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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정부에 ‘미소’ 뺏길라
[Cover Story]금융업계의 유기농 '소셜뱅크'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이종수 economyinsight@hani.co.kr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대표
 
우리 사회의 경제·금융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현재 총인구의 14.6%인 716만 명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다. 통계청은 400만 명이 일자리 부족으로 사실상의 실업자라고 보고하고 있다. 저신용 금융약자는 1292만 명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7등급 이하가 837만 명이다. 많은 이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며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한 문제점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빈곤과 금융소외의 문제는 양극화를 가속시켜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경제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최근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희망홀씨’와 ‘햇살론’, 그리고 ‘미소금융’이 그것이다.
   
인천 부평동의 신한은행 부평금융센터에서 열린 '신한미소금융재단' 출범식.

희망홀씨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또는 연간소득 2천만원 이하의 서민에게 생계지원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으로서, 은행을 통해 2천만원 이하의 자금을 7~19%의 이자율로 대출한다. 당초 계획된 재원은 1조9천억원인데 현재까지 당초 계획보다 많은 2조471억원이 집행됐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연간소득이 2천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농업인·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주로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들의 생계자금과 창업자금을 지원하며 이자율은 10~13%로 사금융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총재원 2조원 중 50%를 출연한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이 정부 보증 85%에 의거해 대출을 집행하는데,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집행 실적이 11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와 같은 서민금융을 독려하기 위해 집행 실적을 금융기관의 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유인 정책으로 금융기관이 서민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가 과도하게 금융시장에 개입해 시장금리 체계를 흔든다는 비판은 있지만, 희망홀씨와 햇살론은 그동안 고금리에 시달리던 서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것이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실적 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부실 대출 양산이 우려된다. 이런 문제점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출이 꼭 필요한 서민들에게 지원되고 부실화되지 않도록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발표했다. 지난날 농민들에게 무분별한 농업정책 자금을 대출해주고 탕감해줬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금융상품과 금융복지의 차이 
미소금융은 성격이 좀 다르다. 희망홀씨와 햇살론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으로 금융기관이 출연은 하지만 대출은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 금융기관, 기업 등의 출연과 휴면 예금 및 각종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미소금융은 그 성격을 금융상품이 아니라 금융복지로 봐야 한다. 금융상품과 금융복지의 차이는 대출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상품은 상환과 이윤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한편, 금융복지는 수요자의 성공을 전제로 해 상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대출을 개시한 미소금융은 7월 현재 236억원의 집행 실적에 그치고 있다. 현재 58개나 되는 점포망과 정부의 관심, 막대한 홍보 비용을 감안할 때 매우 미미한 실적이다.
점포가 5개에 불과한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이 지난해 11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과 크게 비교된다. 아직 설립 초기에 있는 미소금융에 너무 많은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집행 실적이 작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면서 정착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소금융이 대출을 확산시키고 내실을 다지려면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운영 방식에서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확보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일’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이뤄지고 시장은 여러 가지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가 발생하는 장소다. 또한 지원 대상은 열악한 환경에 직면한 빈곤층이다. 따라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는 시장과 빈곤층의 대한 이해를 기초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미소금융 
일반적으로 정부 공공부문은 운영 과정에서 그 속성상 관료적 경직성을 벗어나기 힘들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철저하게 시장과 빈곤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 세계은행 산하기관으로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CGAP는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으로 대출이나 운영에 관여하기보다는 법적·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빈곤층에 대해서는 현장에 밀착돼 있는 민간 부문이 더 많은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깊이 관여할수록 그 운영이 관료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대출이 공적 자금이라는 인상을 줘 도덕적 해이에 의한 상환율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외국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례를 보면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같이 경제발전 단계가 어느 정도 성숙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소금융은 민간 재원을 조성해 민간이 운영한다고 했으나 그 설립 단계에서부터 현재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부 주도적으로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 재단은 물론이고 은행과 기업이 설립한 재단마저도 미소중앙재단의 통제와 지침하에서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과 각개 기관의 특성에 맞는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 기관의 고위 인사가 시장 상인들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도를 통해 보지만 그 제도가 진정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에 있는 미소재단들이 그 지역과 수요자의 특성에 맞는 운영 방법을 개발해 자율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자율적 운영을 통해 각자의 운영 방법을 개발하고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맞는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소금융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층 자활 지원이라는 복지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금융’과 ‘경영’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복지, 금융 그리고 경영이 합해 지원대상자의 ‘업’이 성공하게 함으로써 상환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출의 철저한 사전·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엄정한 선정 과정과 함께 지원대상자에게 맞는 교육과 경영컨설팅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미소금융은 정부의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준비와 여론의 수렴 없이 성급하게 설립됐다는 인상을 준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상환을 전제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과는 달리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고객의 성공을 전제로 빌려주고 상환은 성공에 부수돼 따라온다는 철학에 의거해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은행보다 더욱 고객 밀착적 운영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전문 인력은 고객과의 밀착 관계를 증진시키고 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미소금융은 지난 10년 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과 협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소금융의 탄생이나 운영 과정에서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하려는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무척 안타깝다. 최근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에 재원을 제공하려 했던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민간 기관에 자금을 배정하면서 사업 운영비는 제공하지 않고 95%라는 목표 상환율을 설정하는 등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적극적으로 민간 기관과의 업무협조 체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다. 미소금융의 출범으로 인한 재원의 집중화 현상으로 그동안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려 노력해온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이 운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 부문의 경험과 노하우는 사회적 자산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산을 발전시키고 민간 부문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소임이다. 빈곤 금융 소외계층을 돕는 일은 내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이 돼야 하며 어느 특정 기관만의 일이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미소금융은 ‘대출 확산’과 ‘대손율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대출 확산을 위해서는 경직된 운영 방식을 탈피해 더 유연하게 시장과 고객에 맞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전문가 확보를 통한 밀착 지원은 지원대상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상환율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소금융의 재원은 민간 재원이기는 하지만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적 성격이 강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바람직하며 민간 부문에 철저히 운영 방식을 이양하고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문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철저하고 전문적인 관리를 통해 상환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민간 부문과의 적극적인 업무 제휴를 통해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금융·사회의 양극화는 분명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과제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 지나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대출의 부실화, 정상적인 금융 관행에까지 영향을 줘 사회·경제 체계를 왜곡할 수 있고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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