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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보존과 개량 병행하는 도시재생에 역점”
변창흠 SH공사 사장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 변창흠 사장은 SH공사 출범 이후 첫 SH공사 출신의 사장이다. 변 사장은 취임과 함께 최고위직인 1급 자리 4명을 외부 인사로 채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SH공사 출범 이후 첫 SH공사 출신의 사장이다. 1996년부터 3년간 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시·주택 분야 전문가다. 앞으로 SH공사를 택지 개발, 임대주택 관리에서 주거복지, 도시재생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세종대 교수 시절부터 주거복지와 도시개발 분야에서 각종 정책 모델을 제시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왔다.

김연기 부편집장

취임 초기 교수 출신으로서 경영 능력이나 조직 통솔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우려가 있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직접 행정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

교수로 재직할 때도 이론에 치우치기보다 실천 가능한 정책 연구에 초점을 맞춰왔다. 여기에 과거 SH공사 근무 경험(1996~98년 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도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막상 와서 보니까 공기업이란 곳이 제약이 아주 많은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공사가 공무원보다 더 관료적인 구조다. 끊임없이 내·외부로부터 감시, 견제를 받는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할 때 인사상의 불이익을 생각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집행이 어려운 구조다. 그런 구조 자체가 새로운 일을 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 외부적으로는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의 규제도 많다. 시, 의회, 공사가 수평적 구조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수직적 구조에서 상명하달 형식으로 존재하다보니 SH공사가 업무를 주체적으로 진행하기 힘들다.

그래도 취임 직후 SH공사 최고위직인 1급 자리 4명을 외부 인사로 채용하는 등 굵직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나.

알다시피 이제는 개발 시대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SH공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SH공사 내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민간 부문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SH공사는 그동안 상당히 정체된 조직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바뀌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같은 절박한 상황에 대해 다행히 SH공사 내부 구성원들도 공감했다. 최고위직 자리 4곳을 외부 인사로 채용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SH공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시기인 만큼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시도할 것이다. 직급에 관계없이 능동적인 인재를 우선하고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장기적으로 SH공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직급 관계없이 능동적 인재 우선”

SH공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가.

예전과 똑같은 일을 할 거라면 사장 자리를 맡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SH공사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 문제가 집중된 곳이 서울이다. 이 문제를 개인이나 민간 기업 또는 시장에 맡겨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할 수 있나? 정부는 제도로 접근하는 곳이고 서울시는 정책을 마련하는 곳이다. 결국 제도와 정책을 바탕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곳이 SH공사다.

요즘처럼 주거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SH공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지금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이 100%에 가까워졌지만 주거가 안정됐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불안하다. ‘하우스푸어’ 등 여러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종전과 다른 새로운 역할을 SH공사가 맡아야 한다.

예전엔 SH공사가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면 됐다. 이제는 많이 공급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에 공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공급 대상도 청년·노인·예술인 등 취향, 욕구, 나이, 소득계층에 따라 맞춰야 한다. 종전에 생각하지 못한 주택 문제가 새로 생겼고 이를 해결하는 데는 SH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SH공사에 주어진 새로운 역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이나 재개발 사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주거복지 서비스와 도시 기능의 발전을 위해 SH공사가 나서야 한다. 이전까지는 SH공사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대주택 거주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주거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단독주택 세입자 등 다양한 주거계층을 위한 바우처제도는 물론이고 주택 개량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주거복지 서비스를 임대주택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단지 밖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이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 통합관리센터의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8개 권역으로만 운영했던 센터를 11개로 늘리고 남부·서부·중부·북부 등 4개 권역으로 다시 묶어 광역 주거복지단을 만들었다. 단장의 직급도 1급으로 격상시켰다.

   
▲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세종대 교수 시절부터 주거복지와 도시개발 분야의 각종 정책 모델을 서울시에 제시해왔다. 그는 “보존과 개량을 병행하는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취임 초기 내세운 혁신 방안엔 도시재생 사업도 포함돼 있다.

도시재생이란 뉴타운·재개발 등 기존 정비사업에 역사·문화적 가치를 덧칠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의 핵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과 개량의 형태로 자족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 기능을 상실한 지역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가 현재의 과제다. 무조건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 틀을 살리면서도 공원, 놀이터, 주차장 등을 만들어 윤택한 도시 환경을 가꿀 수 있다.

