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5년
     
[Cover Story] 소비자 정서가 인공 식품 미래 좌우
인공 식품의 진화- ② 실험실 식품의 미래
[63호] 2015년 07월 01일 (수) 케르스틴 분 외 economyinsight@hani.co.kr

 

   
▲ 인공 조명으로 재배되고 있는 채소.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하루 24시간 키울 수 있다. REUTERS

저비용·고효율 육류 생산 및 채소 재배 가능… 무엇을 먹을지는 사회적 선택

기술적으로 모든 인공 식품이 가능하다. 생산성도 높고 가격도 싸다. 하지만 음식만큼 감정을 유발하는 것도 없다. 함께 식사하는 것은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친분을 맺게 하며 갈등을 진정시킨다. 식탁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후의 보루다. 사람들이 이런 자리에서조차 실험실에서 만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케르스틴 분 Kerstin Bun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차이트> 기자
프리츠 샤프 Fritz Schaap 프리랜서

맛의 측면에서 다소 박한 점수를 받은 인공 육류는 환경적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받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육류와 비교할 때 인공 육류 생산 과정에서는 에너지가 45%, 물은 96%, 땅은 99%나 절감된다. 그래서 근육조직을 채취할 암소 3만5천마리만 있으면 전세계 인구가 소비할 육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장형 사육은 심장순환계 질환과 더불어 과거의 유물로 남게 될 것이다. 실험실에서 육류에 건강에 좋은 비타민과 지방산을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 의학교수인 마르크 포스트는 “종국엔 인류가 인공 육류를 먹을지 말지는 완전히 다른 요인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로 도덕적 잣대다. 어느날 슈퍼마켓에서 기존 육류와 인공 육류가 판매된다면, 기존 육류 포장에는 ‘이 제품을 위해 동물이 죽어야 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을 수도 있다. 오늘날 담배처럼 가축 사육은 사회적으로 배척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포스트 교수가 미생물 배양기에서 만든 이상한 ‘프랑켄푸드’ 인공 고기패티를 실제 먹으려고 할까? 인조가죽 장화나 인조가죽 외투에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입에 넣는 사람은 없다. 음식만큼 감정을 유발하는 것도 없다. 물론 네덜란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인공 육류를 먹을 수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인들이 실제 인공 육류를 먹을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함께 식사하는 것은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친분을 맺게 하며 갈등을 진정시킨다. 식탁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후의 보루다. 결혼식에서는 성대한 연회가, 장례식에서는 조문객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사람들이 이런 자리에서 페트리접시에서 배양됐고 살아 있는 동물과는 조혈세포 단 하나를 제외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인공 육류를 과연 먹으려고 할까?

   
▲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육류에는 건강에 좋은 영양소를 더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모이는 식탁에서 사람들이 이런 음식을 먹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REUTERS

채소도 도심 LED 공장에서 재배

암소의 세포에서 수천t의 소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학자들은 이보다 더한 것도 해낼 것이다. 수많은 디스토피아 과학소설은 이러한 공포스러운 상상을 다루었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종말 리포트>(Oryx and Crake)가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2003년 발표된 이 소설에서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재앙과 맞닥뜨리면서 온갖 추악한 만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소설 마지막에서 네오농업학자들은 닭가슴살로만 이루어진 일종의 닭고기를 개발해낸다. 하지만 이 닭고기가 생물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 닭고기는 머리가 있어야 하는 부위에 구멍이 난 움직이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여기가 입 부위로, 이곳을 통해 영양소가 채워진다”고 소설 속 한 여성 연구원이 설명한다.

배우 찰턴 헤스턴이 나오는 1970년대 고전영화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영화의 무대는 인구 4천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2022년의 황폐한 뉴욕이다. 기후변화와 온실효과는 전통적인 농업을 거의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딸기 한움큼이 암시장에서 150달러에 팔리고, 과거를
아직 기억하는 노인들은 소고기 한점만 봐도 눈물을 흘린다.

