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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Ⅱ] 논란 가열되는 해고와 고용의 상관관계
프랑스 경제구조 개혁 어디까지 - ② 노동시장 개혁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상드린 풀롱 economyinsight@hani.co.kr


사용자 “해고 조건 완화하면 고용 증대” vs 노동자 “실업자 증가로 경기 오히려 악화”

기업들은 항상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해고가 쉬워지면 기업이 고용을 더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10~20년 동안 각국이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고 유연성을 높여왔지만 이 때문에 고용이 늘었다는 증거는 잘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논란의 대상이다. 고용 창출을 위해 해고를 쉽게 해야 한다는 기업과 노동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노동조합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장

 

   
▲ 에어프랑스 승무원들이 2015년 10월22일 프랑스 파리에서 노조 깃발을 들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개혁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여건이 취약해지고 있다. REUTERS

프랑스 정부는 몇번째인지도 모르는 노동법 개정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유로 약세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은 미미하며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기업 사회보장부담금 감면도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고용 창출’이라는 결과를 낳지 못했다. 청년인턴제와 고용지원금제 재도입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고용창출을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단 노동법 개정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노동 규제 완화와 고용 창출의 인과관계

노동법과 실업의 인과관계는 명백하지 않다. 우선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자. 40년 전, 프랑스 노동법은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경직돼 있었다. 특히 노동시간과 계약직 고용에 대한 규제가 엄격했다. 그러나 당시 실업률은 5%를 겨우 넘는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오늘날 실업률은 10%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피에르 가타 현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의 아버지이자 그 자신 역시 MEDEF 회장을 지낸 이봉 가타는 이미 1984년 피에르 모루아의 사회당 정부에 ‘완화된 고용계약’(ENCA)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가타 회장이 제안한 새로운 형태의 고용계약은 쉽게 파기될 수 있는 계약이다. 이렇게 고용한 노동자는 기업의 종업원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사회보장부담금 증가 없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사용자들의 논리는 언제나 동일했다. 즉, 해고 조건의 완화가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986년 채택된 ‘들르바르법’(미셸 들르바르가 발의한 노동자의 표현권 및 수정된 노동법 조항에 관한 법률의 약식 명칭 -편집자)은 부문별 협약을 통해 노동법상 노동시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후 역대 정부는 노동법에 각종 예외와 완화 및 면제 규정을 추가했다. 그 결과 노동법전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두꺼워졌다. 이는 노동법이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법조항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로비를 받은 입법자들이 노동자 보호를 무력화하는 법조항을 잇따라 제정하면서 노동자 권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노동법 개정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일반적으로는 저개발 상태인 최빈국들의 기업이 유연한 해고 조건과 최저 수준의 노동자 보호만 규정한 노동법의 ‘혜택’을 누린다. 선진국 중에서 오늘날 경제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국가는 2000년대 초 이후 노동법을 가장 많이 개정한 국가들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조사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라브레프 지수’(Labref·EU의 새로운 분석 도구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노동법상·단체협약상 조항을 취합한 데이터베이스 -편집자)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0~2013년 정규직·계약직·임시직·정리해고 같은 고용보호 관련 조항만 무려 17번이나 개정했다. 참고로 영국은 18번, 이탈리아는 47번, 스페인은 39번, 그리스는 23번이나 노동법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반면 독일과 스웨덴은 같은 기간에 노동법을 6번 개정했을 뿐이다.

노동법 개정 옹호자들이 항상 모범사례로 칭찬하는 독일의 경우 사용자가 노동자를 이른바 ‘미니잡’(mini-job·월소득 450유로(약 54만원) 이하의 단시간 고용 형태 -편집자) 계약으로 고용하는 것이 예전보다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독일에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보다 훨씬 더 어렵다.

경제학자 필리프 아스케나지의 주장을 빌리면, 만약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가 정말 노동시장의 족쇄를 풀어 고용을 창출한다면 지난 40년 동안 이 모든 경직성을 하나씩 제거하려고 선진국들이 골몰해 도입한 모든 정책의 성과가 벌써 나타났어야 한다.

   
▲ 프랑수아 렙사멘 프랑스 노동부 장관이 2015년 3월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을 유심히 듣고 있다. REUTERS

그렇다면 왜 노동법 개정이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일까? 다수의 노동법 개정 옹호자들은 노동법이 아직 고용 창출에 기여할 정도로 충분히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더욱더 근본적인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리프 아스케나지는 “노동법의 경직성이 실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가 실업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 사회적 격변 이전에는 경기가 침체돼도 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되지 않았다. 오늘날 기업은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상황이 나빠지면 계약을 종료하고 그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들어 사회의 책임으로 돌려버리고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련의 유연한 계약을 가능하게 만든 노동법 개정은 실업자 증가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2013년 고용안정성에 관한 ‘사팽법’, 성장에 관한 ‘마크롱법’, 노사협상에 관한 ‘프랑수아 르사망법’이 채택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노동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2016년 채택을 목표로 통합 종업원 계정(기존에 각각 따로 관리하던 실업수당, 직업훈련수당 등 노동자 관련 각종 수당을 한 계정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 -편집자) 적용을 포함한 노동법 개정안의 연내 의회 제출을 약속했다. 게다가 기존 마크롱법을 개정한 ‘마크롱 II’ 법안도 준비 중이다.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담론은 전에 없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몇달만 해도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러 저서와 보고서가 앞다퉈 발표됐다. 우선 2015년 6월 출간된 <노동과 법률>을 공동 집필한 로베르 바댕테르 전 법무부 장관과 법학자 앙투안 리옹 카옌이 스타트를 끊었다. 바댕테르와 리옹 카옌은 공동저서에서 ‘기존 노동법령을 50개의 기본 원칙으로 단순화한 뒤 입법 절차나 노사협약을 거쳐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력화되어가는 프랑스 노동법

