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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짝퉁 기업들 키워 IT 업계 새판 짠다
[64호] 2015년 08월 01일 (토) 취윈쉬 외 economyinsight@hani.co.kr
   
 

스마트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인텔이 위기 타개를 위해 중국의 ‘산자이’(짝퉁)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짝퉁 기업들을 키워 정보기술(IT) 업계의 새판을 그린다는 복안이다. 주요 공략 대상은 태블릿PC 분야다. 인텔은 짝퉁 기업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품사와 판매처까지 소개해준다. 인텔 프로세서를 쓰는 조건이다. 인텔과 짝퉁의 동맹이 성과를 내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짝퉁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PC 시대를 주도하던 두 최강자가 중국 짝퉁 기업들과 손잡고 새로운 IT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_편집자

기술·자금 지원에 이어 부품사와 판매처까지 소개… 미-중 합작 IT 생태계 구축 목표

PC 시대 정보기술(IT) 업계의 최강자였던 인텔은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 기회를 놓쳤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이 설 자리는 없다. 그래서 새 방향을 찾은 게 태블릿PC다. 사업 방식도 과감하게 바꿨다. 중국의 ‘산자이’(짝퉁) 기업들을 협력사로 끌어들인 것이다. 중국 선전에 몰려 있는 짝퉁 기업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면서 인텔 프로세서를 쓰게 하는 방식이다. 중국 기업들도 인텔 덕분에 짝퉁 이미지를 벗고 저가 시장에서 빠져나와 쑥쑥 성장하고 있다.


취윈쉬 屈運栩 리쉐나 李雪娜 <차이신주간> 기자

“2013년 커크는 인텔 임원들을 이끌고 이엠도어(Emdoor)를 찾아갔다. 그때 우리는 이엠도어 사무실이 누추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무실이 선전 시내가 아니라 외곽인 바오완구에 있었다. 인텔 임원이라면 고급 호텔만 다녔을 테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왕이둥 인텔 중국 지역 CTE(China Technology Ecosystem) 영업 총괄 임원은 인텔이 처음으로 선전 제조업체들과 협력을 시작했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커크는 인텔에서 PC, 태블릿PC, 모바일 단말기 업무를 총괄하는 커크 스카우젠 수석 부사장이다. 선전의 무수한 생산자개발공급방식(ODM) 제조업체 중에서 그나마 유명한 기업인 이엠도어에는 직원 250명이 근무했다.

커크 부사장은 이엠도어 휴게실에서 처음으로 이엠도어 수장과 대면했다. 스용 이엠도어 총경리는 인텔 부사장이 회사로 찾아왔을 때를 떠올리며 “바로 이곳 휴게실이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역사적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열흘 뒤 인텔은 이엠도어에 ‘열쇠’를 건네줬다. 인텔은 부속품 규격과 설계 조건을 포기했고 이엠도어가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스스로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허락했다.

이 변화는 인텔이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서 미국의 퀄컴(Qualcomm), 대만의 칩셋 제조사 미디어텍(MediaTek), 중국 반도체기업 록칩(Rockchip)이 주도하는 ARM 아키텍처(설계) 진영에 대한 반격을 알리는 신호였다. 반격의 중심지는 중국 선전이었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커크 스카우젠 수석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을 분주하게 오갔다. 전에 없던 일이다. 지난 30년 동안 성공을 가져다준 ‘생태계’의 중국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인텔은 이를 CTE, 즉 ‘중국기술생태계’로 명명했다.

   
▲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의 인텔 코어 시리즈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설 땅을 잃은 인텔은 중국의 ‘산자이’(짝퉁) 기업들과 손잡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REUTERS

과거 영광 되찾기 위해 중국에 눈 돌린 인텔

이 생태계의 성공 여부가 인텔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PC 시대에 실리콘밸리의 왕좌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인텔은 모바일 시대로 진입한 뒤 처지가 궁색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1년에 한번씩 스마트폰을 갈아치우는 사용자의 소비 습관은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그러나 인텔은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스를 겨냥한 모바일 프로세서(CPU)를 내놓지 못했다. 대신 퀄컴과 미디어텍을 대표로 하는 ARM 아키텍처 진영의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주류의 위치로 올라섰다. 인텔과 형제 사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도 모바일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자리를 내줬다.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성장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PC는 점차 뒤로 밀려났다. 인텔은 잃어버린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되찾거나 최소한의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인텔은 성숙한 기술력을 갖춰 모바일 디바이스를 공략해야 했다. PC 시대에 인텔과 함께 PC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했던 대만은 혁신 능력이 감퇴했고 제조업체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모바일 분야 주문자상표부착(OEM)과 생산자개발공급(ODM) 산업의 사슬은 점차 선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크러재니치 CEO는 선전을 선택했고 선전은 기회를 잡았다. 선전의 모든 제조업체가 인텔과 손잡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텔이 제시한 ‘CTE’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산자이’(山寨·짝퉁)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엠도어를 비롯해 인텔과 협력하는 CTE 제조업체는 자금·설계·제조·유통·마케팅까지 인텔의 밀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전의 대표적 전자상가 ‘화창베이’에서 5위안(약 900원), 10위안에 목숨을 건 가격경쟁을 이겨내고 잔뼈가 굵은 업체들은 인텔의 지원을 통해 화창베이 전자상가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다. 일부 업체는 제2의 레노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잡았다.

