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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Ⅰ] 국유기업 개혁의 이정표 된 레노버
류촨즈 레노버 회장의 특별한 개혁- ③ 소유제 개혁과 상장, 그 후…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왕신츠 외 economyinsight@hani.co.kr


상장 통해 장기 성장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자들 확보…

중국 최고 민영기업으로 우뚝

류촨즈 회장의 국유기업 개혁 역량은 레노버그룹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상장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먼저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개혁에 방해가 되는 국유자본을 피했다. 레노버홀딩스의 사업 방식은 물론 기업의 장기 성장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자로 한정했다. 자연스럽게 투기성이 짙은 중국 A주 시장보다는 기업 가치에 초점을 둔 홍콩 H주의 문을 두드렸다. 류촨즈 회장의 노력으로 레노버는 국유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중국에서 가장 특별한 민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왕신츠 王歆慈 왕루이 王瑞 <차이신주간> 기자

   
▲ 류촨즈 회장의 노력으로 레노버는 국유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중국에서 가장 특별한 민영기업으로 우뚝 섰다. 2015년 3월 홍콩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첫 선을 보인 레노버의 태블릿PC. REUTERS

2004년 중국과학원이 내놓은 ‘사회화개혁’ 방안과 함께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화개혁’이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소가 설립한 수많은 신생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민간자원을 이용해 기업의 성장을 돕고 과학원은 기초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레노버는 중국과학원 산하 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닝민 레노버 수석부사장은 “레노버그룹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지분이 사회화개혁 대상에서 제외되면 이는 의미 없는 개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합의점을 찾은 중국과학원과 레노버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새로운 투자자는 레전드홀딩스의 향후 성장에 도움이 되고 중국과학원과 레전드홀딩스 경영진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자본이어야 했다. 외국자본은 불가능했다. 외국자본은 국내 투자 활동에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국유자본 역시 곤란했다. 국유자본을 영입하면 사회화개혁의 의미가 사라진다.

류촨즈 레노버그룹 창업자이자 그룹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 민영기업협회인 ‘태산회’(泰山會)의 회원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루즈창 차이나오션와이드 회장을 찾아갔다. 루즈창 회장은 류촨즈 회장의 지원 요청을 바로 수락했다. 그만큼 레노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2009년 9월8일 차이나오션와이드는 27억5500만위안(약 5100억원)을 투자해 레전드홀딩스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과학원 지분이 65%에서 36%로 내려갔다. 여전히 최대주주였지만 우리사주조합 지분 35%와 차이나오션와이드의 지분 29%는 거의 대등한 구도를 형성했다.

그 뒤 레전드홀딩스는 상장을 추진했다. 류촨즈 회장은 레노버의 기업분할을 추진할 때부터 레전드홀딩스의 상장을 생각했지만 그 전에 지분 구조 개혁부터 완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0년과 2012년 레노버 우리사주조합을 기반으로 한 유한책임조합(LLP)인 롄츠즈위안(聯持志遠)과 롄헝융신(聯恒永信)이 설립됐다. 전자는 15개 유한책임기업(레노버 우리사주조합원 618명 포함)이, 후자는 롄헝융캉(聯恒永康)과 4개 유한책임기업(레전드홀딩스 직원 127명 포함)이 주축이 됐다. 롄헝융신은 차이나오션와이드로부터 레전드홀딩스 지분 8.9%를 양도받았다.

2014년 레전드홀딩스는 주식유한공사로 변모했다. 자본금은 20억위안(약 3700억원), 발기인은 중국과학원 산하의 CAS홀딩스(36%)와 롄츠즈위안(24%), 차이나오션와이드(20%), 롄헝융신(8.9%)이었다. 그 밖에도 류촨즈 회장(3.4%)과 주리난(2.4%), 닝민(1.8%), 천샤오펑(1%) 등 이사진 그리고 황샤오캉 바이리훙홀딩스(百利宏控股遊俠公司) 회장(1.5%)도 약간의 지분을 보유했다.


기업 가치 중시하는 홍콩 H주 노크

지금의 레전드홀딩스는 1994년 레노버가 상장했을 때처럼 어리숙하지 않았다. 이번 상장은 자금 조달과 회사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다. 상장 지역을 선택하는 문제를 두고 류촨즈 회장은 국내 A주 시장과 홍콩 H주 시장을 동시에 고려했다. 이번 기업공개(IPO)의 책임자인 닝민 부사장은 “레드칩(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이 최대주주인 우량기업의 주식 -편집자) 방식으로 해외 상장을 건의하는 기관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드칩 방식은 처음부터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홍콩 H주에 상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관투자자 중심인 홍콩 시장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초점을 두고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개인투자자 중심인 국내 A주 시장은 주가가 정부 정책과 산업 동향에 의존하며 투기 현상과 주식투자자의 도박 심리가 심각했다.

