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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신세계·두산 서울 입성에 떨고 있는 롯데
2016년 새판 짜는 국내 면세점 판도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김소연 economyinsight@hani.co.kr

 

롯데·신라 양강 체제서 춘추전국시대로…
독과점 종식됐지만 탈 많은 ‘5년 재허가’ 논란 이어질 듯


롯데와 신라호텔이 양분해온 국내 면세점 사업이 ‘춘추전국시대’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2015년 11월14일 발표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유통 강자인 신세계는 부산에서 수성하고 서울에 신규 진입했다. 첫 면세점 사업을 서울에서 하게 된 두산은 다크호스로 떠올라 면세점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 수성에 실패하면서 면세 분야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편 5년마다 사업권을 허가하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소모적 다툼을 부채질해 글로벌 경쟁력을 해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김소연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 신세계와 두산이 서울 시내 새 면세점 특허를 따내면서 롯데와 신라가 양분해온 국내 면세점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황금알 낳는 거위’인 시내면세점 사업에 새판이 짜였다. 2015년 11월14일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로 신세계와 두산을 새롭게 낙점했다. 이들이 면세점행 골든티켓을 거머쥐면서 2016년 면세 시장은 명동과 동대문을 주축으로 한 강북 면세점 시대를 맞게 되었다. 삼성(호텔신라)과 롯데의 양강 구도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관세청은 2015년 12월 시내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3곳과 부산 1곳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서울 지역 3곳은 신세계DF와 호텔롯데, 두산이, 부산 지역 1곳은 신세계조선호텔이 각각 사업권을 따냈다.

롯데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2곳의 특허 수성을 노렸지만 소공점 하나만 지켰다. 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갔다.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 수성에 실패, 신세계에 특허를 빼앗겼다. 신세계는 부산면세점 특허도 수성했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티켓을 새로 확보한 두산과 신세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특히 신세계는 이번 면세 사업자 선정에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15년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성에 이어 재수 끝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고, 부산 면세 사업권까지 지켜내면서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2015년 7월 1차 시내면세점 입찰에서의 쓰라린 실패를 딛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20년 숙원을 풀었다. 또 유통 맞수인 롯데와 면세사업에서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롯데·신라 양강 체제였던 면세 시장에서 3위 사업자로서 확실한 우위도 점하게 됐다.

신세계는 서울 회현동 본점 신관 8~14층과 메사빌딩을 합해 총 14개층, 연면적 3만3400m²(1만100평)에 시내면세점을 조성한다. 2016년 5월 면세점이 들어서면 명동∼신세계백화점∼남대문시장∼숭례문∼남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조성사업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를 통해 2020년 서울 도심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여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다.


면세점 최강자 지위 흔들리는 롯데 

면세 시장의 다크호스 두산은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통해 20여년 만에 소매사업에 복귀했다. 두산은 1996년부터 음료 사업을 시작으로 OB맥주, 종가집김치 등 식품 관련 사업을 줄줄이 매각한데 이어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과 KFC를 끝으로 소비재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두산은 중공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왔지만 수년간 업황이 부진에 빠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했다. 때마침 얻은 시내면세점 티켓으로 그룹 전체가 활력을 얻었다.

축포를 쏜 두 기업과 달리 특허를 빼앗긴 롯데와 SK는 침울한 표정이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 갱신 실패로 2020년 면세점 세계 1위 비전은 물론 당장 2016년 호텔롯데 상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일단 글로벌 1·2위 면세점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는 사이 롯데면세점은 연매출 5천억원 규모의 매장을 놓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다. 경영권 분쟁 향배를 가를 호텔롯데 상장에도 먹구름이 꼈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전체의 84%인 호텔롯데는 이번 사태로 면세 사업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월드타워점이 들어선 제2롯데월드가 롯데그룹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번 패배는 쓰라리다. 2014년 10월 개장 뒤 안전사고가 잇따르던 제2롯데월드는 1년가량 지난 최근에야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핵심 집객 시설인 면세점의 철수로 에비뉴엘백화점을 비롯해 롯데월드몰, 인근 롯데월드 어드벤처까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면세점이 한곳뿐이던 SK는 더욱 심각하다. 특허 갱신 실패로 23년 역사를 가진 워커힐면세점을 닫으면서 면세 사업의 끈도 아예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개장을 목표로 1천억원을 들여 진행중이던 리뉴얼 공사도 전면 중단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고용 승계 부분은 신규 사업자들과 논의할 예정이고 남은 재고에 대해서는 6개월 유예기간 동안 소진할 계획”이라며 “타의에 의해 면세 사업이 종료돼 씁쓸할 뿐”이라고 전했다.

