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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Ⅰ] 국유기업 개혁에 몸바친 ‘중관춘의 대부’
류촨즈 레노버 회장의 특별한 개혁- ① 지주회사 레전드홀딩스의 상장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왕신츠 외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레노버가 민영화를 완료했다. 100% 국가 소유였던 지분을 정부, 종업원, 투자자에게 적절하게 배분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 국유기업 민영화의 성공 모델이다. 이처럼 민영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레노버 창업자이자 지주사인 레전드홀딩스의 회장 류촨즈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20여년에 걸친 꾸준한 혁신과 개혁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이뤄낸 것이다. 류촨즈 회장이 중국 기업인들에게 존경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_편집자

중국 IT산업의 개척자 류촨즈…
레노버와 지주사 상장으로 국유기업 민영화 성공 모델 완성

레노버그룹의 창업자이자 그룹 지주회사 레전드홀딩스의 회장인 류촨즈는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류촨즈 회장은 40살인 1984년 자본금 3700만원으로 레노버를 설립해 지금은 시가총액이 3조6천억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키웠다. 무엇보다 국유기업 개혁에 앞장섰다. 그는 레노버에 이어 2015년 6월에는 레전드홀딩스마저 상장시킴으로써 일생의 숙원인 국유기업 개혁을 완성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왕젠린 완다 회장 등 중국의 거물 기업인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유다.

왕신츠 王歆慈 왕루이 王瑞 <차이신주간> 기자


류촨즈 레노버그룹(聯想集團·Lenovo) 창업자이자 그룹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聯想控股·Legend Holdings) 회장은 올해 71살이다. 중국에서 1980년대에 창업한 뒤 지금까지 일선에서 활약하는 기업인은 많지 않다. 류촨즈 회장과 같은 해에 태어난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과 그보다 5살 적은 하이얼그룹 장루이민 이사회 의장을 제외하면 80살의 고령으로 재창업에 나선 추스젠 전 훙타그룹(紅塔集團) 회장 정도다.

이 때문에 2015년 7월7일 레전드홀딩스의 상장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류촨즈 회장은 각별한 예우를 받았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 왕젠린 완다그룹(萬達集團) 회장 등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중국 베이징에 모여 노장의 성공을 축하했다. 전 미국 재무장관 헨리 폴슨과 에이서(Acer)의 창업자 스전룽도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개혁·개방의 증인이자 실천가인 류촨즈 회장 앞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

특히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레노버가 ‘중관춘(중국판 실리콘밸리 -편집자)의 살아 있는 전설’이고 류촨즈 회장은 ‘중관춘의 대부’라며 세번 허리를 굽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레이쥔이 한때 몸담았던 킹소프트(金山軟件·Kingsoft)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레노버가 400만달러(약 47억원)를 투자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지도 모른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류촨즈 회장을 “사상과 행동력을 갖춘 남다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중국에서 류촨즈 회장처럼 평안하고 무탈하게 일생을 보낸 기업인이 몇명 안 된다면서 본인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류촨즈 회장이 2015년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지주회사 레전드홀딩스 상장 축하연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 뉴시스

중국 기업인들이 살아온 인생의 굴곡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말에 공감할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는 <볼테르전>에서 “대문호 볼테르가 장수한 것 자체가 그의 역량”이라며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게 존경을 표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류촨즈 회장도 존경과 영예를 누릴 나이가 됐다. 그는 100% 국유기업이던 레노버를 개혁해 민영기업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중국 기업이 개혁을 원했지만 대부분 시작도 하지 못했거나 도중에 주저앉았다. 그 때문에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진 기업도 있고 감옥살이를 한 기업인도 있다.

류촨즈 회장은 경영진과 직원을 위한 배당권을 받아냈고 배당권을 이용해 회사 지분의 35%를 인수했다. 12년 전부터 레전드홀딩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했다. 2009년 루즈창 차이나오션와이드(中國泛海·China Oceanwide) 회장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2011년 차이나오션와이드는 일부 지분을 레전드홀딩스 경영진에 양도했다. 그리고 2015년 6월29일 레전드홀딩스는 마침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자본금 3700만원서 시총 3조6천억원으로

과거 전체 지분을 갖고 있던 중국과학원이 29.05%의 지분을 확보했고 레전드홀딩스 우리사주조합이 27.93%, 3대 주주인 차이나오션와이드가 16.98%를 보유했다. 레전드홀딩스의 2015년 7월29일 종가 34.85홍콩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중국과학원이 처음 레노버에 투자한 20만위안(약 3700만원)은 100만배 이상 늘어나 현재 시가총액은 238억5100만홍콩달러(약 3조6천억원)로 불었다. 일부 초과배정옵션을 행사한 뒤 류촨즈 본인의 지분은 2.89%, 주리난·닝민·황샤오캉·천샤오펑·캉쉬둥 등 레전드홀딩스의 임원 5명이 각각 0.85%에서 2.04%를 보유했다. 모두가 승리한 결과였다.

류촨즈 회장은 늘 기업의 주인을 찾아줄 방법을 고심했다. 이는 소유권에 대한 문제였지만 소유권 문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미국과 같은 주주자본주의 체제에서 상장사는 대부분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장기적 성장이 아닌 단기실적에 치중한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가족기업은 가족의 운명과 기업을 분리하지 않고 운명공동체로 간주했다. 그는 창업 1세대가 물러난 뒤 직원들의 세대 교체를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레노버를 가족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해답을 찾았다.