또 다른 이유는 레전드홀딩스의 자산에 대한 분할 상장 가능성 때문이다. 닝민 부사장은 레전드홀딩스 산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자본시장에서 장기적인 투자 경로를 마련하려면 홍콩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류촨즈 회장의 일하는 방식은 사전에 전략을 수립하고 예상 가능한 상황별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레전드홀딩스의 상장을 오래전부터 준비했지만 마지막 기업공개를 앞두고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30년 넘는 역사를 걸어온 기업이 상장하려면 여러 역사적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야 했다. 또 레전드홀딩스가 투자, 부동산, 농업, 금융, 현대적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사업을 포괄한다는 것은 통과해야 할 심사와 허가 절차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류촨즈

   
▲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10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촨즈 회장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양위안칭을 CEO로 영입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REUTERS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우량사업만 추려 분리한 뒤 상장의 주체로 삼고 상장 과정에서 장애가 될 요인은 비상장 사업체로 돌린다.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와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이 이런 방식으로 상장했다. 그러나 레전드홀딩스는 사업부 전체를 상장했다. 기존 업무를 유형별로 관리 기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했고 계속 늘어나는 신규 사업은 요구 조건을 설정했다. 기한을 정해두고 사업이 공시 요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해당 사업을 상장 이후로 보류했다.

기초투자자 선택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레전드홀딩스는 기본 요건을 제시했다. 먼저 레노버홀딩스의 사업 방식과 인적자원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장기 성장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자로 한정했다.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불문하고 레전드홀딩스의 향후 사업과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최종 확정된 기초투자자 명단에는 과거 레노버와 협력한 낯익은 이름이 많았다. 예를 들어 투자자 명단에 오른 젠파그룹(建發集團)의 경우 레노버가 처음 모바일 업무를 시작할 때 젠파그룹의 자회사이던 화샤전자(華夏電子)를 인수했다.

2015년 4월 말 레전드홀딩스는 기초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로드쇼를 열어 기업분석보고서를 내고 공모가격 구간도 발표했다. 레전드홀딩스는 업무 모델과 구조가 복잡해서 기초투자자와 충분하게 소통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식 로드쇼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에 대해 닝민 부사장은 “그때는 시장 상황이 지금과 달라서 A주 시장이나 H주 시장 모두 상승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레노버홀딩스 직원들은 상장을 앞두고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레전드홀딩스의 상장을 며칠 앞두고 A주 시장이 폭락해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에서 2천개 이상의 종목이 거래 중단됐다. 시장 구제를 위한 각종 대책이 발표됐지만 주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 레노버홀딩스의 상장 당일에도 A주 시장에서는 1500개 이상의 종목이 하한가까지 떨어져 거래가 중단됐다. 다행히 홍콩을 선택했고 기초투자자들의 협조 덕분에 레노버홀딩스는 주가 폭락 사태 속에서 고비를 넘겼다.

상장 첫날과 현재의 주가가 레전드홀딩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류촨즈 회장 개인의 명성도 크게 기여했다. 물론 앞으로 더 훌륭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레전드홀딩스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2014년 매출이 2894억위안(약 53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41억6천만위안(약 7700억원)이었다. 한 해외투자기관 펀드매니저는 “레노버홀딩스의 자산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훌륭한 실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국내 상황에 익숙한 투자자에게 류촨즈라는 개인의 브랜드는 가점이 되었지만 결정적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전드홀딩스의 특수한 위치와 장기간 레노버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계 기관투자자들이 적극 참여한 덕분에 레전드홀딩스의 최종공모 가격이 높아졌지만 실적에 민감한 외국 기관투자자의 처지에서 보면 IPO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레노버는 오랫동안 크고 작은 범위 내에서 개혁을 준비했고 창업자의 정치적 또는 사업적 지혜 덕분에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모자를 벗고 경영진과 직원이 지분을 소유하는 민영기업으로 변모했다. 지금의 레노버를 만들어준 기반은 소유권 제도 개혁이었다. 국유기업의 신분에서 벗어난 레노버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됐다. 여러 민영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추었다.

20년 넘게 진행된 레노버의 개혁은 이제 끝났을까? 류촨즈 회장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회사 입장에서 기업공개는 하나의 이정표가 됐지만 기업의 성장과 전환이 끝나는 종착지는 아니다. 2015년 71살인 류촨즈 회장에게 레전드홀딩스의 이번 상장은 2차 창업의 성공을 의미했다. 그는 상장을 계기로 레전드홀딩스의 깃발을 주리난을 비롯한 경영진에 넘겼다. 앞으로는 부인, 형제들과 자주 만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계획이라고 한다.

류촨즈 회장은 언변이 뛰어났지만 정치적으로는 신중했다. 2013년 “사업만 얘기하고 정치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국유기업 개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사람들은 국유기업과 본인이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정말 상관이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각종 우려에 대해 류촨즈 회장은 “부패를 즉각 없애지 못하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첫째는 안전, 둘째는 정부의 무능, 셋째는 언행불일치다. 부패를 없애고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하면 중국 경제와 중국 기업은 활기가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15년 30호
柳傳志和他的非典型改制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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