   
 

2015년 1, 2차에 걸친 면세 사업자 신규 선정으로 2016년 면세 시장은 삼성(호텔신라)·롯데·한화·두산·신세계 등 재계 20위권 내 기업들이 격돌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 구도가 깨지고 롯데가 절대 강자의 지위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동대문과 명동을 주축으로 한 강북 면세점 시대가 열린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이번 선정으로 공항 2곳을 포함해 면세점 점포를 총 4곳 보유하며 면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평소 면세 사업이 약해 롯데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신세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롯데와 진검승부를 벌일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에 향후 면세 시장은 기존 롯데와 호텔신라의 2강 구도에서 신세계와 두산을 포함한 ‘다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와 함께 유통에서 양대 공룡인 신세계가 서울 면세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롯데와 호텔신라의 독과점 논란도 시들해질 전망이다. 독과점 논란을 의식했던 정부로서는 유통 대기업끼리 경쟁하면서 독과점 구도가 자연스레 해소되는 현재 그림이 가장 바람직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면세 분야 절대 강자의 지위를 내려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롯데는 일단 월드타워점을 놓치면서 공항 2곳을 포함해 점포 수가 6개로 줄었다. 매출에도 타격이 있다. 월드타워점은 단일 매장 기준 매출액 3위 점포로 2014년 약 5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4년 호텔롯데의 면세점 매출은 3조9494억원으로 이 중 월드타워점을 제외하면 3조4500억원대로 줄어든다.

반면 호텔신라의 경우 2015년 7월 용산 HDC신라면세점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공항 2곳을 포함해, 총 5개 점포를 확보했다. 2015년 면세 사업 총매출은 2조 6122억원이다. 2015년 말에 개장할 HDC신라면세점이 계획대로 2016년 1조원 매출을 달성할 경우 총매출이 3조6천억원을 돌파해 업계 1, 2위가 뒤바뀔 수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총면적은 6만5천m²로 국내 면세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2차 시내면세점 선정으로 서울 지역은 명동과 동대문을 주축으로 한 강북 면세점 시대를 맞게 됐다. 먼저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를 두산이 가져오면서 잠실대신 동대문(두산타워 7~17층)에 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인근 장충동에는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있다. 동대문 상권을 둘러싸고 호텔신라와 두산의 격돌이 예상된다.

또 광진구 워커힐면세점 특허가 신세계(본점 신관 8~14층, 메사빌딩 일부)에 넘어가면서 명동 지역에는 롯데 소공점을 포함해 시내면세점 2곳이 생겼다. 2015년 7월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용산), SM면세점(인사동)에 기존 광화문에 위치한 동화면세점까지 합하면 강북 지역에 총 7개 면세점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다. 국제적인 관광 경쟁력을 갖추려면 중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고 집중되는 지역에 특허를 내주는 것이 맞다는 시각에서다. 명동은 두말할 것 없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로, 중국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동대문은 명동 못지않게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특히 단체관광보다 개인관광객에게 각광받는 장소인 만큼 개인관광이 점차 증가하는 트렌드를 감안할 때 관광 유발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명동(890만명)과 동대문(710만명)은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 1, 2위를 차지했다.

시내면세점 전쟁은 일단락됐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은 장밋빛 미래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선정결과는 치명적인 한계점을 노출했다. 특히 ‘5년 시한부 특허’ 논란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면세 사업의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이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제시한 수천억원대의 상생자금이 발목을 잡을 위험도 커졌다.


5년 시한부 특허…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 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새 사업권자로 선정돼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15년 10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밖으로 쇼핑객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관세법 개정 전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10년씩 자동 갱신됐다. 그러나 이것이 5년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재심사되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기존 사업자 중 특허를 빼앗기는 곳이 나타났다.

SK네트웍스는 하루아침에 23년간 운영해오던 워커힐면세점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 면세 사업에서도 아예 철수하게 됐다. 롯데 역시 3천억원을 투자해 개장한 월드타워점이 1년여 만에 폐점 위기에 놓여 곤혹스럽다.

이번 사태로 기업들은 면세 사업의 지속성에 의문을 가졌다. 이전에는 면세점 사업을 위해 수천억원씩 투자해도 언젠가 투자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면세점 문을 닫고, 면세점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예고되면서 면세 사업의 리스크가 부각됐다. 새롭게 면세 특허를 따낸 신세계와 두산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가 앞으로 5년간 상생활동과 투자에 쓰겠다고 공언한 금액은 2700억원이다. 두산은 영업이익의 10%를 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은 3916억원과 1490억원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상생자금은 기존 면세 사업 강자의 한해 이익과 맞먹는 큰 금액이다. 면세 사업은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평균이익률이 5%대에 불과하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의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5년 뒤 사업 철수의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신세계는 이와 관련해 일단 점포 개장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우리 규모에 5년간 27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라며 “일단 첫해는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이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면세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허권 취득을 위해 거액의 상생자금을 걸고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상황은 기존 사업자에도 나타난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빼앗기고도 앞서 약속한 상생자금 1500억원을 그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업계는 5년마다 원점에서 재심사되는 면세 특허를 수성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사업자들이 계속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최근 들어 국회에서 특허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찬사는 특허 수수료율이 매출액의 0.05% 수준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정치권의 뜻대로 특허 수수료율이 0.5~1%, 혹은 5%까지 확대될 경우 더 이상 ‘황금알’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이외에 강남권 면세 시설이 부족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별 관광이 확대되고,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가로수길 등 강남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확대 이전한 지 1년 만에 월드타워점이 특허 갱신에 실패하면서 강남권에는 롯데 코엑스점만 남았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 사업의 지속 여부가 5년마다 위협받으면서 신규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면세점 사업의 성패는 브랜드 소싱과 재고 운영 능력 등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인데 사업권 유지를 위해 5년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에 현재 22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며 “면세점 5년 경쟁 입찰로 사업장 소속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반복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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