제공할 때 위안화 예금은 4%대 금리를 제공하며 시장의 돈을 쓸어갔다. 2011년 8천만달러(약 937억원)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은 2014년 193억7천만달러(약 22조7천억원)로 241% 급증했다. 외화예금 순위에서 달러, 유로, 엔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하던 위안화는 3년 만에 달러에 이어 2번째로 올라섰다.


중화권 자본의 최종 목표는 중국 내수시장

중화권 자본, 그들은 왜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것일까?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와 달리 왜 국내 금융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존재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들의 목적이 국내 금융시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중화권 금융회사들은 한국 금융시장 진출을 통해 선진화된 금융기법과 IT를 배워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한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부)는 “중국 자본이 국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한국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차원보다는 좀더 나은 금융 서비스, 기술을 갖춘 한국 금융사를 인수해 경쟁력을 갖춰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험시장의 경우 중국 보험시장은 규모 면에서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침투율’(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비중 -편집자)은 3%로 49위에 불과하다. 한국 사람 1인당 보험 가입은 3.6건, 중국은 0.25건이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2020년 중국 보험료 수입이 4조5500위안에 이르러 세계 2위 보험 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보험사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내수시장을 두고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근시안적 관점이다.

중화권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와 관련 있다. 중국 공상은행의 ‘중국계 은행의 해외 진출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상은행은 중국계 은행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로, 첫째 ‘국가 전략에 부합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공상은행은 “금융업의 글로벌화 수준은 국가 경쟁력의 주요 척도며, 세계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의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은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중국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늘어난 국가 간 금융 서비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셋째는 은행 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장젠칭 중국 공상은행 회장은 “글로벌화는 단순히 해외에 지점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선진 글로벌 은행의 경험과 교훈을 배워 시장 경쟁력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의 최종 목표는 “현지 시장과 융합하며 현지 시장을 선도하는 은행으로 성장해 중국 경제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은 중국에 비해 선진화된 서구 금융 시스템을 훨씬더 빨리 받아들였고,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중화권 자본이 국내 금융회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도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금융회사와 차원이 다른 목표와 추진력을 갖고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꿈을 꾼다.

중국은 아직 금융 부문에서 과제가 많다. 초강대국에 대한 야망은 있지만 이에 따르는 불안정성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있어 중국 지도자들도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규제 개선, 중앙은행 기능 강화, 공기업 민영화, 자산관리 시장 개방 등을 통해 점차 금융시장 개방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은 정해진 수순이다. 중국 자본은 이런 전망 아래 한국 금융산업의 앞선 시스템을 흡수하면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progres9@naver.com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