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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곧 터질라
[Network Research]소득양극화와 가계부채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여경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연구위원 economyinsight@hani.co.kr

최근 가계부채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계부채의 문제”라고 지적하였고, 이명박 대통령 또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선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을 지시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버블과 연계되어 있으며, 양극화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부동산버블에 의한 가계부채’와 ‘양극화에 의한 가계부채’라는 두 층위의 가계부채 문제가 혼재되어 있다. [그림1]은 OECD 자료를 토대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선진 16개국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부동산버블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부동산버블이 높을수록 레버리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높은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을 훨씬 상회한 수치로,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 급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림2]는 지난 20여년간 한국과 미국의 가계 레버리지 비율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 70%에서 1997년에는 93%까지 올랐다. 1998년 부채조정을 통해 84.7%까지 하락한 레버리지는 불과 4년만에 무려 40%포인트가 상승하여 2002년에는 123.6%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이 비율 추세는 미국보다 훨씬 가파른데, 그만큼 부채증가 속도가 미국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게 된 배경에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버블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레버리지 비율이 급증하여 100%를 넘어선 시점이 2001년인데, 2001~2002년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던 때이고, 2004~2006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던 시점에 이 비율도 동반 상승하였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가계의 부채조정으로 작년 말 123.8%로 고점 대비 8.3%포인트 하락하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무런 부채조정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작년 말 152.7%까지 상승하였다. 
 
미국보다 높은 레버리지 비율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토대로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세후소득 분포를 살펴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1분위(소득 하위 20%)~4분위 계층의 소득점유율은 모두 줄어들고, 5분위(소득 상위 20%) 계층만 유일하게 증가하였다. 분위별로 살펴보면 1분위(0.96%포인트), 2분위(0.62%포인트), 3분위(0.20%포인트), 4분위(0.12%포인트) 계층의 소득은 줄어들었다.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소득점유율이 줄어드는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5분위 계층만 1.9%포인트 상승하였고, 5분위 계층 상승분의 86%를 상위10%가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양극화의 결과, 중·하위 계층의 실질가처분소득은 지난 10여 년 간 사실상 정체되었다. 같은 기간 실질GDP는 연평균 4.4% 증가했지만,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은 연평균 1.1% 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특히 경기변동과 거의 무관하게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득 증가율이 낮았다. 경제성장에 따른 과실이 가계에 체감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미미한 과실도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실제 하위계층은 성장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저축 여력이 떨어지고, 가계예산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양극화 추세에 대응하여, 상위 계층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했지만, 하위80%는 상대적으로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즉 실질소득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의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확대된 소득양극화에 대한 소비 측면의 대응물로서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인 금융자유화와 신용카드를 통한 중·저소득 가구의 유동성 제약이 완화된 환경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실질소득의 정체나 상대적 하락에 대하여 가계가 소비측면에서 대응한 결과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회적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항목으로 거론되는 교육비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표1]은 가계의 예산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교육비는 거의 5년을 주기로 1%p씩 상승하여 현재 가처분소득의 9%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동 비중이 높고 모든 계층에서 교육비 비중이 체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하위 계층일수록 교육비 비중을 더욱 늘려 1분위는 소득의 10% 이상을 교육비에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로 인한 소득수준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예산에서 교육비 비중을 늘려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비와 마찬가지로, 통신비 또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상승률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지위나 소비수준이 높은 계층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관련 재화의 소비지출을 늘리는 모방효과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계층, 지역, 산업, 기업, 노동시장 등 다층의 양극화가 혼재되어 있어 사회적 소비 메커니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강남의 상위 계층이 수도권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지방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갈수록 청년층 실업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상위 계층의 교육비 지출 증가는 사교육 열풍과 경쟁을 초래하고, 이는 차례로 중·하위 계층의 지출을 강제하고 있다. 이른바 좋은 직장과 높은 소득의 좁은 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러한 메커니즘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모방 행위는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가계의 저축률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소비수준을 유지하려는 중·하위 계층의 소비행위는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조건에서는 필연적으로 저축률 감소나 부채확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교육ㆍIT 등 모방소비 확산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저축률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양극화는 악화되고 저축률은 떨어졌다. 거시적으로 접근하면, 소득양극화에 따른 상위계층의 저축률 상승을 중·하위 계층의 저축률 하락이 더 크게 상쇄하였기 때문이다.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외환위기 이후 소득양극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가계저축률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199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계층에서 가계수지의 흑자율이 줄어들고 있다. 소득이 집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계층의 흑자율 또한 큰 변화가 없었다. 상위10% 또한 1990년 35.5%에서 1998년 49.7%까지 상승했지만, 2008년에는 44.8%로 하락하였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대출 확대로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기타 비소비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소득의 양 극단으로 갈수록 체계적으로 상승하였다.
이에 비해, 하위 80%는 모든 계층에서 외환위기 이후 큰 폭으로 흑자율이 감소하였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감소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간신히 가계수지를 맞추던 하위 20% 계층은 가처분소득의 17%(하위 10%는 37%)가 넘는 적자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적자는 대부분 부채를 통해 충당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한국의 가계부채와 부동산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민간의 총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처분소득 정체의 ‘대체물’로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버블과 소득양극화에 따라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해석은 자본주의 체제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거시경제적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자본주의는 투자의 불확실성과 소득의 양극화에 따라 유효수요 부족으로 불안정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감세, 규제완화, 시장화, 금융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양극화와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가계부채’를 통해 자산시장의 버블과 낮은 저축률로 민간의 총수요를 창출하였다. 또한 금융시장의 탈규제에 따라 만들어진 새로운 금융상품과 레버리지 증가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였다. 그리고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새로운 금융상품, 금융혁신, 금융버블을 통해 부족한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신자유주의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통해서 중·하위 계층의 실질소득 정체와 거시적 수준에서 높은 유효수요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가계부채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높은 소비수준과 분배적 의미에서 소득양극화의 모순적 성격을 치유하는 해법으로 작동했다. 자본주의 황금기에 유효수요를 유지했던 내적 동력이 ‘임금’이었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가계부채’가 이를 대체하였다.  
 
실패한 ‘IMF체제’의 그림자

그러나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가계부채를 통한 유효수요 관리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해법이 아님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가계의 레버리지 상승과 낮은 저축률은 신규차입 여력과 부채상환 능력의 감소를 의미하고,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버블은 붕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계의 소득 대비 지나치게 상승한 부동산가격과 부채가 정상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민간소비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산시장 붕괴에 따른 가계의 재산 감소, 금융기관의 신용축소와 부채상환 요구 증가, 고용악화에 따른 소비축소 등이 동시에 거시경제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시경제적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의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에 대출금리와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결정적인 요인이므로, 가계, 금융기관, 정부의 사회적 조정과 합의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2.5%까지 높아진 예대금리의 차이를 조정하여 가계의 과다한 부채상환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소득 증가가 궁극적 해법임을 인식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고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한 거시경제 패러다임, 즉 ‘IMF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고용과 임금을 증가시켜 견고한 유효수요를 유지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 증가로 이어져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결국에는 생산성과 임금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버블, 소득양극화, 교육비, 가계부채는 모두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른 급격한 시장화, 소득양극화,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사회가 부담해야 할 공공의 영역을 개인에게 떠맡겨 발생한 비효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산물들이다. ‘IMF 체제’를 극복하고 소득양극화와 경제성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해법을 모색하고 합의할 때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유력한 대안이다.

* 참고 새사연보고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와 소득양극화” www.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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