대다수 뉴욕 시민은 플랑크톤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인공 식량 ‘소일렌트 그린’으로 연명한다. 그러다가 영화 속 영웅이 ‘남획으로 고기가 싹쓸이됐고, 시장을 지배하는 식품 대기업 소일렌트가 뉴욕 시민의 시체로 녹색 비스킷 소일렌트 그린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소일렌트 그린은 인육이었다!”

영화의 핵심 주제는 절대 기괴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시의성을 띠고 있다. 인류는 식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가. 식량 보유량은 얼마나 갈까. 인류는 앞으로도 인공이 아닌 실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아니면 머지않아 주어지는 것을 그냥 먹을 수밖에 없게 될까. 즐기기 위해 먹는 것과 생존하기 위해 먹는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 음식문화와 인공 식품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대도시의 팽창과 더불어 이 질문은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일본 도쿄의 수도권에만 현재 3600만명이 거주하며 인도 뭄바이, 필리핀 마닐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는 2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인류는 계속해서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 1950년에만 해도 세계 인구의 70%가 시골에 살았는데,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약 7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농업용지가 늘어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경작지에서 식탁까지의 거리가 계속 멀어지면서 음식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인가에 있다.

마틴 맥퍼슨은 이에 대한 답을 글로벌 메가시티와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장소에서 찾아냈다. 얼음장처럼 차디찬 바람이 영국 북동부의 요크에서 멀지 않은 카우드의 들판 위로 불고 있다. 맥퍼슨은 검은색 아웃도어 재킷의 지퍼를 끝까지 올린 뒤 밖으로 나섰다. 그는 미래의 과일과 채소 재배를 연구하는 스톡브리지기술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연구원 30명이 도심의 콘크리트 사막을 녹지대로 탈바꿈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도시농업(City-Farming)으로 가기 위함이다.” 맥퍼슨이 창문 없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달린 강당으로 향한다. 강당은 단독주택 정도의 크기다. 이 시설의 제작에 25만파운드(약 4억4천만원)가 들었다. 그래서 엄격하게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 첫번째 문은 열쇠로 열리고, 두번째 문은 숫자 암호로 열린다. 두번째 문이 열리면 온습한 공기의 어두컴컴한 공간이 나온다. 공간의 암흑을 깨는 것은 붉고 푸른 작은 빛뿐이다.

강철로 만든 욕조 형태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물품을 적재하는 고층 자동화 창고처럼 생긴 욕조 5개가 아래위로 설치돼있다. 욕조에는 바질, 딸기, 셀러리와 심지어 꽃도 재배되고 있다. “앞으로 인구 10억명을 먹여살리려면 무언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맥퍼슨은 말한다. “노상에서 재배되는 기존 수확물과 비교할 때 우리는 수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맥퍼슨은 쌓아올리는 방식의 경작지를 실험 중이다. 그는 셀러리를 옆으로 재배하는 대신 아래위로 쌓아올려 재배한다. 이방식으로는 아주 많이 쌓아올려서 재배할 수 있다. 지하실 공간이나 수백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심 고층 건물의 한층에서 드넓은 들판에서만큼 셀러리를 재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소비지에서 바로 채소 재배가 가능하다.

햇빛이 없어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철 욕조의 아랫면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바로 아래의 식물을 희미하게 비춘다. 대다수 LED 조명은 붉게 빛나고, 일부 LED 조명은 푸른색으로 빛난다. 간혹 흰색 LED 조명도 있다. 공간 한쪽 구석에 필립스 광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는 농업에 사용되는 LED 조명을 개발해 공급했다.

LED 조명은 들쑥날쑥하지 않기 때문에 셀러리는 하루 24시간 자랄 수 있고, 재배 시점을 1일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춘다. 노상재배가 항상 날씨의 영향을 받는 반면 실험실에서는 LED 조명 색상의 조합으로 작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맥퍼슨은 말한다. “LED 조명으로 채소의 성장 속도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채소의 색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양소 함유량도 바꿀 수 있다.”

