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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손’과 아이팟 판매량
[Market]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제니퍼 돌리액 economyinsight@hani.co.kr

제니퍼 돌리액 Jennifer Doleac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강사

미국에서는 인종이란 변수와 경제활동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이 상관관계의 밑바탕을 이루는 인과관계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한 상관관계 가운데 인종차별에 기인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인종별로 편차가 크지만 인종과는 별도의 특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교육 수준 같은 변수의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미국 노동시장에서 인종차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가정한 뒤에도 그 가운데 ‘통계적’ 인종차별(관찰되지 않는 부정적인 특성의 대리변수로 인종을 사용하는 경우)이 아닌, ‘편견’에 의한 인종차별(인종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에 해당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경제학자들은 인종차별을 식별해내고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차별의 원천을 구분해보려는 연구를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런 연구들 중 다수는 ‘관찰연구’가 안고 있을 수 있는 편향을 피하기 위해 ‘현장실험’을 시도했다. 관찰연구는 흑인 집단과 백인 집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통계조사에서 요구하는 무작위적 임의표본을 이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관찰되지 않는 특성’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실험에도 나름의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일부 연구자들은 시장참여자의 인종을 암시하기 위해 전형적인 흑인의 이름과 전형적인 백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런 이름은 인종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의 가족적 배경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한 신호까지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수행된 이런 연구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1년간 현장실험을 수행했다. 그 방식은 미국 전역에 걸쳐 수백 군데의 지역 시장에서 백인과 흑인 판매자들이 온라인 분류광고를 통해 아이팟을 판매하게 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현장연구가 안고 있는 방법론상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사진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각 판매자의 인종에 관한 신호를 보냈다. 흑인의 손, 백인의 손, 그리고 손목에 문신이 새겨진 손 등 3명의 각각 다른 판매자들이 아이팟을 들고 있는 사진을 광고에 집어넣은 것이다. 손목에 문신이 새겨진 판매자는 흑인 판매자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통계적 차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백인이더라도 일반 백인과는 다른 별도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의심’될 수 있다.
우리가 설정한 이런 실험환경은 연구목적상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구매자는 자신이 생각할 때 주문을 해봐야 거래가 성사될 것 같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팟을 주문할 이유가 없다. 또 판매자와 구매자의 상호작용에서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매자는 특정한 판매자와 만나야만 거래를 완성시킬 수 있으며, 그렇기에 기만이나 사기를 당할 가능성에 직면한다.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시장거래가 지닌 이러한 특성을 우리 연구는 감안했지만, 기존 다른 연구는 그렇지 않았다.
   
 

