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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독일의 ‘신뷰티’ 비즈니스, 네일아트
미국서 독일로 확산되는 손톱 관리 열풍
[65호] 2015년 09월 01일 (화) 실케 베버 economyinsight@hani.co.kr
   
▲ 손끝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네일 뷰티’ 산업은 미국과 독일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손톱에 아크릴물감을 칠하는 모습. REUTERS

아시아계 체인점들 저임금 불법 입국자들 고용해 성업… 베를린 등 전국에 6만여곳

손발톱을 관리해주는 네일아트 산업이 미국에서 독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전역의 네일숍은 이미 6만여개에 이른다. 시장 규모도 연간 50억~60억유로다. 아시아계 체인점들이 값싼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독일인 고객의 발길이 잦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저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불법 입국자의 저임금 노동 덕분이다. 요즘은 네일숍의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에 사업을 접는 사람까지 나온다.


실케 베버 Silke Weber <차이트> 기자

네일 디자이너 사브리나 지베르트는 윙윙거리는 미닌 전동 드릴을 손에 들고 기자의 엄지손가락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손톱을 덮고 있는 아크릴층을 갈아내기 시작했다. 순간 먼지가 날리고 톡 쏘는 냄새를 피우며 연기가 올라왔다. “이 냄새가 뭔지 아시겠어요?” 그녀는 심한 베를린 사투리로 기자에게 물었다. “고양이 오줌!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나요.” 오랫동안 이 업종에 종사한 그녀는 냄새만 맡아도 저가 제품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 그녀는 ‘차우버파일레’(Zauberfeile·독일어로 마법 파일)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이는 베를린 북동부에 위치한 그녀의 네일숍 이름이기도 하다. 지베르트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과 세계네일디자인대회에서 7번이나 상을 받은 뛰어난 네일 디자이너다.

아크릴물감을 입힌 기자의 손톱은 얼마 전 아시아계 네일숍 중 한곳에서 손질받은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아시아 네일숍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 네일숍이 생기는 중이다. 저가 체인점들이 쇼핑센터, 보행자 전용 거리, 기차역이나 전철역 주변에서 가격 경쟁을 펼친다. 저가 네일숍 체인점들은 ‘US 네일’ ‘뉴욕 네일’ ‘할리우드 네일’ 등 미국풍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네일아트 산업의 규모는 거대하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 전문지 <프로프 네일>(Prof Nail)의 전문가들은 독일 네일아트 산업의 연간 매출액이 50억~60억유로(약 6조6천억∼7조9천억원)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아시아계 네일숍을 방문해 엄지손가락에 시험 시술을 받아보았다.

해당 네일숍은 베를린 게준트부룬넨역의 쇼핑거리에 있다. ‘L.A 네일’이라고 쓰인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흰색 화장용 테이블이 놓여 있고 벽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가게 안을 잠깐 들여다봤을 뿐인데 한 베트남 여성 직원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미국풍 이름의 네일숍 체인점 확산

가게 안에 놓인 4개의 테이블에 전부 손님이 앉아 있다. 안면 피어싱을 하고, 가죽 재킷을 입은 한 여성이 손톱에 초록 형광색을 칠하고 있다. 붉은색 머리카락에 베이지색 펌프스(신발 앞부분이 낮고 발등이 많이 드러난 여성용 구두 -편집자)를 신은 다른 여성은 베이지색 네일 컬러 시술을, 무릎에 잡지를 올려놓은 회색 머리의 부인은 손톱 연장 시술(손톱 위에 인조 손톱을 덧대어 늘리는 것 -편집자)을 받고 있었다. 마지막 손님은 분홍색 네일 컬러를 칠한 손가락을 공중에 펼쳐 보이며 “아, 이제야 다시 웃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톱과 손톱 끝부분 사이의 아치를 미소짓는 입 모양이 연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스마일 라인’이라고 부른다.

