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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실속폰 루나, 단말기 독과점 구조 흔들까
변화의 전기 맞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김재섭 economyinsight@hani.co.kr

 
성능과 브랜드보다 가격과 편의성 중시하는 트렌드…
단말기 보급 주도권도 이통사로 넘어갈 듯

40만원대의 실속 스마트폰 ‘루나’의 기세가 무섭다. 성능과 브랜드보다 가격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하루 평균 2천대 이상 팔리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실속형 위주로 옮겨가는 추세다. 루나의 돌풍은 여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독과점 상태의 시장구조 때문에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야 했던 국내 소비자들도 이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한겨레> 경제부 기자

 

“정확한 판매량을 말씀드릴 수는 없고, 그냥 하루 평균 2천대 정도씩 나간다는 말로 대신할게요. 출시 뒤 6개월 안에 6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가 2015년 10월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 ‘루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홍선(55) TG앤컴퍼니(TG&Co.) 대표가 2015년 10월 12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밝힌 ‘루나’(LUNA) 판매 상황이다. 그는 “1차분 3만대가 보름 만에 소진되면서 한때 수급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중국 국경절 연휴가 끝나 폭스콘이 생산을 재개하면서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루나가 잘나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 그의 목표대로 6개월 안에 루나가 60만대 팔린다면 그동안 실속 스마트폰(일반적으로 출고가 45만원 이하짜리)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삼성전자의 ‘갤럭시 그랜드 맥스’(출고가 31만9천원) 이상의 대박을 치는 셈이다.

루나는 2015년 9월 출시된 출고가 44만9천원짜리 SK텔레콤 가입자 전용 스마트폰이다. TG앤컴퍼니가 대만 훙하이 그룹과 함께 기획했고, 훙하이그룹의 국외 법인인 폭스콘이 중국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풀HD 디스플레이, F1.8 조리개의 800만화소급 전면 카메라, 3GB 메모리를 갖췄고 기기 전체를 메탈 소재로 감쌌다. ‘아이폰6급 성능과 디자인을 갖췄으면서 가격이 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속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주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월15일부터는 SK텔링크와 CJ헬로비전 등 SK텔레콤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용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루나는 2015년 9월4일 출시됐다. 그런데 TG앤컴퍼니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배경 및 루나의 개발 철학과 특징 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는 한달 이상 지난 10월 12일에 열렸다. 일반적으로 이런 기자간담회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하거나 출시일에 하는 게 보통이다. TG앤컴퍼니 쪽은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한 배경에 대해 “루나의 탄생 배경과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대표가 직접 공식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 가격과 사용자 편의성이 강점

   
▲ 고객들이 스마트폰 전문 매장에서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사용자 편의성과 합리적 가격을 스마트폰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뉴시스

이홍선 대표는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걸 보니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소비자를 설득하는 우를 범하고 있더라. 고객이 찾는 제품을 내놓으면 먹힐 것 같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의 아들로, 삼보컴퓨터·나래이동통신·두루넷의 대표이사를 거쳐 2011년 TG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동안은 6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해왔다.

이 대표는 루나의 개발 철학을 ‘빼기’라고 설명했다. ‘뭘 추가할까’보다 ‘뭘 뺄까’를 먼저 생각하며 최적화와 간편화를 추구했고 이를 통해 가격을 낮췄다. “빅데이터 기법으로 3년 동안 1500만개의 스마트폰 관련 블로그·동영상·뉴스 등을 분석했다. 빈도수에서 ‘메탈 소재’, ‘생폰’(케이스 없는 상태),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가 떠오르는 것을 찾았다. 또한 첨단 기능과 기존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지고, 합리적인 가격과 사용의 편리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런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루나를 개발했다. 후속 제품도 최적화와 간편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앱을 하나라도 더 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우리는) 꼭 필요한 몇가지만 깔고 나머지는 모두 빼버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고객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한데, 그래서 고객들의 의견을 듣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점에 있는 콜센터를 ‘보물’처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K텔레콤에 루나 스마트폰을 제안할 때 ‘스카이’ 노릇을 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후속 스마트폰도 국내에서는 당분간 SK텔레콤 이동통신망 전용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스카이란 SK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 조달하던 휴대전화 브랜드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형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SK텔레콤의 협상력을 높이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

루나는 출시 전부터 SK텔레콤의 ‘특별대접’을 받았다. 이름도 모르는 스마트폰에 대해 예약가입을 실시하고 사은품까지 내걸었다. 유통점에 ‘루나 좀 많이 팔아달라’고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아이폰·갤럭시 시리즈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제외한 실속 스마트폰에 대해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SK텔레콤 쪽은 루나에 대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 공격적인 물량을 주문했고, 단말기 지원금도 공격적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연히 SK텔레콤이 루나 마케팅에 전례 없는 공을 들이는 배경을 두고 “SK텔레콤이 국내 중소 제조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을 디자인한 뒤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의 새로운 저가 스마트폰 수급 채널을 만들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는 등의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난무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SK텔레콤이 제조사에 빼앗긴 단말 기 주도권을 되찾고 가격협상력 등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루나를 띄우는 것 같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급기야 “SK그룹의 오너가 TG앤컴퍼니 쪽에 지분 투자를 했다더라”와 같은 ‘억측’(이홍선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지분 구도를 밝힐 수 없다고 하면서 더욱 확대)까지 제기되자, SK그룹 쪽이 조심스레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루나는 한때 ‘최태원폰’으로 불리기도 했다.

