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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슈] 한-일 FTA 체결 손익 계산이 먼저다
TPP 가입에 따른 득실 바로보기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정인교 economyinsight@hani.co.kr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태평양 연안 12개 국가 통상 장관들이 2015년 6월 미국 하와이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REUTERS

한국, TPP 회원 12개국 중 10개국과 이미 FTA 체결…
사실상 미-일 FTA에 동승하는 셈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2015년 10월 타결됐다. TPP가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조기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한국은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10개국과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따라서 TPP 가입은 사실상 한-일 FTA를 체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TPP 가입을 원치 않고 있다. 자유무역에 따른 혜택도 한-미 FTA에 비해 훨씬 적다. TPP 가입을 원한다면 치밀한 손익 계산이 우선돼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 6월1일 공식 서명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외에 별다른 통상 현안이 없었던 상황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로 통상 정책이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됐다. 앞으로 TPP 협정의 서명·비준·발효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TPP 이슈가 상당 기간 동안 국내 통상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0월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는 TPP 불참에 대한 책임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쪽에 TPP 참여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봐서 우리 통상 당국도 TPP 참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TPP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내에서는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른 FTA와 달리 TPP 관련 논란의 특징은 참여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며, 참여 시점과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TPP 참여에 대한 찬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기참여론은 무역 특화 단체와 국책 연구기관에서 주로 나온다. 우선 TPP와 같은 다자간 FTA가 양자 FTA를 뛰어넘는 경제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TPP 12개 국가의 생산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어 한국은 TPP의 조속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까지 글로벌가치사슬(GVC)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으나 중국에서의 규제 강화와 임금 인상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GVC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므로 우리나라의 TPP 가입이 늦어지면 누적 원산지 활용 등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국내의 다수 산업은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 포함된 TPP에서 제외되면 일본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TPP 조기참여론의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TPP 가입은 수출 증진은 물론이고 소비자 혜택 증진에도 도움이 되므로 대국민 설득을 통해 조기 가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기존 FTA보다 높은 수준의 선진 규범을 도입하게 되고 이미 체결한 개별 FTA를 TPP로 묶을 수 있어 정부의 FTA 관련 집행 비용과 기업의 FTA 활용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조기 가입보단 비용 최소화가 관건

   
▲ 2015년 10월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TPP 전략포럼 회의에서 안덕근 포럼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비해 신중론자들은 TPP 가입 시점보다는 가입 조건, 즉 가입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한국은 그동안 통상 정책의 우선 순위에 맞춰 FTA를 추진해온 것이지 TPP에 왜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적절하지 못하며, TPP에 대한 대응은 지금부터 참여에 따른 득실을 계산해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신중론자 주장의 핵심이다. 한국은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만큼 TPP에 대해 너무 조급히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추가 시장 개방이 필요한 분야, 기존 FTA 대비 추가로 우리나라가 받아들여야 하는 규범, 사실상의 한-일 FTA에 대한 손익계산 등을 고려해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미 FTA 등 기존 FTA 망으로 인해 설사 TPP가 이행되더라도 우리나라가 시장 접근에서 불리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므로 TPP가 발효되기 전 몇년을 우리나라가 참여 여부를 모색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지금부터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향후 TPP의 구체적 협정문이 공개되면 이에 따라 국내적으로 법제도를 정비한 뒤 가입해도 실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므로 조기 가입에 집착하기보다는 가입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TPP 불참 문책론 주장도 전후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TPP 국가들이 합의한 통상 규범을 수용해야 하고 개별 국가와 양자 간 협상을 해야 하는 불리한 가입보다는 애초부터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은가 하고 물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TPP 참여가 국익에 상당한 도움을 가져다줄 것이란 점을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TPP 참여의 경제 효과를 과연 확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TPP 참여시 실익을 확신하거나 불참시 GVC에서 우리 기업이 배제된다면 우리 통상 당국이 TPP 가입을 이미 오래전에 결정했을 것이다. 2013년 초 현 정부 출범 초기 6개월 동안 우리 통상 당국은 TPP 참여 여부를 집중 검토했고, 그 결과 발표된 것이 ‘신통상 로드맵’이다. 이 로드맵에서 우리나라는 TPP 참여에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TPP 협상 대응을 추궁하자 관심을 표명했을 뿐 여전히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국내 산업단체와의 간담회를 수십 차례 가지면서 TPP 참여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섬의류 업종을 제외하고는 참여를 지지하는 업계를 찾기 어려웠다. TPP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FTA를 이행하고 있거나 협정에 서명한 상태이므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TPP는 한-일 FTA 체결을 의미하기 때문에 득보다는 오히려 실을 우려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2003년 우리나라 사상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확정한 ‘FTA 추진 로드맵’상의 대부분의 국가와 FTA를 이행했으나 일본과의 FTA는 2003년 말부터 1년 동안 협상을 하다 중단된 상태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상대국과 상호 ‘윈윈’(win-win)하는 FTA 체결 의사가 부족해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벌어지면서 양국은 FTA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 수 없었다.