이는 레노버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어쩌면 최종 답안이 아닐 수 있다. 레노버와 류촨즈 회장이 22년 동안 고심한 끝에 찾아낸 답안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에서 다소 특별한 사례일 것이다. 그동안 국유기업 개혁은 각종 이론과 제도 사이에서 흔들렸고 명확하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초기에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나 기업에 분산하는 ‘공장장책임제’를 도입했다. 이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주식제 개혁’, 경영진 인수(MBO·기업이 내부의 사업부나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회사 내에 근무하는 경영진과 임직원이 중심이 돼 이를 인수하는 것),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자율경영을 실시하려는 ‘소유제 개혁’, 그리고 중국공산당 제18기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한 ‘혼합소유제 개혁’에 이르기까지 개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국유자산의 유실 우려로 인해 국유기업 개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중소형 국유기업은 개혁을 마쳤는데도 유명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형 국유기업은 외부에 알려질 경우 각종 저항에 부딪힐 것을 염려해 남몰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조용히 추진할수록 여론과 외부에서 각종 억측이 난무해 중도에 포기하고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개혁에 실패한 국유기업은 대부분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전업체 커룽(科隆·KELON)이나 춘란(春蘭), 제약업체 싼주제약(三九製藥) 등 한때 승승장구하던 국유기업들이 그랬다.

이제 ‘혼합소유제 개혁’이 공산당과 정부의 공식 문건에 이름을 올렸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법은 기업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국유기업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22년 전보다 진전된 것이 없다. 그 때문에 레노버가 걸어온 길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다른 기업과 달리 레노버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혁을 추진했다. 무엇이 오늘의 레노버를 만들었을까? 닝민 레전드홀딩스 수석부사장은 “개혁이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개혁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레노버는 없었을 것”이라며 “류촨즈 회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레노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5년 6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류촨즈 레노버그룹 회장이 레전드홀딩스의 상장을 알리는 징을 울리고 있다. 신화 뉴시스

2015년 7월2일 류촨즈 회장은 “레노버는 상황이 특수했고 지금까지 걸어온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진보적 성향의 ‘시어머니’ 중국과학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둘째, 경제와 산업이 급성장하는 시대를 만났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 스스로 노력한 덕분이었다. 사실이 그랬다. 행운이 따랐다고 하지만 류촨즈 회장의 이 말은 앞으로 개혁을 시도하게 될 중국 기업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2015년 7월7일 열린 축하연의 주제는 ‘힘을 비축하며 기다리고 실력을 연마해 전진한다’(蓄勢而發 砥礪前行)였다. 2003년 레노버그룹에서 레전드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뒤 류촨즈 회장은 사무실 책상에 황소상을 올려놨다. 황소상의 받침대에는 힘을 비축한다는 뜻의 한자 ‘축세’(蓄勢)가 새겨 있다. 류촨즈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지난 30년 동안 레노버가 걸어온 길은 ‘축세’라는 두 글자로 압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힘을 비축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일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돌파구를 발견한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준비하며 기회를 엿봐야 하고 기회가 왔을 때는 그간 축적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류촨즈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이 모든 상황을 겪었다.


정부, 종업원, 투자자 모두 만족시킨 민영화

1984년 11월 류촨즈 회장과 동료 10명은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에서 받은 20만위안을 손에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컴퓨팅기술연구소의 한쪽 20m² 남짓한 사무실에서 레노버의 원형인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 신기술발전공사를 설립했다.

창업 뒤 4년 동안 류촨즈 회장은 일에만 몰두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일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했다”고 한다. 1940~50년대에 태어난 1세대 기업인들은 대부분 국가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과 고난을 인내하는 강인함을 갖고 있다. 언제나 일이 가장 중요했고 개인적 보상은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1988년 대학 졸업생 58명을 신입직원으로 채용한 다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직원들은 결혼하기 위해 집을 장만해야 하는 등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그때부터 류촨즈 회장은 직원들의 이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91년 레노버에 입사한 닝민 수석부사장은 창업 초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레노버는 해마다 생사의 고비를 겪었다. 류촨즈 회장도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 같았다. 배가 육지에 도착하면 선주는 배에 있는 성과를 가져가고 선장인 나는 품삯을 받았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순간을 지탱하는 것은 우리였다”고 말했다. 이런 레노버에서 인력자원의 장기적 성장을 이끌어주는 동력이 무엇일까? 류촨즈 회장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레노버뿐 아니라 1980년대 후반 중관촌에서 유명했던 신흥 기업들, 예를 들면 1984년 같은 해 설립된 정보기술(IT) 업체 쓰퉁그룹(四通集團·STONG) 역시 비슷한 곤경에 빠졌다. 당시 쓰퉁그룹을 이끌던 완룬난은 공동으로 주식제를 도입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1987~88년 우징롄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이 쓰퉁그룹을 조사한 뒤 쓰퉁그룹을 주식제 개혁의 성공 사례로 만들고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밀고 당기는 사이 계획은 좌초되고 말았다.

ⓒ 財新週刊 2015년 30호
柳傳志和他的非典型改制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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