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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영국이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달라”
영국행 해저터널로 몰려드는 난민들
[65호] 2015년 09월 01일 (화) 카테리나 로벤슈타인 economyinsight@hani.co.kr
   
▲ 2015년 8월8일 밤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 2명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해저터널 근처의 철조망에 접근하고 있다. REUTERS

유로터널 출발지 프랑스 칼레에 몰려드는 난민들… 매일 밤 필사의 영국행 시도

프랑스의 북부 항구도시 칼레의 해저터널(유로터널) 입구에서는 매일 밤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다양한 국적의 난민들이 영국으로 향하는 대형 트럭이나 차량 전용 셔틀 기차에 몸을 숨긴다. 심지어 달리는 트럭 위로 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영국행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글’로 불리는 칼레의 난민촌에는 영국행을 꿈꾸는 난민 3천여명이 있다.

카테리나 로벤슈타인
Caterina Lobenstein <차이트> 기자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진입하기 직전 40번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장거리 대형 트럭 기사 예르크 트레토우가 운전석에서 내려와 좌우를 둘러보고는 두 손으로 청바지 허리띠를 올리고 이동식 화장실 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외쳤다.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브뤼셀을 지나면 더 이상 소변을 못 봐요.”

브뤼셀을 지나면 트레토우가 ‘위험 지역’이라고 부르는 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브뤼셀을 지나 4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가 나온다. 칼레에서는 영국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고, 매일 대형 트럭 수천대가 차량 전용 셔틀 기차에 실려 유로터널을 통행한다. 트레토우는 이 구간을 13년 전부터 다녔다. 이 구간은 영국에 화물을 운송하는 장거리 대형 트럭 기사뿐 아니라 영국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관광객으로 항상 북적거린다.

이 구간은 영국에 정착하려는 난민에게도 희망의 길이다. 영국에 친척이 있거나 영어를 잘 구사하는 난민은 영국에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권 없이 영국으로 이민을 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난민들에게는 희박하나마 기회가 남아 있다. 바로 영국으로 향하는 대형 트럭 등에 몰래 올라타는 것이다.

   
▲ 영국∼프랑스 간 고속열차인 유로스타가 해저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 해저터널을 걸어서 영국 입국을 시도하다가 적발되는 난민도 있다. REUTERS
   
 

영국행 기차와 트럭에 뛰어드는 난민

2015년 상반기 영국해협을 건너려고 대형 트럭에 몸을 숨기다 경찰에게 발각된 난민 수는 1만8천명을 넘는다. 하루 평균 100명에 이르는 인원이다. 난민들은 스페어타이어칸에 몸을 숨기거나, 트레일러의 뒤축에 몸을 묶거나, 적재칸에 몰래 들어간다. 이들은 콘크리트 믹서와 냉각탱크에 비집고 들어가거나, 몇시간 동안 돼지다리와 네덜란드 토마토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화학탱크에 숨은 난민을 찾아낸 적도 있다.

트레토우는 지난 몇년 동안 자신의 대형 트럭에 몰래 탄 난민이 최소 10명은 된다고 말했다. 브뤼셀에서 그의 대형 트럭에 몰래 타거나, 유로터널에 진입하기 직전 셔틀 기차에 실린 트레토우의 대형 트럭에 몸을 날려 탄 적도 있다. 난민들은 트레일러를 꽁꽁 묶은 납으로 봉인된 관세청 줄을 손톱깎이로 잘라내고 대형 트럭 덮개를 다용도 칼인 일명 맥가이버칼로 찢어버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사이로 대형마트 카트를 들이미는 난민도 있다. 또는 가드레일을 따라 걸으면서 교통정체를 기다리는 난민도 있다. 도로가 정체된다 싶으면 이들은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 대형 트럭의 적재칸 뒷문을 열어젖히거나 다른 난민을 딛고 올라가 트레일러에 탄다. 혹은 다리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 위로 그냥 몸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

경찰 단속반이 트럭에서 난민을 한명이라도 발견할 경우 트레토우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임승차자’를 막으려고 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난민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 한 밀수업자로 간주돼 난민 1명당 최대 2천파운드(약 550만원)의 벌금을 낸다.

그래서 트레토우는 자신의 트럭을 철사 그물과 자물쇠로 꽁꽁 틀어막는다. 휴게소에서 쉴 때마다 트레일러 뒤축에 사람이 있는지, 트럭 덮개가 찢어져 있는지, 그리고 자물쇠가 부서졌는지 등을 재차 점검한다.