구체적으로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는 어디인가.

기존 정비사업 중에서 민간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업에 진출해 모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SH공사만이 가진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이다. 시민의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과 결합해 개발하는 식으로, 공공이 해결해야 한다. 대상지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먼저 안전 진단 결과가 나쁘지만 민간이 추진했을 때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 스카이아파트를 봐라. 안전 진단 결과가 D등급 이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민간은 수익성이 떨어져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런 곳을 공공이 나서서 정비하는 것이다.

개발이익률이 높지 않아 사업성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에 SH공사가 들어가 전반적 사업비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역세권을 비롯한 경제거점형 지역도 주요한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다. 대표적으로 창동·상계 지구나 사당역 주변을 예로 들 수 있다. 30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 지역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 돼야 한다. 뉴타운 해제 지역도 공공이 나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시유지를 적극 활용해 주차장, 공원 등을 조성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들 대상지에 대략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사업 기획부터 시공,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SH공사가 참여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이다.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그동안은 택지 개발이나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개발사업에서 충분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SH공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부채 문제에도 민감하다. 그 때문에 도시재생 계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설립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면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앞으로 3조원 이상 투자를 받아 리츠를 설립하고 도시재생 등 장기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리츠 설립을 위해 외부에서 전문인력도 대거 보강했다. 2015년 하반기에 구체적으로 리츠 설립안이 나올 것이다.

주거복지 서비스나 도시재생은 수익 사업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수익 창출을 위한 복안은 어떤 것인가.

사실 공공 디벨로퍼라면 단기간에 분양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둘 수는 없다. 수익성을 좇기보다는 도시 혹은 지역의 발전까지 염두에 둔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가 효용성이 높은 시유지를 SH공사에 맡기면 현지 사정에 맞춰 공공서비스 시설 등을 지어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에는 KT 소유의 전화국 터나 철도부지에 복합시설을 짓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KT와 코레일 쪽과 꾸준하게 접촉하고 있다. 복합시설과 같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SH공사가 그동안 주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복합시설 개발 등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도록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물론 SH공사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때엔 민간 기업과 손잡고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부채를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7조원가량 남아 있다.

전임 사장들이 부채 감축에 애써 2011년 10월부터 2014년 말까지 6조8천억원의 부채를 정리했다. 2018년까지 3조원가량의 부채를 더 줄이는 게 목표다. 다만 회계 기준이 바뀐다면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SH공사에 적용되는 회계 기준에 따르면 2만7천여가구에 달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잡히게 된다.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전세보증금 등을 부채에서 제외해주면 3조원 정도 탕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공사업도 확대할 수 있다.

중·대형 시프트 매각, 서울시와 논의 중

시프트 제도 개선을 언급했다.

현재 전용 85m² 초과 시프트는 총 2700여가구다. 전세보증금만 5천억원에 달하고 시세는 1조2천억원 규모다. 임대주택치고는 면적이 넓은데다 주변 전세 시세보다 훨씬 낮다. 이렇다보니 2014년 상반기 기준 전체 임대사업 적자 규모의 60%를 시프트가 차지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전체 임대주택 16만여가구 가운데 15% 안팎에 불과한 시프트가 전체 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거나 소득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시프트 공급량을 줄이거나 전세인 시프트를 월세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중·대형 시프트 매각 문제를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다. 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동산 시장을 지켜봤다.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황기를 맞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취업난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결혼연령이 늦춰지면서 주택 구입 수요는 줄어만 간다. 최근 워낙 전세난이 심각하다보니 일시적으로 주택 매매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고는 볼 수 없다. 주택 수요가 커지려면 소득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2014년 거래량이 2006년 이후 가장 많았지만 가격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영철학이 있다면.

자부심이 있는 조직이 경쟁력이 있다. 조직이 자부심을 가지려면 구성원 모두가 그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와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일치할 때 그 조직은 건강해진다. 그리고 건강한 조직만이 내공을 쌓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실력이다. 직원 모두가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주거복지, 주택관리,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설립해 구성원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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