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성장은 둔화되고 생산과 소비는 동반 침체에 빠졌다. 중국의 증시 급락과 환율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은 더 불안해졌다. 부동산 경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국 경제가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단기 부양 정책에 의존하는 바람에 경쟁력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한국 경제를 살펴봤다. _편집자

수출·산업생산 감소에다 외국인 이탈로 금융시장 휘청…
갈 곳 없는 돈은 부동산으로

한국 경제가 앞길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 상황에 빠졌다. 최근 실물경기는 극도의 침체 상태다. 경제성장률은 5분기 연속 0%대다. 그러다보니 저금리로 풀린 자금은 금융과 부동산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중국 주식시장의 추락, 원화가치 하락 등의 악재로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에서 일제히 돈을 빼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실물과 금융이 모두 흔들리는 가운데 부동산만 활황을 보이는 특이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

홍대선 부편집장

 2015년 상반기 국내 주택 거래량은 61만건을 넘어서면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같은 기간에 견주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주택 거래 증가세는 비수기인 여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2천여건으로 역대 7월 통계로는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금리, 전세난,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9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뜨는 것은 저금리 기조 아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물경기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기업의 생산과 가계의 소비 부진이 계속되고, 주식과 채권 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생산 동향을 보면, 기업 생산 활동이 어느 정도 침체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생산지수는 실물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다. 국내 산업생산(전달 대비)은 2015년 3월(-0.5%), 4월(-0.4%), 5월(-0.6%) 석달 연속 감소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더라도 팔 곳이 없어 생산을 줄인다는 뜻이다. 산업생산의 감소는 그만큼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6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반등했지만 이를 회복세로 보기엔 미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계 교역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