트레토우는 마치 현금 수송 차량을 운전하는 것처럼 자신의 대형 트럭을 꽁꽁 묶는다. 브뤼셀에서 칼레까지 가는 3시간 동안 그는 휴게소나 주유소에 들르는 것은 물론이고 단 한번도 정차하지 않을 것이다. 이 조건은 그의 노동계약서에도 있다.

칼레 항구 노동자들이 파업했던 2015년 7월 초, 벨기에부터 프랑스 칼레까지 고속도로가 대형 트럭들로 심각한 정체를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난민들은 더 이상 해가 지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대낮인데도 고속도로 위를 걷다가 20~30명씩 대형 트럭의 트레일러를 따고 들어갔다. 대형 트럭 기사들은 이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난민이 20명씩 몰려다녔다”고 트레토우는 말한다. “반면 나는 트럭에 혼자였다.”

난민이 트럭 기사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트레토우는 말했다. 한 운송업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트럭 기사들이 올린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난민들이 고속도로 위를 걷다가 대형 트럭에 아예 대놓고 무단으로 올라타는 황당한 영상이 담겨 있다. ‘칼레, 멈추지 않는 광기’라는 제목의 동영상도 있다. 유튜브에는 난민을 구타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트럭 기사 동영상도 있다.

“칼레 도로는 전쟁 상태다”라고 트레토우는 말한다. 트럭 기사들은 자신의 안전을, 운송업자는 고객의 화물을 염려한다. 수많은 난민이 숨을 곳을 찾는 과정에서 트럭에 실린 상자를 눌러서 망가뜨리거나, 몇시간 동안 화물차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화물에 소변을 보거나, 앉을 자리를 만들려고 트레일러에 실린 박스를 밖으로 버리기도 한다.

트레토우가 560마력에 이르는 스카니아 트럭의 8기통 엔진을 켜자 트럭은 영국해협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와이퍼가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연신 닦아낸다. 트레토우는 쓰고 있던 군모를 이마 깊숙이 눌러쓰고, 문신을 한 팔을 핸들 위에 가볍게 올려놓는다. 양쪽 창문에는 베이지색 커튼이 처져 있다. 트레토우가 직접 바느질한 커튼이다. 그는 자신의 트럭을 ‘빅마마’(Big Mama)라고 부른다. 트럭은 제2의 집이다. “아내보다 트럭이 나를 더 잘 안다”고 그는 말한다.

트레토우의 대형 트럭은 브뤼셀을 지나서 산업지구, 소음방지벽, 젖소들이 풀을 뜯는 초원과 밀밭을 스쳐 지나간다. 라디오에서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다. 앵커는 난민 분담에 관한 뉴스를 보도 한다. “동시에 너무 많이 몰리면 되는 일 이 없다는 점에서 난민 문제는 도로 정체 와 같다.” 트레토우는 북서부 쪽으로 방 향을 튼다. 4시간가량 운전하면 고속도 로는 서부 방향으로 꺾인다. 여기서 영국 해협까지는 멀지 않다. 도로변 포플러들 은 해안 바람을 맞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고, 가드레일은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바닷바람 때문에 녹이 슬었다.

과거에는 벨기에 국경과 인접한 프랑스 도시 뒹케르크와 칼레 사이에 휴게소가 여러 곳 있었다. 현재 휴게소들은 붉고 흰 장벽과 경고등으로 차단돼 있다. 이 구간 에서 난민을 이용해 돈벌이 하려는 밀수 업자들이 그들을 대형 트럭에 몰래 싣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프랑스 당국은 주차장을 폐쇄해버렸다.

   
▲ ‘정글’로 불리는 칼레의 난민촌. 해가 저물면 탈출을 시도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아직 영국행을 꿈꾸는 난민 3천여명이 있다. REUTERS

찢기고, 절단되고, 감전되고…

멀리 칼레의 굴뚝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전성기의 화려함을 잃어버 린 칼레는 고속도로와 레미콘 차량이 뒤 섞인 산업도시다. 칼레 인구의 17%는 실 업자고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늘 어나는 것은 오로지 난민뿐이다. 3천명에 이르는 난민이 모래언덕의 캠핑장과 직접 만든 판잣집에 거주한다. 칼레 난민촌에 거주하는 난민은 최대 5천명에 이를 것으 로 지원 단체들은 추산한다.

