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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애니팡 발굴한 스타트업 투자의 귀재
IT 업계 화제의 인물 임지훈 카카오 대표
[68호] 2015년 12월 01일 (화) 나윤정 economyinsight@hani.co.kr

 

액센츄어·NHN·BCG 거친 벤처 투자 전문가…
카카오 성장 전략 이끄는 ‘김범수 키즈’

임지훈 카카오 대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시가총액 8조원에 달하는 국내 2위 인터넷 기업의 운명이 30대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겨졌다는 소식에 업계는 한동안 술렁였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에 대해 미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이 탁월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DNA가 같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임 대표에겐 ‘김범수 키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특히 벤처캐피털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임 대표의 경력은 최근 활발한 벤처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카카오의 성장 전략과 부합한다는 평가가 많다.

나윤정 <머니투데이> 온라인총괄부 기자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 같았다. 착 달라붙은 감색 면바지에 소매를 살짝 걷어올린 분홍색 셔츠 차림의 건장한 사내가 총총걸음으로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섰다. 광택이 나는 구두 대신 캐주얼 스타일의 단화를 신고 큰 걸음으로 걸을 때는 바짓단 아래로 맨발목이 훤히 드러났다. 2015년 9월27일 제주도의 카카오 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임지훈(35) 대표가 언론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2015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는 요즘 발랄한 패션 스타일만큼이나 뭇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 미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DNA가 같다고 평가받는다. 2015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스마트 관광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임지훈 대표가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그를 새 CEO로 선임한다고 깜짝 발표했을 때 주변에선 “임지훈이 누구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벤처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투자의 귀재’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IT 업계 전반에서는 ‘벤처 투자자로서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서비스 운영 이력은 전무하다’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서른다섯의 이 젊은 사내를 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카카오가 어떤 기업인가.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올라 있으며 연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 아니던가.

카카오 CEO에 임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IT 업계의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이었다. 벤처투자 업체에 몸담으면서 2010년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때 벤처투자 업계가 임 대표에게 붙인 별명이 ‘스타트업 투자의 귀재’였다. 이후 그가 투자한 기업들이 잇따라 대박을 내면서 실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임 대표는 어린 시절 종합상사에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파나마, 칠레, 브라질,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88년에 귀국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한국의 교육을 받았다. 2003년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최우수 졸업했다. 원래 전산학과로 입학했으나 3학년 때 산업공학과로 옮겼다. 임 대표는 당시를 기억하며 “원래부터 ‘기술’에 대한 로망이 컸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범수 의장과 DNA 같은 ‘김범수 키즈’

졸업 뒤 미국 컨설팅 전문 기업 액센츄어(Accenture)의 IT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출발했다. 이후 NHN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실 전략매니저를 거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그는 주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우연히 벤처캐피털 분야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벤처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와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IT와 경영을 두루 꿰뚫고 있는 임 대표를 영입해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맡겼다. 이때가 2007년 무렵이었다.

특히 소프트뱅크벤처스 시절은 지금의 임 대표가 있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벤처 기술에 대한 확고한 믿음,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서비스도 없는 초기 기업에 사람을 믿고 투자하는 과감함 등이 모두 이 시기에 길러졌다. 컨설팅 업계의 선두 주자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을 박차고 나와 이름도 생소한 벤처투자회사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말렸지만 임 대표는 그때부터 더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임 대표는 2015년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어린 나이에 멋있게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원했다”며 “거기에서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일은 정말 재미도 없고 마음에도 와닿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벤처투자 업계로 옮긴 이후부터는 ‘물 만난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임 대표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안목이 탁월하고 추진력도 뛰어났다. 특히 2010년 모바일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선데이토즈는 제대로 된 성공작 하나 없던 신생 게임 업체였지만 임 대표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의 인연도 이 시기에 깊어졌다. 2011년 카카오가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을 인수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됐다. 당시 임 대표는 로티플 투자자로서 김 의장과 협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임 대표를 눈여겨보게 됐다. 김 의장은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란 초기 벤처 전문 투자사를 설립하고 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겼다. 당시 임 대표의 나이는 32살이었다.

임 대표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총 52개 기업에 250억원 넘게 투자했다. 투자 대상도 모바일 전자상거래부터 게임, 콘텐츠 추천 서비스 등 다양하다. 특히 게임 업체 ‘핀콘’과 ‘레드사하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프로그램스’, 핀테크 업체 ‘두나무’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임 대표를 향한 김범수 의장의 신뢰와 두 사람의 친분은 갈수록 탄탄해져갔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나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둘이 따로 만나 식사를 같이 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이때부터 임 대표에겐 ‘김범수 키즈’란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임 대표에 대한 김 의장의 신뢰가 그만큼 전폭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차츰 알려지면서 왜 시가 총액 8조원 상당의 회사를 35살 젊은이에게 맡겼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벤처캐피털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임 대표의 경력은 최근 활발한 벤처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카카오의 성장 전략과 부합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김 의장은 지금 카카오에 필요한 건 서비스의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하는 통찰력과 이를 제대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라 봤고, 그 적임자가 임 대표였던 셈이다.

   
▲ 2015년 11월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 운전기사가 카카오의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여러 사업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카카오의 이같은 구상과 계획을 실천에 옮길 인물이 바로 임지훈 대표다. 카카오 쪽도 “임지훈 대표는 시장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모바일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젊은 층으로의 세대 교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 카카오를 이끌 경영 철학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CEO 내정 후 가장 먼저 직원 100명과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빠르게 움직이고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실제 그를 ‘사람 중심 경영자’로 평가하는 이가 많다. 그가 벤처회사에 투자할 때 1순위로 삼는 것은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과 임 대표가 교류를 시작한 초기 김 의장이 임 대표에게 “서비스도 없는 회사에 어떻게 투자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임 대표가 “저는 투자할 때 사람을 중심으로 투자합니다”라고 답할 정도로 임 대표는 사람(벤처사업가)을 중시한다.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70% 이상이 설립 1년이 채 안 됐거나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 단계에서 투자가 결정됐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최우선 경영 철학

그는 투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투자 기업 대표들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힘을 쏟았다. 매달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이는 ‘케이큐브 패밀리데이’를 열고 실리콘밸리의 창업 집단인 ‘CEO 데이’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를 강조해왔다. 케이큐브 패밀리데이에선 다양한 벤처 대표들이 함께하면서 영업 비밀이나 사업 노하우를 공유한다.

임 대표에 대한 기대 못잖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스타트업과 달리 카카오 규모의 회사라면 부정적 이슈를 적절하게 관리할 관록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젊은 임 대표가 사내·외적 이슈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게 대표적인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내부적으로는 합병 뒤 아직 온전히 이뤄지지 못한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는 일도 숙제로 남아 있다”며 “김범수 의장의 ‘낙하산’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라도 카카오의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한 내부 개편 등의 과제를 잘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oic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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