손톱 손질을 마친 손님이 자리를 비우자 기자의 차례가 되었다. 베트남인 여성 직원이 하트 무늬가 있는 보라색 마스크를 하고 기자의 손 위로 상체를 굽혔다. 그녀는 클리퍼(주로 손톱을 자를 때 쓰는 손질 도구 -편집자)로 손톱을 짧게 잘라낸 뒤 상자에서 인조 손톱을 꺼내고, 원래 손톱 위에 도톰하게 네일 젤(도자기 표면에 코팅을 입히고 불에 굽는 것처럼 손톱 표면에 입혀 경화시킬 때 쓰는 매니큐어 종류 -편집자)을 칠했다. 불과 5분 만에 네일아트가 완성됐다. 베트남인 네일 디자이너의 시술은 신속할 뿐만 아니라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 ‘L.A 네일’의 손톱 연장 시술 가격은 24유로(약 3만원)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차우버파일레’ 네일숍은 동일한 서비스에 60유로(약 7만9천원)를 내야 한다. 아시아계 업체는 독일 업체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용 절감 방법 중 하나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네일아트의 장인 지베르트는 아시아계 경쟁 업체를 딱 집어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나 검은 양과 흰 양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톡 쏘는 냄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네일 젤에 사용하는 재료에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와 에틸메타크릴레이트 두 종류가 있다. 메틸메타크릴레이트가 훨씬 저렴하지만 인체에 유해하다. 지베르트는 그 특유의 냄새로 기자의 손톱에 사용된 재료를 알아냈다. 독일연방유해평가원은 메틸메타크릴레이트가 손톱 염증과 조갑박리증(손톱과 발톱이 피부와 분리되는 질환 -편집자)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네일숍 직원들에게 알레르기·천식·피부발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메틸메타크릴레이트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됐다.

기자는 이 문제를 비롯해서 업계의 다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L.A 네일’ 사장 티투이동팜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네일아트 산업의 동향과 시술 가격, 제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인물이다. 10년 전 첫번째 네일숍을 개업한 그녀는 현재 보훔에서 베츨라어에 이르기까지 독일 전역에 18개 지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방문한 베를린 게준트부룬넨 센터의 네일숍도 그녀의 소유다. 하지만 팜은 나와 인터뷰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녀는 내가 건 전화와 남겨둔 메시지를 무시했다.

누구나 네일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이 직업은 법으로 보호를 받지는 못한다. 유튜브에서 학습 영상을 보고 수료증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독일 내 네일숍에 대한 공식 통계 조사도 이뤄지지 않는다.

여성 사업가인 테리 말론은 이 업계의 현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공룡’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37년 전부터 네일 업계에 종사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1990년대 이후에는 독일에서 일했다. 11년 전 그녀는 업계 전문지 <프로프 네일>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뷰티 트렌드와 네일아트 붐에 관한 기사를 게재할 뿐만 아니라 업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보도한다. 말론은 독일 내 네일숍 수를 약 6만개로 추정한다. 그 가운데 10%가량을 현재 아시아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 네일산업의 변화 양상과 유사하다. 아시아계 서비스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말론은 대부분의 독일 저가 네일숍이 재료를 구입하는 장소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곳은 베트남 상가가 밀집한 베를린의 ‘동쑤언센터’다.

   
▲ 네일아트 용품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취향에 따라 손톱 위에 간편하게 붙이는 인조 손톱도 많다. REUTERS

