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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일자리 늘리고 임금피크제 확대해야
고령화 시대의 정년과 연금- ④ 한국의 고령자 정책 어디로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김원식 economyinsight@hani.co.kr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015년 5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연금 고갈이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뉴시스

수명 연장 리스크 현실화… 정년·임금·청년·연금 정책 전반적 수정, 보완 불가피

고령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도 정년 연장과 연금 고갈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정년이 60살로 늘어난다. 하지만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5살까지 생계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50~60대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부양비를 절감해줄 뿐 아니라 연금 수급 개시 시기를 늦춰 연금 고갈을 막을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구학적으로 우리나라는 2014년 현재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12.4%로 이미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불과 5년 뒤인 2020년이면 고령사회(65살 인구 비율 14% 이상)가 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활동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가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25∼49살 인구가 38.8%인 반면 경제활동 기반이 취약해져서 잠재적 혹은 실질적 피부양 대상인 50살 이상 인구가 33.5%로 거의 1대1의 비율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져서 25∼49살 인구 비율은 23%, 노인으로 구분되는 65살 이상 인구는 37.4%가 된다. 성인 기준으로만 보면 지하철 요금을 내는 인구보다 무임승차하는 승객이 훨씬 더 많아진다.

청년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로 10%가 넘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취업을 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2개월이나 된다. 대졸자의 취업 연령은 휴학·연수 등으로 30살이 훨씬 넘는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인 53살까지 근무한다고 할 때 길어야 23년을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이들은 31년을 더 살아야 한다. 즉 23년 동안 경제활동을 해서 결혼, 자녀 양육 및 결혼자금 지원, 주택 마련 등의 지출을 하고 남은 돈으로 31년의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상당 기간 경제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고령층은 평균적으로 72살까지 일하기를 원한다.

고령 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 첫번째 정책적 단추는 법정 정년 연장이다. 2013년 정년연장법안(고용연령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통과는 고령자 고용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종업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국가, 지방자치단체, 종업원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살 정년 의무화의 적용을 받는다.  

정년과 연금 수급 사이의 5년 공백

이에 따른 노동시장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법정 정년이 55살에서 60살로 늘어나면서 근로 기간을 적어도 5년 더 연장받을 수 있다. 장기근속 직장에서의 퇴직연령이 약 53살이라고 볼 때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길게는 7년까지 직장 근로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2014년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정년이 바로 연장되는 55살부터 59살까지의 취업자 260만명이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 60살까지 남을 수 있다. 이는 잠재적 피부양자들이 적극적 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정년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은 구인난으로 정년제와 관계없이 60살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정정년 연장의 효과는 기업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달리 60살 정년이 의무화돼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년이 있는 직장의 고령자들이 현재와 같이 연공서열제 임금 체계의 적용을 받게 되면 고용주는 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임금 부담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40~49살 때 303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0~59살부터 293만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60살 이상은 229만원이다. 따라서 연공서열제의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조사와 달리 50살 이상 노동자에게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50살 이상 노동자가 직장에서 퇴직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면 이들의 임금은 50~59살의 경우 140만원, 60살 이상은 118만원을 받는다. 이는 정년 60살 연장으로 인해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를 추가 부담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 연장을 기피할 것이고, 인건비 부담이 느는 만큼 가능하면 새로운 청년 노동자의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최근 현실화되고 있는 청년층의 고용 절벽은 이런 현상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을 통해 원활한 고령화 과정을 이끌려면 최근 논의되는 임금피크제를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시킬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정년 연장의 효과를 노후 생활 안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첫째,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노후 기간의 생계 안정을 위해 연금수급권(연금 수급이 법적으로 확정된 경우 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피보험자가 소정의 수급 요건을 충족할 때 생긴다 -편집자)을 적극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예를 들어 1980년 생명표에 따르면, 55살 퇴직자는 기대수명이 20년이었다. 그리고 2000년의 생명표에 따르면, 당시 75살인 이들의 기대수명은 15년이었다. 따라서 2015년 현재 이들은 아직도 90살로 생존하는 것이다. 이는 고령자들이 적극적으로 수명 리스크에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근로 기간뿐 아니라 퇴직 기간에도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연금수급권을 적극적으로 추가하지 않으면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한 부담을 극복할 수 없다.