화룡점정은 프랑스 참사원의 사회 부문 위원장 장드니 콩브르셀이 2015년 9월 8일 마뉘엘 발스 총리에게 제출한 ‘노동법 개혁에 대한 보고서’(이하 ‘콩브르셀 보고서’)가 찍었다. 콩브르셀 보고서에는 ‘당장 2016년부터 부문별·기업별로 노사 대표가 고용·임금·노동시간·노동조건에 대한 다수 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협상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보고서의 제안대로 개혁하면 노동법은 보건의료, 노동 안전, 노동자의 존엄성 존중, EU 실정법상 주당 48시간인 법정 최대 노동시간, 전 직종 법정 최저임금(SMIC)을 포함하는 ‘사회적 공공질서’에 국한된 역할만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단체협상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노동시간 구성뿐 아니라 임금 수준도 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기업이 지금도 노동시간 구성을 사실상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콩브르셀 보고서는 임금 수준의 자유로운 협상을 처음으로 제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 다수의 임시 협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단체협약에서 결정된 정리해고 위로금보다 적은 위로금을 주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5년 10월13일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에 있는 STX조선소를 방문했다가 악수를 거부한 한 노조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의미 있는 노사대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벌써부터 단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일까? 예를 들어 기업이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면받으려면 부문별 협약이 체결돼야 하지만 단지 29개의 협약만 채택됐을 뿐이다. 그나마 고용 약속을 명시한 협약은 거의 없다.

오드 드 가스트, 미셸 노블쿠르와 공동으로 <변화의 동력: 노사대화에 의한, 공동의 미래를 위한!>을 집필한 프랑스 민주노동총연맹(CFDT) 부의장 출신 자크 봉탕은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무엇이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크 봉탕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현재의 노사 간 역학관계와 사 쪽의 완강한 태도를 고려할 때 안전장치 없이 성급히 노사협상을 시작할 경우 노동자들은 불리한 협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협약을 끌어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의 당선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 대표가 더 이상 예전과 동일한 사고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법과 단체협약 중 어느 것이 노동자 보호에 더 효과적일까? 경제학자 자크 프레시네는 이를 잘못된 논쟁이라고 평한다. “노동법을 신성시하는 담론도 논리가 결여된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바뀌면 법은 단체협약보다 훨씬 쉽게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법에, 또 때로는 단체협약에 의존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 노사 관계와 실업 수준을 고려할 때 정부가 모든 조건이 갖춰지기 전에 단기간에 법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5년 10월호(제350호)
Marché du travail: l‘obsession de la flexibilité
번역 박수현 위원

 

노동에 관한 2개의 보고서


우버 택시기사들의 사회적 기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투잡’ ‘스리잡’을 뛰며, 그에 따라 정규직·계약직 노동자에서 프리랜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갖게 됐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비임금 노동자 수는 280만명으로 2006년 이후 26%나 증가했다.

이제 노동자 10명 중 1명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그중 약 3분의 1은 ‘1인 기업’ 형태로 일한다. 사회보장기관본부(Acoss)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 ‘1인 기업’ 형태로 일하는 프랑스 노동자 수는 98만2천명에 달한다. 최근 몇달간 소기업 창업이 감소했지만 이는 분명히 상당한 수치다.

정부는 최근 2개의 보고서를 의뢰했다. 첫번째는 브뤼노 메트링 오랑주텔레콤 인적자원 담당 최고책임자(CHO)가 2015년 9월 미리암 엘 코므리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 ‘디지털 전환과 노동에 대한 보고서’로, 개인에게 귀속되는 각종 권리의 기반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장차 도입될 통합 종업원 계정 제도의 강화로 귀결된다. 2015년 7월 발효한 노사협상에 대한 법률에 따라 2017년 1월1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개인이 이직을 하든, 실직 상태에 있든 이전 일자리에서 자신이 획득한 점수를 그대로 새 직장으로 이전하고 직업훈련 및 실업수당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메트링 보고서는 또한 임금노동자의 개념을 미약한 자율성을 향유하는 프리랜서나 사실상 다른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유한책임 사원에까지 확대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메트링 CHO는 노동시간을 물리적 시간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더 이상 적합한 기준이 아니며 노동에 대한 부담까지 포함해 노동시간을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가 작성한 ‘노동, 고용, 디지털에 대한 보고서’로 2015년 12월 발표될 예정이다. 브누아 튀욀랑 CNNum 위원장에 따르면, 디지털 혁명은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가 아니며, 앞으로 디지털 혁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수가 창출된 일자리 수를 능가할 것이다. 따라서 ‘생존 소득’같은 제도를 도입해 개인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노동계약은 더 이상 동시에 여러 직업을 수행하는 개인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트링 보고서와 CNNum 보고서는 ’코므리I 법’과 ’마크롱 II 법’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프랑스 경제를 혁신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마크롱 II 법은 2016년에 의회 검토를 끝내고 입법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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