참여 실익과 업계의 지지를 확신하지 못한 우리 통상 당국은 TPP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그렇다고 TPP 참여를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TPP가 이행될 때까지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TPP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일 FTA 실질적 대책 마련돼야

   
▲ 2015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의류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TPP 참가를 통해 섬유·의복·신발 등의 수출 확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REUTERS

어떤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TPP 참여를 놓고 여론을 통해 국내 분위기의 호전을 기다려왔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여러 포럼과 협의체 등을 통해 TPP 홍보 를 해왔다. TPP 관련 보도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세계 교역의 28%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TPP라는 경제동맹체를 맺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통계가 TPP의 파급 영향력을 보여주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국내의 많은 TPP 조기참여론자들 역시 이 수치를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TPP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 될 수 있다. 12개 회원국 다수 간에 많은 FTA가 이행되고 있고 TPP를 통해 새로운 FTA 관계를 맺는 국가 간 조합은 얼마 안 되므로 그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10개국과 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므로 우리 입장에서 TPP는 사실상 ‘미-일 FTA’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미국과 TPP를 이행하면 한-미 FTA가 무력화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우리 기업이 현재 누리는 특혜를 일본 기업과 나눠가질 뿐 우리 기업이 FTA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관세의 경우에서 보듯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한-미 FTA의 혜택이 TPP의 혜택보다 크다. 예를 들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는 2016년부터 완전 철폐된다. 하지만 TPP가 이행돼도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향후 25년에 걸쳐 자유화된다. 즉, 연간 0.1%포인트씩 낮아지게 되므로 일본 자동차 업계가 TPP의 혜택을 보려면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한다.

비록 TPP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하나 협정 이행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 통상 당국은 2년 정도를 언급하고 있으나 남은 쟁점을 해소하고 협정에 서명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TPP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협정 비준의 칼자루를 쥔 원내 주요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만 들릴 뿐 지지하는 의원은 소수다. 협상 타결을 위해 미 의회가 정해준 협상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TPP 지지 의원이 반대로 돌아서는 가 하면,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FTA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TPP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으로 기록되는 것을 꺼려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미국은 TPP 수정을 요구할 것이고 협정 비준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향후 한국은 TPP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국책 연구기관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있지만 이는 가입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가입비는 단순히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TPP 국가들은 쌀 개방과 쇠고기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국제 통상 규범으로 도입된 국영기업(SOE)에 대한 규율 강화, 수산보조금 금지, 농업수출보조금 개혁, 위생검역(SPS) 조치 등도 만만치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수산보조금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에서 지난 15년 동안 논의됐지만 결론을 못 내린 사안이다. 이것이 TPP에 포함됐다. 우리나라가 가입할 경우 국내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된다. 이 규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TPP 가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과연 우리 통상 당국이 어업계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업종이 반대하는 한-일 FTA 협상을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도 TPP 가입 협상 결정 전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TPP 협상 타결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의 TPP 가입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TPP에 조기 참여했다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12~2013년 TPP 회원국이 확대될 때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FTA를 막 이행했고 중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한 상태라 TPP 협상 참여 여력이 없었다. 더구나 TPP 참여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2013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된 뒤 우리 통상 당국은 협상 역량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직도 과거 통상교섭본부 때의 협상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TPP 불참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입장에서 TPP 파급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TPP 조기 참여를 주장했던 전문가들도 최근 TPP 협상 타결 이후 이를 인정하고 있다. TPP 참여 조급증은 가입비만 올릴 뿐 협상 타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얼마 전까지는 세계적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다고 내세우다가 TPP 타결 이후 양자 간 FTA 무용론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FTA 망을 더 촘촘히 하고, 중국과 체결한 FTA를 하루빨리 이행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글로벌가치사슬(GVC) 확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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