둘째,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65살까지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보완돼야 한다. 이 기간에 퇴직자들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을 60살부터 수급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사적 연금을 축적하지 못한 퇴직자들은 국민연금의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이는 연금수급액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더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남아서 얻어지는 근로소득으로 노후자금을 추가로 충당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기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사적 연금 유지가 필요한 이유는 국민연금이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할 경우 40%다. 현재 연금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이 약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23%의 소득대체율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평균 가입 기간이 이렇게 짧은 이유는 자영업자는 소득의 9%에 이르는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 등으로 인해 납부를 기피하고, 노동자의 경우 영세한 사업장은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적지 않아서 비정규직 혹은 음성적 고용을 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로서 근무하는 한 고용주가 제공하는 퇴직연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개인적으로 개인연금 적립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의 1인당 수령액은 2015년 2월 기준 32만5천원이었다. 그러나 가입 기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서 20년 이상 가입자는 87만2천원, 10~19년 이상 가입자는 40만7천원이었다. 따라서 연금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노후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셋째,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남아 생계를 유지하려면 적극적인 은퇴 전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고령자들은 적어도 71살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 고령자의 근로 희망 나이는 건강 개선과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퇴직 전에 퇴직 뒤 근로를 위한 집중적이고 충분한 직무전환 교육이나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 한국은 2016년부터 정년이 60살로 늘어나지만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5살까지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정부의 고령 인구 정책 관점에서 볼 때 현재와 같은 고령화 추세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노후 안정을 위한 재정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노인빈곤율이 47%에 이르고 이 수치는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시장에서 막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의 노후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고령자들이 빈곤층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65살 이상에게 들어가는 의료비가 전체의 35%에 이른다. 이는 사회적으로 노인 의료비가 충분히 조달되지 않으면 그들의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후 생계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4년 말 기준 2113만명임에도 1년 이상 장기 체납자가 112만명, 납부 예외자가 457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고령사회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에까지 이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인 자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기존 세대 간 연대 개념을 탈피해야 함을 의미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층은 고령층을 부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노인정책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가장 큰 노인복지 수단인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을 현재의 65살에서 70살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미 노인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이 70살을 넘었다. 게다가 이들은 일할 의지도 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세금으로 월 20만원씩을 기초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 오히려 근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령별로 세분화된 고령자 대책 필요

고령자들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고 이들의 연령 범위가 넓기 때문에 정부는 50살에서 64살을 준고령자로, 65살 이상을 고령자로 구분해 특성별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75살 이상 고령자를 후기고령자로 구분해 별도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고 정부 예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고령자층을 준고령자, 고령자, 후기고령자로 구분해 특성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년 연장과 관련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급권 손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 연장 기간 동안 임금이 줄어들어 연금 수령액이 임금피크제 도입 전보다 감소할 수 있다. 또한 퇴직연금은 최종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 결정되므로 임금이 줄어들면 자동적으로 퇴직연금이 줄어든다. 따라서 임금 기준을 퇴직 직전 실수령 임금보다 직전 최고임금으로 전환해 임금피크제에 따른 상대적 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한계노동자의 성격을 갖는다. 본인의 욕구나 건강 상태에 따라 노동시장 진입과 퇴출이 임의적이다. 따라서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유인과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이들은 노동시장 참여에 매우 적극적일 것이다. 우선 파트타임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고령자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고용주로 하여금 작업장 환경을 개선해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자동화 등으로 작업을 단순화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작업장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는 청년고용 정책도 적극적으로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 청년층은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이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사회에 조기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일찌감치 연금 적립이 가능하도록 사적 연금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연금제도에 대한 세제 지원을 통해 이들이 더 많은 연금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으면 이들의 노후 안정이 보장될 뿐 아니라 공적 연금에 대한 사회적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리고 붕괴돼가는 중산층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령사회는 고령자가 주류인 사회다. 이는 고령자들이 일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사회임을 뜻한다. 저성장 등으로 소득 정체가 지속되는 한 청년층이 고령층을 부양할 여력은 없다. 따라서 고령자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 장려해 독립적 생계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양비를 절감해줄 뿐 아니라 그동안 잠재돼 있던 새로운 노동력의 창출을 의미한다.

wonshik@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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