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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경제성장률
Editor’s Letter
[67호] 2015년 11월 01일 (일)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부동산이 움직이고 있다. 분양사무소와 모델하우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건설회사들도 밀린 물량을 털어내느라 바쁘다. 집값도 오르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분양가를 고가로 책정하면서 주변 아파트들도 거기에 맞춰 호가를 부르는 상황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도 비슷하지만 집값이 상승세를 탄 원인도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저금리다. 2000년대 초반과 마찬가지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가 전셋값과 집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금리가 예전의 절반 수준이면 전셋값이 두 배로 오른다 해도 세입자가 부담하는 주거 비용은 비슷하다. 그러나 매매가로 넘어가면 얘기 가 달라진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상승한 집값은 몇번 사고파는 과정에서 실제 가격으로 굳어진다. 만약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누군가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한다. 저금리로 인한 집값 상승이 무서운 이유가 그것이다.

두번째 공통점은 집값 상승을 가로막는 거의 모든 법적·제도적 규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 4월부터 폐지된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상승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잔잔한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두가지가 합쳐지면 이런 추세가 훨씬 강해지고 오래 간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의 추격 매수가 이어지면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게 된다. 2000년대의 집값 상승 추이가 그랬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집값을 잡으려 해도 정책 수단이 먹히지 않는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3~4개월에 한번씩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효과는 부동산에만 미치는 게 아니다.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쓰기가 어렵다. 올리더라도 조금씩, 완만하게 올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집값 상승세는 정부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통령이 바뀌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진한 경제 성적표 때문에 올해 턱걸이로라도 3%대 성장을 이뤄내려 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률 올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집값 끌어올리기도 그 일환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대통령의 치적으로 과시하기도 좋다. 하지만 이는 나라 경제 전체를 병들게 한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일이다.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올해 2%대 성장을 한다 해서 나라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집값 띄우기로 단기 성장률을 높이는 게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는 막대한 자금이 풀려 있다. 한번 봇물이 터지면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과거의 경험이 예외 없이 그랬다. 부동산 시장은 결코 정부 당국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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