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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시대
Editor’s Letter
[62호] 2015년 06월 01일 (월)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연금 혜택을 누려왔다. 역사가 오래됐고 혜택도 많아 퇴직자들이 알차게 빼먹는 곶감 같은 존재였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아직 353만명밖에 안 된다. 그중에서도 가입 20년이 지난 사람은 14만4천명에 불과하다. 20년 이상 장기 가입자들이 받는 연금 수령액도 월평균 87만원에 불과하다. 대다수 직장인들한테 국민연금은 아직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몇년 뒤부터는 달라진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연금수급자들이 급증하게 된다. 특히 62살이 되는 해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1957~60년생은 베이비붐 세대의 핵심이다. 이들이 연급 수급자가 되는 2017년부터는 월 1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사람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120만~150만원씩 받는 사람도 나오게 된다. 아무 일을 하지 않는데 매월 120만원 이상의 연금이 따박 따박 나온다? 퇴직자들로서는 그것처럼 든든하고 기분 좋은 일이 없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을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보게 될 모습이다. 선진국에서는 연금 보험료와 수급액을 둘러싸고 큰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 경우가 많다. 연금 액수가 많고, 그것이 바로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보다 국민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사실 연금-정년-취업은 복잡하게 얽힌 3차 방정식과도 같다. 고갈되는 연금 재정을 정상화하려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 보험료를 더 걷는 방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인구 구조로 볼 때도 그렇다. 평균 수명 70살 때 58살까지 일했으면 평균 수명 90살 때는 65~70살까지 일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정년을 늘리면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어떤 정치적·사회적 현안보다 중요하다. 선진국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수십년 동안 매달려온 과제다. 우리는 이제 막 그 길로 들어섰을 뿐이다. 수출 조금 더 한다고, 국내총생산(GDP) 조금 늘었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취업·정년·연금 3자의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선진국형의 연금 시대에 들어섰다. 아직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지금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정치권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연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권도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공허한 이념이나 이론, 정치적 수사만로는 안 통한다는 얘기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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