2013년 5월 제6대 CEO인 브라이언 크러재니치가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길 때 인텔은 형편이 좋지 않았다. 당기순이익이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밑돌았다. 매출액 128억달러 가운데 가장 중요한 PC클라이언트 사업부의 매출은 81억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했다. 그때까지 인텔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겨냥한 모바일 프로세서가 없었다.

크러재니치 CEO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태블릿PC였다. PC와 스마트폰 사이에 낀 태블릿PC를 공략하면 인텔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PC의 기술을 활용하기 쉽고 이미 레드오션인 스마트폰 시장에 곧바로 뛰어들지 않아도 되었다. 2014년 초 크러재니치 CEO는 연말까지 태블릿PC 프로세서 4천만개를 출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은 3개 등급으로 나뉜다. 애플과 삼성으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윈도8과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레노버·아수스(ASUS)·에이서(Acer)·HP 등 전통 브랜드들, 그리고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수많은 OEM 업체다. 삼성과 애플은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해 모바일 프로세서도 자급자족한다. 이 때문에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가 진입할 수 있는 분야는 전통 브랜드 제조사와 선전에 있는 제조업체들이었다. 물론 이 분야에서도 실력을 갖춘 경쟁 상대가 버티고 있었다. 프로세서 제조사 록칩, 미디어텍, 올위너(Allwinner)는 2014년 초 태블릿PC 시장의 상위 1~3위를 휩쓸었고 글로벌 출하량의 80%를 차지했다. 이 세 제조업체는 인텔의 X86이 아닌 ARM 기반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전통 브랜드와의 협력은 20년 전 PC 시장을 점령했을 때와 달리 순조롭지 않았다. 그때는 중소 브랜드였던 업체가 지금은 대기업이 되었고 인텔이 개발한 신제품을 도입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인텔은 더욱 강인하고 반응이 민첩한 협력사가 필요했다.

   
▲ 2015년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5’ 전시회의 인텔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태블릿PC를 살펴보고 있다. REUTERS
   
▲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새 프로세서 모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REUTERS

2014년 4월 크러재니치 CEO는 가장 중요한 전략회의인 인텔개발자포럼(IDF) 중국 지역 행사 장소를 베이징에서 선전으로 옮겼다. 인텔이 ‘산자이’ 도시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크러재니치 CEO는 IDF에서 신기술이나 새로운 개념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인텔이 태블릿PC, 노트북컴퓨터와 태블릿PC 두 형태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투인원(2 in 1) PC’,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선전의 제조업체들이 이미 치열하게 경쟁하는 산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이름만 들어왔던 인텔의 3G 모바일 프로세서 ‘소피아’(SoFIA)를 확인했다. 4G LTE를 지원하는 제품은 2015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인텔은 LTE를 지원하는 통신 모듈을 개발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아왔다.

회의가 끝난 뒤 한달 만에 인텔은 록칩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자본 협력이나 OEM 생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인텔이 공장을 개방해 ARM 아키텍처 칩셋을 위탁생산할 것’이라든지, ‘인텔이 모바일 프로세서 소피아의 OEM 생산업체를 TSMC에서 록칩으로 바꿀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두 업체의 협력은 유통경로를 공유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 ODM 제조사 관계자는 “록칩이 ARM 진영에서 X86으로 넘어올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인텔이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록칩의 강점을 이용해 양쪽이 유통경로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인텔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2014년 9월에 이르러서야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다. 인텔이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스프레드트럼(Spreadtrum)에 15억달러를 출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는 소식이었다. 양쪽은 인텔 X86 아키텍처에 기반한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또 2014년에 ‘중국 스마트 디바이스 혁신 펀드’를 조성하고 10월까지 총 5개 기업에 투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15년에는 커크 스카우젠 부사장이 새로 설립된 클라이언트컴퓨팅사업부(CCG)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임명됐다. 2014년 11월 크러재니치 CEO가 단행한 구조조정에 따른 인사이동이었다. 2014년 11월 인텔은 내부 전자우편을 통해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2015년부터 태블릿PC, 스마트폰, PC클라이언트사업부(PCCG)를 통합해 새로운 클라이언트컴퓨팅사업부를 설립했다.

