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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무인기 개발로 항공기 제작사 도약한다
미래의 먹거리 찾는 대한항공
[63호] 2015년 07월 01일 (수) 김순신 economyinsight@hani.co.kr

 

   
▲ 부산 대저동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에서 한 직원이 항공기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무인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

관련 분야 매출 연평균 25% 성장, 2020년 3조원 목표

대한항공이 무인기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무인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무인기 등 항공기 제작 부문은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25%의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관련 분야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순신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2009년 11월 경상북도 경주시 코오롱호텔. 한국항공우주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강연자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들어섰다. 대한항공이 수행하는 민간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정비수리(MRO), 무인기 및 발사체 사업 등에 관해 소개를 마친 조 회장은 “F-35, F-22 전투기가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 무인기 시대를 대비한 기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경주 선언’ 7년 뒤 무인기 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KUS-7)와 전술 무인항공기(KUS-9)를 상용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노후화된 공군 헬기(MD500)를 무인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재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사업계획팀장은 “대한항공의 현재 먹거리가 항공여객 사업이라면 가까운 미래 먹거리는 항공기 부품 제작이고 그보다 먼 미래 먹거리는 무인기 사업”이라며 “전세계 무인기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군용 무인기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 운항사’인 대한항공이 성공적으로 ‘항공기 제조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해 투자자들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4년 근접감시용 무인기 개발에 착수하며 무인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9년 전술 무인항공기를 군에 납품하며 무인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내 최초의 무인기 ‘송골매’를 군에 납품한 뒤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군용 무인기 시장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수직 이착륙형 고속 무인항공기(틸트로터) ‘KUS-TR’를 개발·완료했으며, 고성능 무인정찰기 ‘KUS-DUAS’를 2015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KUS-DUAS는 산악 등 좁은 지역에서 운용하기에 적합한 무인기다. 또한 2017년까지 프레데터와 같은 중고도급 무인항공기 개발도 완료할 계획이다. 개발명 ‘KUS-15’인 이 기종은 군사용으로 사용할 경우 감시정찰과 같은 무인정찰기의 기본적인 역할은 물론 통신 중계나 신호정보 수집 등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장기적으로 스텔스 형태의 무인전투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US-X’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무인기는 B2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다. 레이더 단면적을 감소시키는 형상 설계 기술이 적용되며 무인공격 및 폭격기 용도로 개발된다.

틸트로터는 대한항공의 높은 무인기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을 하면서 비행기처럼 고속비행이 가능한 신개념 무인항공기다. 길이 5m, 폭 7m의 무인기 날개 양쪽에 달린 프로펠러(로터)가 이착륙할 때는 위를 향하고 있다가 비행 중에는 날개와 수평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진다.

속도를 올리면 로터를 앞으로 기울여 일반 고정 날개 항공기로 변한다. 일반 헬리콥터보다 속도가 두배가량 빠르고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며, 공중에서 제자리 비행이 가능해 인명 구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체공 시간은 5시간이다. 대한항공은 2013년 10월 KUS-TR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2020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틸트로터를 활용한 첨단 무인항공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무인기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운데) 등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인기는 최근 10년간 항공우주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다. 뉴시스

정찰기·수송기 이어 전투기도 무인기로

무인헬기 개발도 한창이다. 대한항공은 1977년부터 육군이 사용하는 공격형 헬기 500MD를 활용해 무인헬기를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리틀버드 H-6U’ 프로젝트다. ‘리틀버드 H-6U’는 2012년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12년 시험비행 당시 육군항공학교 활주로를 이륙해 주변 지역을 15분간 비행한 뒤 착륙했다. 기존 유인 헬기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운용비용이 낮고 정비가 쉽다. 신속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미 해군의 대잠헬기인 SH-60보다 연료는 25%, 정비비용은 10% 이하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볼때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다. ‘리틀버드 H-6U’는 수색을 비롯해 화물 보급 및 퇴각 이동, 통신 중계,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에서 정찰·탐지 활동을 하는 소형 무인기는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무인항공기는 2km 상공에서 비행하며 적군을 정찰할 수 있다. 활주로가 필요 없어 산악지역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15년 안에 소형 무인기를 군에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개발이 끝났기 때문에 군과 협의만 되면 7월 이후에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무인기 제조 분야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데는 항공우주사업본부의 기술력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1976년 설립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군용기 성능 개량 및 정비, 민항기 정비·개조를 수행하는 항공산업의 종합 전문기지 성격이 강하다. 국내 최초의 독자 개발 군용 헬기인 500MD와 공군이 운용 중인 F-5 제공호 전투기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보잉·에어버스와 손잡고 민항기 부품을 생산할 뿐 아니라 국군의 F-16, F-4E, 미공군의 F-15C와 헬기인 UH-60 등 군용기 생산 및 정비도 맡고 있다.

송원석 항공기정비공장 부장은 “150대의 대한항공 여객기는 물론 군용기까지 수리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개발 단계에서 참여한 UH-60 헬기를 미 본토에서 부산의 테크센터로 수송해 수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전 연구·개발(R&D)센터에서 무인기 기술을 개발하고 부산 테크센터에서 무인기의 실험 및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딜로스터와 사단급 무인기가 조만간 양산을 시작하면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항공우주사업본부의 2014년 매출은 9201억원으로 대한항공의 2014년 전체 매출(11조6803억원)의 8%에 불과했다. 하지만 항공우주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회사 내 다른 사업부를 압도한다. 2009년에 32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5년동안 매출이 연평균 약 25% 증가했다. 일부 기업에 방위산업에 대한 독점적 공급권을 줬던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정책이 2009년 폐지되면서 시장 진입에 장애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새로운 주력 사업인 무인기와 항공기 제작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10%가 넘어 대한항공 전체 영업이익률을 크게 웃돈다”며 “최근 추진하는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가 차례대로 상용화되면 매출 증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이 무인기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근 무인기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최근 발표한 무인기 사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전세계 무인기 시장 규모가 114억달러(약 12조7천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체 무인기 시장의 90%는 군용 무인기가 차지한다.

무인기 업계에서는 최근 10년간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군용 무인기라고 평가한다.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 규모는 2000년 2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10년 50억달러로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주기로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셈이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 유인항공기를 무인항공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2025년 이후 전투기 50%를 무인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미 육군에서는 2035년까지 유인 정찰기, 헬기, 수송기 등을 전부 무인기 또는 유·무인 겸용기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무인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한항공이 무인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6년간 송골매를 통해 무인기 운용을 해온 KAI보다 기술력이 뒤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있을 군의 무인기 후속 산업에서 대한항공이 KAI를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방위산업에선 외교 안보 등의 이유로 해외 업체들의 입찰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군의 무인기 사업으로 대한항공이 수혜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무인기 시장은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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