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글로벌 아이] 그레이트 게임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 뉴시스

열강들의 패권 다툼을 흔히 ‘그레이트 게임’이라 부른다. 그레이트 게임은 19세기 중엽 아프가니스탄 북쪽 중앙아시아를 탐험했던 영국 정보장교 아서 코널리가 그 지역을 놓고 벌어진 영국과 러시아의 각축을 표현한 말이 연원이다.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으려고 아프간을 선제적으로 세차례나 침공한 것이 핵심이다.

더 넓게 보면, 그레이트 게임은 흑해의 크림반도 전쟁에서 극동의 러일전쟁까지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충돌이다. 식민지 패권을 놓고 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를 차례로 물리친 영국은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경합했다. 영국은 19세기 중엽 이후 하루에 몇십km씩 남쪽과 동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러시아의 팽창과 남하를 봉쇄하려 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이 1830년대 아프간 전쟁이었고, 1850년대 프랑스·터키와 연합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한 크림전쟁, 20세기 초러일전쟁에서 일본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졌다.

그레이트 게임의 흔적은 한반도에도 남아 있다. 영국의 거문도 점령이다. 영국은 1885년 거문도를 점령하고 2년 동안 러시아의 남하를 관측하는 기지로 썼다. 무엇보다 러일전쟁은 그레이트 게임이 한반도에 남긴 큰 상흔이다. 동양의 신흥국 일본이 거대 제국 러시아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지원 덕분이었다. 그렇게 해서 한반도는 일본의 세력권으로 공인됐다.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은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한 러시아 제국의 붕괴로 끝났다. 2차 그레이트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뒤 러시아를 승계한 소련과 미국이 벌인 냉전이다. 미국은 팽창하는 소련을 막으려고 봉쇄 정책으로 대응했다. 미국과 소련의 2차 그레이트 게임은 본질적으로 영국과 러시아의 1차 그레이트 게임과 같다. 소련 세력을 유라시아 대륙 북쪽으로 가둬두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소련은 그 봉쇄선을 넘어 쿠바 등 제3세계 국가로 진출했으나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 그레이트 게임을 벌인다고 한다. 3차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그레이트 게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동아시아나 남중국해라는 봉쇄선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군사적·물리적 대치선이 희미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의 러시아와 소련과 달리,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던 나라들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을 방문해 보여준 일련의 이벤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시 주석은 황금마차를 탑승했고, 왕실과 정부 최고위층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영국이 중국의 최고 서방 파트너 지위를 꿰차려고 적극적으로 구애하자 미국은 불쾌감을 표현했다. 과거 같으면 영국이 소련에 적극적으로 구애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과의 그레이트 게임에서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을 쓰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동아시아, 특히 남중국해 쪽으로 초점을 모아서 중국과 대결 구도를 만들려 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도 목소리를 내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이후 이런 미국의 압박이 우려되긴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화되자 한국은 당혹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 문제는 박 대통령과 그 정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인정해야 하고, 미국의 견제도 방어해줘야 한다. 이건 박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다. 영국 등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하는지, 시간을 두고 냉정히 바라보자.


Egil@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