불법 입국자의 저임금 노동이 산업 기반

기자는 동쑤언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거리의 네온사인이 오래된 산업지구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베를린 동부에 위치한 이곳은 6개의 시장 건물로 이루어진 작은 하노이였다. 모조 핸드백, 불법 복제 컴퓨터 프로그램, 플라스틱 신발을 파는 베트남 상인들 사이에 미용실과 네일숍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더 이상 숨은 명소가 아니었다. 은퇴자·힙스터(hipster·비주류 대안문화를 일구는 개성 넘치는 젊은 층)·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거대한 비닐봉투를 든 채 이리저리 거닐고 있다. 남자는 미장원에 가고, 여자는 네일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시장 건물 앞의 ‘베트남 포 스트리트 키친’이라는 가게에서 두 사람이 앉아 나무젓가락으로 국수와 닭고기를 먹고 있다. 금발의 고슴도치 머리를 한 사람의 손톱에는 분홍색 네일 컬러와 ‘반짝이’로 장식돼 있다. 검은색 고슴도치 머리를 한 다른 사람은 손톱에 ‘프렌치 네일’(손톱 위에 기본 색상을 바른 뒤 손톱 끝부분에 매니큐어를 칠해 포인트를 주는 방식 -편집자)을 했다. 그는 검지손가락에만 시선 집중용으로 금속성 검은색 네일 컬러를 칠했다. 그들에게 ‘이곳에서 네일 시술을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아니요’라고 했다. 금방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들도 네일 업계 사람들이었다.

“나의 네일숍 이름은 해피네일(Happy Nails)이에요. 행복이라는 뜻의 해피요.” 검은색 머리를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 숍은 서니네일(Sunny Nail)이에요.” 금발 머리를 한 사람도 덧붙였다. 그들의 네일숍에서는 새로운 네일 서비스 비용이 45유로라고 한다. “우리는 아시아 네일숍이 아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곳에서 네일 시술을 받지 않을 거예요.” 검은색 머리의 사람이 말했다. “얼마 전 한 손님이 손톱판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우리 네일숍에 왔어요. 어떻게 해도 손톱을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그럼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들은 네일아트 재료를 산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젤·네일 컬러·붓을 이곳 상점 중 하나인 ‘USA 네일’에서 구입했다. 원래 쾰른에 사는데 동료를 만나러 베를린에 왔다는 금발 머리의 사람은 이제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파는 데가 없어요. 여기가 아니면 무역전시회에서나 이런 재료를 구입할 수 있어요.”

네일 업계가 돌아가는 모양새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동쑤언센터의 도매업체 중 한곳인 ‘마이카’는 독일 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주기적으로 여러 무역박람회에 참가하고, 자체 발표에 따르면 메틸메타크릴레이트 소재 제품을 자사의 제품군에서 완전히 퇴출시켰다. 하지만 이곳의 다른 판매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유해성 물질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를 사용한 제품을 팔고 있다. 냄새로 그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하는지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네일숍에서 사용하는 재료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싸구려 재료를 쓸 경우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네일숍에서 한 여성이 손톱 관리를 받고 있다. REUTERS

아시아계 체인점과 많은 네일숍이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또 있다. “완전히 마피아식 구조”라고 말론은 말했다.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밀입국 알선 업자가 여성들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독일로 데려온다. 이 베트남 여성들은 스스로 개업할 수 있을 만큼 독일어를 익힐 때까지 저임금을 받으며 네일숍 직원으로 전전하는 것이다. 이들 불법 입국 노동자는 시간당 3~4유로(약 3900∼5천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 네일아트 업계에서 일한 사람은 이 정보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그 자신도 베트남 출신으로, 독일의 쇼핑거리와 보행자 구역에서 네일숍을 몇개 운영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사업을 접었다. “우리 네일숍에서는 서비스 비용으로 49유로를 받았다. 비록 저가 제품을 사용했지만….” 네일아트 서비스 가격으로 20유로를 요구하는 업체는 절대로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사회보험료와 의료보험료를 포함한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내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불가능하다. 그는 저가 네일숍 대부분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감시가 너무 소홀하다.”

정말 그럴까? 불법 취업을 단속하는 베를린 세관에 문의했다. 하지만 네일숍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거의 동시에 미국 <뉴욕타임스>는 뉴욕에서 자행되는 네일 디자이너의 노동 착취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뉴욕은 아시아계 네일숍 체인점의 세계 수도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좋고 나쁜 유행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 Die Zeit 2015년 27호 Händchen fürs Geschäf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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