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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특집] 다시 고개 드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
나 홀로 호황 부동산 시장- ① 상승세 어디까지 갈까?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부동산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정부의 정책 의지, 유례없는 초저금리, 가중되는 전세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뿐 아니다. 과거와 달리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활황을 이끌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아예 주택 매입에 나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곳곳에 가격 상승 요인이 널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을 제외한 국내 경기가 극히 좋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만 질주하는 나 홀로 호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_편집자

정부 부양책과 저금리로 상승세 뚜렷…
2~3년 뒤 수십만 가구 입주하면 공급과잉 우려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5년 들어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주택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불과 1~2년 전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고 본 전문가들을 비웃는 듯하다. 정부의 ‘집값 띄우기’ 정책이 지속되는데다 1%대 저금리 기조가 더해지면서 당분간 부동산 호황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길게 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 미국의 금리 인상, 인구구조 등 악재 요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연기 부편집장

   
▲ 2015년 10월 초 방문객들이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 엘시티더샵’의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이 아파트 84층 펜트하우스의 3.3m²당 분양가는 7천만원에 육박해 전국적으로 역대 가장 비싼 분양가다. 뉴시스

2015년 10월8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엘시티더샵’ 견본주택 앞은 개관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다. 이날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5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꼭대기층(84층) 펜트하우스 2가구(분양면적 320.85m²·97평형)의 분양가가 무려 67억9600만원에 이른다. 3.3m²(평)당 분양가는 6989만원으로 7천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역대 가장 비싼 아파트 분양가다. 계약금(분양가의 10%)만 6억7천여만원으로 웬만한 아파트값을 넘는다. 나머지 펜트하우스 4가구(분양면적 316.67m²·95평형)의 분양가도 45억600만~49억8600만원으로 3.3m²당 4695만원을 웃돈다. 해운대 엘시티더샵 전체 882가구의 평균 분양가도 3.3m²당 2730만원으로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높다.

엘시티더샵의 분양가가 비싼 이유는 해운대 백사장이 가깝고 해수욕장부터 동백섬·마린시티·광안대교까지 펼쳐진 조망권이 우선으로 꼽힌다. 시행사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물론 수도권이나 중국 등 해외 투자 수요까지 노리고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특히 펜트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와 비교 대상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열풍과 조망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라며 입주 시점에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질 경우 미입주와 해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분양 열풍과 전셋값 급등으로 촉발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114’의 집계를 보면 최근 1년(2014년 9월~2015년 9월) 사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4.03% 올랐다. 2014년 9월 서울 지역 아파트 시가총액이 660조3천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동안 집값 상승만으로 26조6천여억원의 가치가 증가한 셈이다. 12.32%나 뛴 대구의 오름세가 가장 가팔랐고, 경기 김포·광명·하남·군포·안산 등이 5% 이상 뛰었다.


2000년 이후 아파트 분양 최대 규모

이러한 훈풍을 타고 신규 주택 인허가와 분양 물량 지표가 일시에 상승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호황으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이뤄지면서 주택 인허가가 폭증하고 있다. 2015년 주택 인허가가 연평균 주택 수요(39만가구)를 80% 초과하는 70만가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5년 들어 9월 말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51만8185가구로 2014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2% 급증했다. 2015년 1~9월의 인허가 물량이 2014년 전체 인허가 건수(51만5251가구)를 이미 웃돌았다.

건설사들이 2015년 하반기 들어 아파트 분양을 더욱 늘리고 있어 2015년 한해 전체 인허가 물량이 70만가구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7년 이후 인허가 물량이 70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1990년(75만가구) 한해뿐이다.

인허가 증가는 곧장 착공·분양 실적 증가로 이어진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9월 주택 착공 실적은 전국적으로 41만2046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 28만2604가구보다 45.8% 증가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21만7263가구로 전년 11만5328가구의 두배 수준에 이른다.