항구로 가는 인터체인지 직전 산업도 시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살 벌한 보안 시설이 들어찬 풍경이 펼쳐졌 다. 도로를 따라 흰색의 이중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첫번째 철조망의 높이는 3m, 두번째 철조망은 4m다. 철조망을 따라 경보 장치와 감시카메라가 촘촘하게 설 치됐다. 칼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과 거 동·서독 국경선을 연상시킨다. 칼레 의 굴뚝, 창고, 페리 터미널을 가르는 철 조망은 마치 방충망이라도 되는 듯 비현 실적이다. 난민들이 대형 트럭에 접근하 지 못하도록 주유소·주차장·도로 등 곳 곳에 철조망이 쳐졌고 환한 조명이 구석 구석을 비춘다.

난민들은 갓길 위를 걷는다. 마치 계단 손잡이라도 되는 듯 가드레일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이다. 난민 중에는 백팩을 맨 깡마른 청소년,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 족, 스키니진을 입은 소녀들이 보인다. 칼레에서 난민은 피부색과 옷으로 구 분한다. 걸음걸이에서도 알 수 있다. 그들 은 걸을 때 절룩거린다. 손을 보고도 난민 을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의 손은 상처투성 이다.

밤마다 난민 수백명이 철조망을 넘어가 기 위한 시도를 한다. 철조망에 걸려 옴 짝달싹 못하는 난민도 있다. 철조망에 모 직 숄이 걸려서 바람에 날리거나, 패딩 점 퍼나 신발이 걸리기도 한다. 난민들은 철 조망에 걸려 손과 팔이 찢어지고 발목을 접질린다. 철조망에서 뛰어내리다 다리 가 부러지거나 무릎이 삐기도 한다. 2015 년 7월 초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들을 응 급처치하기 위해 칼레의 모래언덕에 소형 통나무집 3개를 지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 여성 대변인은 “여기서 주로 나타나는 질병은 두가지다. 열악한 위생 상태로 인 한 설사와 도주하는 동안 생긴 상처·골 절·멍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10번 넘게 도주를 시도했다가 번 번이 실패한 난민도 있다. 칼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난민에게는 막 생긴 상 처가 있고, 정착한 지 오래된 난민에게는 흉터가 있다.

트레토우는 페리 터미널로 향하는 고 속도로 진입로에 들어선다. 잠시 뒤 그는 검사대, 수색견, X선, 심장박동과 이산 화탄소 탐지기가 동원된 난민 수색 과정 을 거쳐야 한다. 트레토우가 트럭에 난민 을 태우고 있을 경우 영국 당국은 그와 그의 사업주에게 밀수 혐의를 적용할 것 이다. 트레토우가 일하는 운송업체는 탄 탄한 법적 보험을 들어두었다. 그리고 트 레토우의 대형 트럭에는 영국 내무부를 의미하는 ‘홈오피스’(Home Office)라고 쓰인 두꺼운 파일이 비치됐다. 영국 내무 부는 트럭에 정기적으로 벌금 고지서를 발송한다.

자정 무렵 트레토우의 대형 트럭이 실 린 카페리가 출발할 것이다. 출발 2시간 뒤면 그는 영국 땅에 닿을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트레토우의 대형 트럭에는 ‘무임승차 손님’이 없을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모래로 뒤덮인 비포장 도로로 바뀐다. 갈매기가 ‘까악까악’ 소리 를 내며 날아다니고 모래사장에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는 여객선 터미널 동쪽에는 사람 키 높이의 우거진 관목숲이 시작된다. 여기서 조심하지 않으면 깡통과 물에 젖은 침낭, 그리고 황금색 비상담요와 배설물을 밟게 된다. 해변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사람들이 ‘정글’(the jungle)이라고 부르는 칼레의 난민수용소가 펼쳐진다.

난민수용소는 푸르고 검은 플라스틱 덮개, 팔레트 조각, 나뭇가지, 그리고 나무 졸대(벽·천장 따위의 흙 바름이나 회반죽 바름에 욋가지로 쓰는 가느다란 나무쪽 -편집자)로 난민들이 직접 만든 수백개의 천막촌이다. 칼레의 난민수용소는 과거 쓰레기 매립장 위에 세워진 슬럼이다. 불과 몇주 전만 해도 간이화장실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3천명이 넘는 난민이 이동식 화장실 20개를 함께 사용한다.