크러재니치 CEO는 구조조정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2015년에 태블릿PC와 스마트폰, 그리고 LTE 시장의 상황에 주목하고 효율을 개선하며 소피아 등 신제품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개발한 LTE 통신 모듈을 태블릿PC와 투인원 PC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2015년 4월 선전에서 열린 IDF에서 크러재니치 CEO는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했다. 태블릿PC 전용 프로세서 출하량이 4600만대를 기록해 연초에 제시했던 목표를 600만대 초과 달성했다. 크러재니치 CEO는 “중국 협력사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4600만대는 고사하고 400만대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선전을 중심으로 한 중국 제조사들이 출하량의 40% 이상을 기여했다”고 밝혔다.

인텔이 만드는 중국 내 기술 생태계, CTE

1년 전 열렸던 IDF와 달리 크러재니치 CEO는 꿈과 목표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았다. 중국의 OEM과 ODM 제조사들이 다양한 화면 크기의 스마트폰, 패블릿(Phablet·태블릿PC 기능이 포함된 대화면 스마트폰 -편집자), 투인원 PC를 가져왔다. 그들의 제품에는 인텔의 코어M 시리즈와 소피아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인텔 입장에서 ‘산자이’ 제조사들은 미래를 건 도박에 참여한 동업자였지만 인텔이 문을 두드리기 전부터 오랫동안 잔혹한 경쟁에 시달렸던 제조업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단말기 제조사 사장은 회사가 겪었던 위기를 기억했다. 2012년 록칩과 올위너가 생산한 프로세서에서 중대한 기술 결함이 발견됐고 수많은 ODM과 OEM 업체가 곤란한 처지가 됐다. 그중 이팡디지털(易方數碼)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필립스로부터 수주했던 5천만위안(약 92억원) 규모의 계약이 취소됐고 제품을 전량 폐기 처분해 공급망과 자금줄이 끊어졌다. 이팡디지털도 최근 인텔의 협력사가 됐다.

   
▲ 중국 짝퉁 기업들은 인텔과 손잡은 덕분에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 크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위키피디아 제공

2012년 시작된 위기가 해결되기도 전에 2013년 말부터 다시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태블릿PC의 수익률은 바닥으로 떨어져 한대를 팔면 5~6위안(약 920~1100원)이 남았다. 앞서 소개한 단말기 제조사 사장은 그 시점에서 회사를 처분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말 고객사였던 인도의 최대 OEM 제조사가 도산했고 회사는 700만위안(약 13억원)이나 되는 부채를 떠안았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 인텔이 기술, 돈, 고객사를 동반하고 나타났다. 태블릿PC 제조사 큐브(Cube)의 우메이 총경리는 “인텔이 왜 우리를 찾아왔는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 인텔의 코어 시리즈 제품을 탑재한 단말기는 우리 제품보다 가격이 두배 이상 비쌌기 때문에 인텔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큐브는 선전의 다른 제조사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열망을 품고 달려왔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큐브는 2004년 삼성전자의 MP3와 MP4 제품 대리점으로 출발했고 2005년에는 지역총판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총판을 그만두고 자사의 브랜드를 등록한 뒤 MP3와 MP4 제품을 기획했다. 그는 “MP4 제품은 가격이 1천위안(약 18만4천원) 이상이었고 한국에 있는 공장에서 OEM으로 생산한 프리미엄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중국 브랜드의 MP4 제품 가격은 299위안(약 5만5천원)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한국에서 OEM으로 생산한 큐브의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재고로 쌓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전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MP4로 고전하는 사이 시장의 수요가 변했고 태블릿PC가 눈에 들어왔다.

인텔과의 협력으로 쑥쑥 커가는 중국 업체들

큐브는 2010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태블릿PC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프로세서 공급사로 록칩을 선택했고 3G 시대에는 미디어텍으로 바꿨다. 모든 제품을 ARM 아키텍처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설계했다. 그러나 어떤 프로세서를 탑재하더라도 선전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저가 시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큐브와 그의 경쟁사들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유통경로를 빼앗았고 가격을 끌어내렸다.

2013년 인텔이 큐브를 찾아왔다. 당시 중국 내 출하량 3위의 태블릿PC 제조사였던 큐브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999위안(약 18만4천원)이었지만 출하량이 가장 많은 제품 가격은 699위안(약 12만8천원)이었다. 인텔의 프로세서와 주변 부품이 비싼 것은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인텔과 손잡으려면 제품 단가를 1599위안(약 29만4천원) 또는 1999위안(약 36만8천원)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게다가 인텔의 코어 시리즈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폐쇄적이라 공급사를 찾기 힘들었다.

