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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충격 그 이후
Editor’s Letter
[63호] 2015년 07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짧지만 강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가 그랬다. 메르스 자체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경제에 미친 충격은 너무나 컸다. 과거와 달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을 줄인 탓이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식당, 마트만이 아니다. 심지어 은행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정부가 지난 6월 말 2015년 경제에 대한 수정 전망을 내놨다. 애초 3.8%로 잡았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1%로 낮춰 잡았다. 그것도 추가경정(추경)예산을 감안한 수치다. 추경이 없다면 2.8~2.9% 성장률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금융연구원(2.8%), 하나금융경영연구소(2.7%), 산업연구원(2.9%) 등이 추경을 감안하지 않고 내놓은 전망치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메르스 사태로 인한 성장률 하락분이 0.2~0.3%포인트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의 향후 경제 운용 방향은 메르스가 가져간 성장률 0.2~0.3%포인트를 추경으로 원상 복구시키는 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그렇게 해서 복구한다 해도 3.1%다. 애초 전망했던 3.8%와의 차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성장률 상승 효과 0.6%포인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추경으로 메르스 충격을 상쇄한다 해도 담뱃값 인상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2.5%에 그쳤을 것이란 얘기다. 정말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 경제 상황은 수출, 내수 양쪽 다 좋지 못하다. 수출은 2015년 들어 큰 폭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국내 간판 기업 두곳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엔저로 무장한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약진으로 크게 위축됐다. 내수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등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경기 확산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관광·문화·운송 분야도 중국 관광객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내국인의 구매력에 의존한 내수 회복은 아직 요원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실물경제가 식어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실물경제 지표인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대수도 감소세다. 주가가 오르는 것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하반기에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 경제의 향배에 달려 있다. 수출뿐 아니다. 내수 역시 중국 경제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정부로서는 성장률 2%대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턱걸이 한 것이 3.1%다. 하지만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담뱃값 올리고 추경 동원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민간부문의 경제 활력을 살려야 한다. 특히 내수 여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메르스 사태가 보여준 우리 경제의 밑바닥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는 대목이다. 

 

정남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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