아파트 분양은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동산114의 분양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들어 9월까지 분양 물량은 33만8674가구로 2014년 전체 분양 물량(33만854가구)을 넘어섰다. 부동산114는 2015년 분양 물량이 47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11~2014년 연평균 분양 물량인 28만4천가구에 비해 18만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실수요가 이끄는 부동산 호황

   
▲ 정부의 ‘집값 띄우기’ 정책이 지속되는데다 1%대 저금리 기조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단지. 뉴시스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이어가자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올랐다. 특히 2015년 4월1일 수도권 민간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분양가 상승 움직임이 거세다. 2016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분양가 인상 움직임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분양가는 1분기(1~3월) 928만원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2분기(4~6월)에는 963만원, 3분기(7~9월)에는 999만원까지 올랐다. 앞으로 분양을 앞둔 4분기(10~12월)에는 1531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경쟁률도 호조세다. 2015년 9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18.9 대 1로 2009년 1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분양 때마다 수만명이 몰려 경쟁률이 최고 300 대 1까지 치솟는 지역도 있다.

부동산 시장은 대개 수급·정부정책·금융(금리)·경기·인구구조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호황은 무엇보다 사상 유례없는 전세난 속에 주택 공급 부족, 정부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마디로 시장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고루 갖춰진 셈이다. 과거에 투기적 수요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과 달리 지금은 실수요가 움직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부터 네차례나 기준금리가 내린데다 담보대출 규제까지 풀리다보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유동성의 힘을 빌려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셋값 폭등에 떠밀린 세입자들이 빚을 내 분양 시장이나 주택 구입에 나섰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16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수급 측면에서 여전히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주택도 상품인 만큼 수요·공급의 원칙이 작동하며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현재 주택 공급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통계는 국토부의 주택 인허가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과 집값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대체로 집값이 급등하기 2~3년 전 주택 인허가 건수가 평년보다 적었다고 지적한다.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주택 인허가 실적은 50만7172가구다. 2013년 주택 인허가 실적이 44만116가구로 평균보다 적었고, 2014년은 51만5251가구로 평균을 소폭 웃돌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를 받고 2~3년 뒤 주택이 완공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공급 부족이 2015년과 2016년의 집값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 물량은 공급 과잉 논란이 일고 있지만 입주 물량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2016년까지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6만가구에 이르는 반면 입주 물량은 절반인 3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정책도 부동산 시장에 우호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한 규제를 속속 풀면서 ‘집값 띄우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주택 취득세율 인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거래 활성화 대책을 대거 발표했다. 2015년 들어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해 1순위 청약 자격 확대, 재건축·재개발 기준 완화 등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만한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지금의 부동산 호황이 꺾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5년 10월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당장은 집값의 추가 상승을 점쳐도 길게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급과 정부 정책 면에선 집값 상승 여력이 충분하지만 경제 여건, 금리, 인구구조 등 집값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 요인을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에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우선 지금의 초저금리도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반대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수급 등 미시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2016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거시적 측면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승 기조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도 좋지 않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데다 중국 경제 둔화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다.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도 부동산 시장에 악재다. 여기에 그동안 부동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정부가 집값이 치솟으면 언제 규제의 칼을 빼들지 모른다. 당장 2016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된다. 지금은 거래와 분양이 잘돼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악재 요소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일단은 금리 동결로 현재의 분위기와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거래량이 서서히 줄어들고 치솟은 분양가 부담 등의 영향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7~2018년쯤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폭락 사태도 우려된다. 아파트는 분양이 먼저 이뤄지고 2~3년 뒤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따라서 앞으로 2~3년 뒤 신규 아파트 입주가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미입주와 해약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입주 본격화할 2017년 집값 하락 가능성

부동산 업계는 2007년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공급 과잉, 미입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악순환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2013년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연평균 주택 수요를 39만가구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2014년 50만가구가 인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5년에도 70만가구가 추가로 인허가된다면 2017년 이후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최근의 주택 수요를 감안할 때 연간 인허가가 70만가구에 달한다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2~3년 뒤 이들 주택이 완공될 시점에 그만큼의 수요가 뒤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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