뜻밖에 인텔은 프로세서 공급 가격을 내렸고 보조금 지원도 약속했다. 보조금의 위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텔이 CTE 제조사에 공짜로 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팡디지털 같은 공급업체도 소개했다. 이팡디지털은 회로 설계 업체 자격으로 큐브와 만났다. 그때 큐브는 충분한 공급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팡디지털이 제시한 솔루션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인텔과 함께 다시 문을 두드린 이팡디지털은 인텔 코어M 시리즈 기반의 설계 솔루션을 갖고 있었다. 우메이 큐브 총경리는 “인텔과 일하고 싶어도 막막했는데 이팡디지털을 소개해준 덕분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큐브는 신중하게 시작했다. 인텔이 아무리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해도 신제품을 설계·생산하면 안정성 등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테스트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중고가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이 살아났다. 큐브는 2014년 전체 출하 물량의 15%에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2015년에는 생산하는 태블릿PC의 50%에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할 예정이다.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 라인을 늘린 것은 판매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15년 6월18일 온라인쇼핑몰 징둥닷컴(JD.com)이 기획한 할인 행사에서 큐브의 1999위안(약 36만8천원)짜리 태블릿PC의 예약 주문이 1만3천건이나 쏟아졌다. 예약 물량이 너무 많아서 아직까지 제품 발송을 끝내지 못했다.

제조업체가 ARM 진영에서 인텔로 넘어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업계의 대부 격인 허타오는 인텔과 일하기 위해 아예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15년 전 휴대전화 업계에 진입했던 허타오는 노키아와 테크페이스에서 근무했다. 테크페이스는 중국 최대 무선통신단말기 ODM 제조사다. 허타오가 설립한 회사는 2014년 봄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직원 1500여명은 대부분 8년 이상 함께 일했다. CTE 진영에 들어가기 전 허타오와 직원들은 퀄컴, 인텔, 미디어텍,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등 주요 프로세서 제조사의 ODM을 맡았다.

허타오가 시장에 새로 진입한 인텔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텔의 ODM을 맡기 전에 레노버 회의에 참석했다가 미디어텍 책임자를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 책임자는 허타오에게 “얼마 전까지 마벨테크놀로지의 설계를 맡더니 이번에는 레노버에 왔느냐”며 정말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허타오가 실리콘밸리 반도체 업체 마벨테크놀로지에 제공한 설계안 때문에 미디어텍은 차이나모바일이 발주한 제법 규모가 큰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텍은 허타오에게 불만이 많았다.

사실 허타오는 인텔과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처음 협력할 때 인텔의 디바이스 가격은 130달러(약 14만8천원)였다. 그때도 상당히 낮은 가격에 속했다. 최근 허타오가 인텔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계하는 디바이스는 가격이 30달러(약 3만4천원)까지 내려왔다. 그는 인텔의 노력을 확인했고 인텔과 함께 도박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허타오는 인텔이 가진 원가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 외에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인텔의 고객사에 주목했다. 그는 “인텔 고객사의 제품이 팔려야 인텔의 프로세서도 팔린다”고 말했다.

허타오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인텔의 영업부서와 자주 연락한다. 그들은 고객사를 허타오에 소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생각하지 못한 고객사를 만나기도 했다. 인텔이 직접 고객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IDF 기간에 인텔은 고객사를 연결하기 위한 회의를 조직했다. 허타오는 인텔의 회의실에 들어가면 하루에 10곳 이상 고객사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커크 스카우젠 부사장은 2년 전 중국 제조업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조금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인텔의 실적보고서를 보면 보조금으로 해마다 60억~70억달러를 지출했다. 이 돈은 대부분 중국 CTE에 속한 제조사에 지급됐다.

그러나 큐브와 이팡디지털 모두 2015년부터 인텔의 보조금이 줄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인텔이 지난 2년 동안 보조금을 풀어 출하량을 늘리는 정책을 펴왔지만 이제는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텔이 보조금 정책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해마다 30억달러 이상 소요되던 광고 예산을 보조금 지급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보조금으로 협력사를 확보하자 2014년부터 미디어텍이나 스프레드트럼 같은 경쟁사들의 지위가 흔들렸다. 그들과 협력을 논의하거나 투자를 협상할 때 인텔이 유리한 카드를 쥐게 된 것이다. 2016년부터 인텔이 X86 라이선스를 독점함에 따라 X86의 기술 아키텍처를 미디어텍과 스프레드트럼에 무료로 제공하고 인텔은 반도체산업 업스트림이 되어 ARM과 비슷한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인텔이 계획에 성공한다면 패권적 지위를 확보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15년 25호 豪門與“山寨”之盟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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