‘정글’은 마치 글로벌 분쟁 지역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이곳에는 아프가니스탄 캠프, 수단 캠프, 에리트레아 캠프, 이란 캠프, 그리고 코소보 캠프가 있다. 캠프별 국적은 천막 위에 꽂힌 국기를 보고 알 수 있다. 에리트레아인들은 나무 졸대와 마분지로 심지어 교회도 세웠다. 다른 어느 국가 캠프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시리아 캠프다.

시리아 캠프에서 하산은 먼지투성이 길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다. 40대 초반의 하산은 시리아 해변도시 라타키아에서 펜션을 운영했다. 관광 포털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는 시리아 전쟁이 터지기 전 그의 펜션에 묵었던 독일 배낭 여행객들이 올린 후기가 아직 남아 있다. 칼레의 철조망을 뛰어넘는 시도에서 10번이나 실패한 하산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다. 그는 입고 있는 찢어진 재킷, 손가락에 묻은 때, 그리고 손등의 곪은 상처를 부끄러워한다.

이란 캠프에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테헤란을 떠나온 샘이라는 남성이 있다. 그는 프랑스 경찰에게 곤봉으로 세번이나 두드려 맞고 페퍼스프레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33살의 샘은 실제 나이보다 10살이나 더 많아 보였다.

‘유니언 잭’(Union Jack)이라고 쓰인 스웨터를 입은 아프리카 캠프의 모리타니 출신 난민 알파는 “하늘 높이까지 철조망을 올려도 우리는 뛰어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프가니스탄 캠프에는 철조망을 뛰어 넘다가 오른손이 잘린 소년이 있다. 누군가 소년의 팔에 감아준 흰 면포대기는 잔뜩 더러워져 있다. “우리가 철조망을 어떻게 타고 올라가는지 보려면 밤 9시에 캠프 출구로 오면 된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우리를 따라와라.”

해가 저물면 칼레에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아프가니스탄·에리트레아·시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난민이 항구와 유로터널 방향으로 향한다. 손이 잘린 소년은 아프가니스탄 소년 11명과 함께 걷는다.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소년도 18살이 채 안 돼 보였다.

쓰레기 매립장 위의 난민촌 ‘정글’

이들은 블라인드가 쳐지고 창문이 폐쇄된 건물로 가득한 칼레의 황량한 거리를 지나간다. 몇m 크기의 물웅덩이에 한 소년이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는 시선을 동쪽으로 향하더니 물에 젖은 아스팔트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 기도를 시작한다. 그는 오늘 밤 탈주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영국, 신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소년들은 자기 키만큼이나 높은 풀밭과 도로의 물웅덩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어느새 멀리서 유로터널의 흐릿한 불빛이 보인다.

그러면 소년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철조망을 따라 빨리 움직인다. 그들 중 한명은 철조망 어디에 구멍이 있는지 안다. 어느 ‘난민 밀수업자’가 돈을 받고 구멍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거나, 아니면 우연히 알아냈을 수도 있다. 철조망 구멍은 교각 받침대 근처에 있다. 바로 그 뒤에 유로터널로 향하는 철로가 시작된다. 소년들은 유로터널에서 대형 트럭을 실어나르는 셔틀 기차로 몸을 날릴 작정이다. 트레토우의 대형 트럭을 영국으로 운송할 바로 그 기차다.

철조망 위로 고압전선이 흐르고, 멀리서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 소년이 제일 먼저 철조망의 구멍으로 몸을 구겨넣자 그의 발바닥 아래 철로 자갈이 소리를 낸다.

멀리서 하늘이 샛노랗고 불그스름하며 핑크빛을 띠며 물든다. 어디선가 불꽃이 터졌다. 때는 7월13일에서 14일 새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프랑스의 ‘자유·평등·박애’를 기리는 국경일이다.

이날 밤 시리아·알바니아·파키스탄 난민 10여명이 철로를 따라 세워진 철조망 구멍을 넘어가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철조망을 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이 탐조등, 탐지견, 열감지카메라 등을 동원해 철조망 구멍을 지나가려는 난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중 한명은 사망했다. 죽은 난민은 파키스탄에서 온 23살의 모하메드 아크라트였다. 그는 고압전선에 감전됐고 며칠 뒤 상처가 깊어 숨을 거뒀다. 유로터널의 사망자를 집계하는 칼레의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려진 내용이다.

이날 밤 장거리 트럭 기사 트레토우는 영국 맨체스터 변두리의 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TV의 리얼리티 시리즈물 <오지의 트럭 기사들>을 한편 더 시청한 뒤 운전석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것이다.

ⓒ Die Zeit 2015년 30호 Tod oder England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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