기존 온실 램프와 달리 LED 조명은 온기를 거의 만들지 않아서 LED 조명을 작물 가까이에 설치해도 된다. 이렇게 해서 작물을 아래위로 쌓아올릴 수 있고, 여유 공간이 부족한 대도시에도 거대 경작지를 조성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잘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 기술을 새롭게 조합해야 한다.” 그럼에도 몇 년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맥퍼슨은 토로한다. 고층 래크에 해충이 생기지 않게 하고 LED 조명의 영향으로 생기는 채소 질병을 관리하는 방법 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관건은 LED 조명이 저렴해져서 LED 조명 재배를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 인공 식품은 기존 식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영양도 풍부해 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한 음식점에서 수석 셰프가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를 시식하고 있다. REUTERS

네덜란드 델타파크 실패의 교훈

핀란드·네덜란드·미국·일본·싱가포르의 자동화 채소공장에서 인간은 더 이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제 인간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만 기능할 것이다. 갈퀴로 정원을 가꾸느라 손톱이 새까매진 사람은 이제 기껏해야 정원 관련 잡지의 사진에서나 등장할 것이다.

과연 어떤 아이디어가 음식의 미래로 자리잡을 것인가. 음식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내다보기는 힘들다. 반박할 수 없는 논리와 대규모 투자, 식품 생산의 절대적인 개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한 과거의 수많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네덜란드의 델타파크(Deltapark)도 그중 하나다.

15년 전 네덜란드 농업 선구자들은 돼지와 닭 등의 고기 사육과 채소 재배를 위해 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유공장과 로테르담 항구의 화물터미널 사이에 10만명 이상을 먹일 폭 400m, 길이 1km, 6층 규모의 산업단지 델타파크가 들어서게 돼 있었다. 한층에서는 돼지 30만마리, 암탉 25만마리, 비육닭 100만마리가 사육되고, 그 위층에서는 양송이버섯, 제일 위층에서는 상추·파프리카·무가 재배될 예정이었다. 지하에는 연어 양식용 인공 저수조가 들어서고, 가축용 단백질 사료로 메뚜기와 구더기가 사용될 계획이었다. 델타파크내에 들어설 대규모 도축장에서는 모든 가축이 슈퍼마켓에서
바로 판매될 수 있도록 손질·포장·냉동된다.

델타파크 설계자들은 인공음식을 만들기 위해 한치의 빈틈도 없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델타파크는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국민의 저항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당시 델타파크 설립에 참여했던 농업 엔지니어 얀 드월트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들은 “델타파크가 프랑켄슈타인 건물”이라고 썼으며, 사람들은 “질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돼지 30만마리를 죽일 것이냐”고 반문했다. 1990년대 말에 돼지인플루엔자가 창궐해 국내 돼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00만마리가 몰살당한 것이 네덜란드 국민의 뇌리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얀 드월트는 여전히 델타파크의 장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델타파크의 돼지우리에서 돼지 한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현재의 공장식 사육 우리보다 넓다. 돼지를 위한 장난감이 있고 때때로 야외로 나갈 수 있도록 발코니도 계획돼 있었다. 델타파크는 그 자체가 생태시스템이었다. 닭의 배설물을 셀러리 비료로 사용하고, 돼지의 온기로 토마토에 열을 가한다. “델타파크는 동시에 리사이클링 공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어쩌면 델타파크가 세워지기에는 시기상조였을 수도 있고, 델타파크를 너무 거대하게 설계했을 수도 있다고 얀 드월트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오직 기술의 도움만이 기아를 막을 수 있다”고 여전히 확신한다. 분명한 점은 어떤 기술의 도움으로 기아를 막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달걀 없는 마요네즈, 소가 없는 소고기, 햇빛을 단 한번도 쬐지 않은 셀러리. 문제는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하냐가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인류가 2050년에 무엇을 먹을 의향이 있는지다. 만일 인류에게 그때도 여전히 선택권이 있다면 말이다.  

ⓒ Die Zeit 2015년 18호 Das jüngste Gericht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케르스틴 분 외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