SK그룹 쪽의 배경 설명을 들어보면, 최태원 회장은 대만 훙하이정밀을 중국 시장 진출의 파트너로 꼽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훙하이그룹은 대만의 세계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로 ‘대만의 삼성전자’라고 불린다. 이 업체의 중국법인인 폭스콘이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주요 계열사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이후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궈타이밍 훙하이정밀 회장을 만났는데, ‘중국 시장은 중국 정서로 접근해야지 한국적 시각으로 공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 둘은 서로 사업 파트너가 되기로 뜻을 같이하고, 최 회장은 비밀리에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훙하이정밀과 협력할 사업 아이템을 찾으라고 지시했다.”(SK 관계자)

최 회장은 2014년 7월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해 에스케이씨앤씨(SK C&C) 지분 4.9%를 팔았는데, 이를 궈타이밍 회장한테 넘겨 두 그룹을 지분을 나눠가진 사이로 발전시켰다. 2014년 9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궈타이밍 회장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최 회장을 면회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출소 뒤 첫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대만을 들러 궈타이밍 회장을 만났다.


단말기 보급 주도권 이통사로 넘어가나 

   
▲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구글의 실속형 스마트폰 ‘넥서스5X’가 2015년 10월 말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됐다. 뉴시스

그동안 SK 계열사 가운데 훙하이정밀과 사업 협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곳은 SK C&C다. 2015년 8월 지주회사에 합병된 SK C&C는 훙하이정밀의 중국 공장을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더스트리 4.0’ 기준에 맞는 ‘스마트팩토리’로 개선하는 사업을 기획해, 훙하이정밀과 ‘FSK홀딩스’란 이름의 합작법인까지 만들었다. 합작법인은 훙하이정밀의 중국 공장 가운데 한곳을 골라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킨 뒤 훙하이의 다른 공장과 다른 중국 기업의 공장으로 확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루나는 최 회장의 지시로 이뤄지는 SK 계열사와 훙하이정밀의 두번째 협력 사업이자, 훙하이정밀이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SK C&C 쪽에 맡긴 것에 대한 품앗이인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제품을 착한 가격에 가입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SK텔레콤과 소비자 쪽에도 나쁘지 않다.

“두고 봅시다. 곧 1위 이동통신 사업자가 중국산 스마트폰 수입에 앞장섰다는 역풍이 일 겁니다.” 국내 대형 제조사 임원이 루나를 두고 한 말이다. SK텔레콤이 루나 판매에 공들이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직은 판매량이 얼마 안 돼서 그렇지, 20만대 내지 30만대를 넘어서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도 이를 알고 있을 테니 물량 조절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제조사 임원은 “TG앤컴퍼니가 왜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루나의 개발 철학 등을 강조했겠느냐. 국내 중소업체가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해 루나가 중국산이라는 것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쪽은 “그런 논리라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베트남산 스마트폰이고, 아이폰도 중국산이라고 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이홍선 대표도 “루나 후속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역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기능을 덜어내 가볍게 하면서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루나가 1회성 이벤트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SK텔레콤과 제조사 간의 단말기 주도권 싸움이 루나를 통해 다시 불붙는 모습이 역력하다.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이 ‘SK텔레텍’이란 자회사를 통해 휴대전화를 조달할 때만 해도 SK텔레콤이 휴대전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디자인, 출시 시점, 가격, 마케팅 기법, 물량 등을 주도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수직 계열화로 인해 시장이 왜곡된다’는 비판까지 무릅쓰며 SK텔레텍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SK텔레텍을 팬택에 넘기고, 이어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SK텔레콤은 단말기 주도권을 놓쳤다. 가입자들이 아이폰·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을 좇아다니는 모습이 짙어지면서 제조사에 끌려다니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동통신사가 고객이고, 고객이 갑”이라는 제조사들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SK텔레콤이 새 전략 스마트폰을 더 빨리, 더 많이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로비’를 해온 게 사실이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에 알뜰 소비 분위기가 확산돼 실속 스마트폰을 찾는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다시 역전되는 모습이다. 이동통신사가 알뜰 소비 확산을 명분으로 실속 스마트폰 공급을 늘리면서 제조사들이 집중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이 힘을 잃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을 마구잡이로 들여오기는 부담스럽다. 이동통신사 쪽에서 보면, 국내 중소기업을 앞세우는 루나 모델이 제격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껏 불붙은 ‘가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전’의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는 이름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신제품이 일제히 출시돼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엣지플러스’와 ‘갤럭시노트5’, LG전자의 ‘브이텐’(V10), 애플의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 구글의 ‘넥서스5X’ 등이 줄줄이 출시됐다. 갤럭시S6, G4,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등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일제히 출고가를 내렸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한결같이 유명 제품들이라 어느 스마트폰을 고를지 고민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쓸 만하고 가격도 20만~30만원대로 착한 ‘실속 스마트폰’이 널려 있는데 굳이 70만~100만원씩이나 주고 프리미엄 제품을 써야 하는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갈수록 불어나던 실속 스마트폰 수요가 이번 가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실속 스마트폰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전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보급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역시 실속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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