현장실험: 절차와 결과
우리는 2009년 3월∼2010년 3월에 걸쳐 약 300개 지역 시장에서 적어도 1시간당 3건 이상의 아이팟 판매 온라인광고를 올렸다. 우리가 올린 온라인광고는 모두 1200건이었다. 각각의 광고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한 번에 12시간 동안 온라인 공간에 게시됐고, 구매 의사를 갖게 된 잠재구매자는 그 시간 동안에 전자우편을 통해 응답할 수 있게 했다. 사진은 무작위로 몇 가지 다른 특성들과 연결시켜 각각의 광고에 집어넣었다.
응답을 해온 사람에게는 최대 지불의향 가격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그 가운데 최고액을 제시한 사람에게 온라인 지급처리 서비스인 페이팰을 이용해 대금지급을 처리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에 세 가지 부류의 판매자 집단이 아이팟 판매 실적을 얼마나 올렸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했다.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흑인 판매자는 백인 판매자보다 응답을 13% 적게 받았고, 최대 지불의향 가격 제시도 17% 적게 받았다.
• 광고에 응답하고 가격을 제시한 사람들의 집단은 자발적으로 형성된 표본이므로, 인종 편향을 적게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흑인 판매자가 제시받은 가격은 백인 판매자보다 평균 2∼4% 낮았다.
• 손목에 문신이 새겨진 판매자의 경우도 결과는 흑인 판매자와 비슷했다. 이는 곧 ‘통계적 차별’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흑인 판매자에게 응답한 구매자가 백인 판매자에게 응답한 구매자보다 더 낮은 신뢰를 드러냈다. 흑인 판매자에게 응답한 구매자가 전자우편에 자기 이름을 포함시킨 경우는 백인 판매자에게 응답한 구매자의 경우보다 17% 적었다. 같은 비교에서 우편으로 아이팟을 배달받겠다고 한 경우는 흑인 판매자의 경우 백인 판매자에 비해 44% 더 적었고, 장거리 온라인 지급에 우려를 표시한 경우는 흑인 판매자가 56% 더 많았다.
흑인 판매자는 백인 판매자보다 상당히 불리한 것이 분명했다. 추가로 우리는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지역시장의 특성에 따라 구매자의 인종차별 행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해볼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경쟁은 인종차별을 제한한다
온라인 정보 교류와 거래가 더 많이 이뤄지는 경쟁적 시장일수록 차별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압력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일주일에 적어도 20건 이상의 아이팟 광고가 게시되는 시장에서는 흑인 판매자와 백인 판매자가 동일한 수의 주문을 받았고, 최대 지불의향 가격도 동일했다. 반면, 덜 경쟁적인 시장에서는 흑인 판매자가 받은 주문이 24% 적었고, 흑인 판매자가 받은 최대 지불의향 가격도 거의 5달러가량 낮았다.
인종차별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미국 내의 대중적 관념과는 반대로 흑인 판매자가 가장 불리한 지역은 북동부로, 이 지역에서는 흑인 판매자가 백인 판매자보다 주문을 32% 적게 받았다. 중서부에서는 이 격차가 23%, 남부에서는 15%였다.
구매자는 통계적 인종차별을 한다
이 시장에서 구매자들은 △위조품이나 절도된 장물을 구매하게 되는 것 △불편하거나 위험한 지역에서 판매자를 만나게 되는 것 △거래를 완성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다시 말해 믿을 수 없는 판매자와 거래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통계적 차별을 하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지역별 재산범죄 발생률과 지역별 인종고립도를 이용해 이를 검증했다. 그 결과 범죄율이 높고 인종고립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흑인 판매자가 백인 판매자보다 판매 실적이 더 나빴고, 이는 통계적 차별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흑인 판매자가 받은 주문이 백인에 비해 27% 적었고, 구매자로부터 제시받은 최대 지불의향 가격도 8달러 낮았다. 이에 비해 범죄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각각 10% 적었고, 2달러 낮았다.
• 인종고립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백인 판매자에 비해 흑인 판매자가 받은 주문이 39% 적었고, 최대 지불의향 가격도 8달러 낮았다. 반면 인종고립도가 낮은 시장에서는 각각 4% 적었고, 2달러 낮았다.
ⓒ  Voxeu


[Tip & Tap] ‘통계적 차별’과 ‘편견에 의한 차별’
노동경제학은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차별을 ‘통계적 차별’과  ‘편견에 의한 차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고용주들은 여성 혹은 흑인은 남성 또는 백인에 비해 ‘통계적으로’ 노동 성과가 낮다는 사실(?)에 기초해 여성·흑인 고용을 기피하거나 이들에게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특정한 여성 혹은 흑인의 경우 남성 또는 백인에 비해 노동 성과가 더 높거나 같다면 이들은 ‘통계에 의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편견에 의한 차별은 ‘고용주에 의한 차별’과 ‘소비자에 의한 차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고용주들은 여성·흑인의 노동 성과가 남성·백인에 비해 낮다고 생각해 여성·흑인 고용을 기피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고용주에 의한 차별이다. 소비자 역시 여성·흑인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경우 판매자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이 팔고 있는 제품의 구매를 기피할 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에 의한 차별로 불린다. 물론 고용주들은 소비자에 의한 차별을 감안해 여성 또는 흑인 고용을 더욱 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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