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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4대 개혁
Editor’s Letter
[65호] 2015년 09월 01일 (화)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한때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수출을 위장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물적 담보 없이 낮은 금리에 수출금융을 받을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돌멩이를 수출품으로 위장해 선적한 경우도 있다.

지금 중국이 그렇다. 그동안의 고속 성장 덕분에 곳곳에 거품이 끼어 있다. 거품경제가 흔히 그렇듯이 비정상적 금융거래가 횡행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서 원자재를 수입한 뒤 제품 생산에 투입하지 않고 다시 그것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원자재는 창고 속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조달된 돈은 부동산이나 정보기술(IT) 벤처 쪽으로 흘러간다.

경제성장률이 높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금 무리해도 성과가 빨리 나타나고 자금이 바로 회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엔진이 식어가면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져나온다. 이른바 위기의 시작이다.

중국발 경제위기가 현실화할지, 잠시 스쳐가는 바람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가 폭락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가 싸늘하게 식어간다는 점이다. 이를 감지한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투자 자금을 빼고 있다. 작은 구멍이 거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책이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거시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일선 현장의 개인과 기업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현금 보유를 늘려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는 2015년 2%대 중반 성장이 예상되는 성적표를 놓고 몸이 달을 수밖에 없다. 뭐라도 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의 생존을 책임지지 못한다. 오히려 정부 말 듣고 투자를 늘렸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진정한 인수·합병(M&A)의 고수는 위기 때 빛을 발한다는 말이 있다. 경기가 좋을 때 회사 규모를 키우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하책이라는 것이다. 그런 기업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승부사는 내실을 다지다가 경제위기가 왔을 때 휘청이는 대기업을 인수한다. 그것도 아주 싼값에. 정부도 마찬가지다. 개혁을 추진할 때는 국민적 공감대와 현실적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다가올 때가 아니라 위기가 발생한 다음이 적기다.

지금은 성급하게 투자를 외칠 때가 아니다. 내실을 다지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4대 개혁도 마찬가지다. 시기와 방법에 있어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거대한 쓰나미가 언제 밀려올지 모르는데 경제와 사회의 각 부문을 모조리 뜯어고치겠다고 두팔 걷고 나서는 것은 왠지 불안해 보인다.

정남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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