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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특집] 해외 전통시장 수백년 이어온 비법은?
전통시장의 재발견- ② 일본·중국·유럽 사례
[61호] 2015년 05월 01일 (금) 정성목 economyinsight@hani.co.kr
   
▲ 일본 오사카의 덴진바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과 공감하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펼친 결과다. 일본식 판소리 극장 등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공원 조성과 국철 유치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시장경영지원센터

전통 살리고, 전문성 강화하고, 시민과 손잡고…
나라마다 다양한 재래시장 아직도 활발


흔히 전통시장은 낡고 오래되고 불편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백년의 역사를 이어온 일본, 중국, 유럽의 해외 전통시장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30년 일찍 대형마트를 허용한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통과 문화에 뿌리를 둔 해외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정성목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은 국내 유통업 전반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자본 규모가 영세하고 세태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전통시장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일본·중국·유럽 등 해외 전통시장의 우수 사례를 조사·분석하고 국내 상인들을 보내 연수를 시켰다. 연수에 참여한 상인과 전문가들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해외 전통시장의 활성화 사례를 살펴본다.

시민과 손잡은 오사카 덴진바시 시장

일본 오사카시 기타구에 위치한 점포 140개의 덴진바시 상점가는 일본에서 가장 긴 3km의 전통시장이다. ‘스기와라 미치자네’(학문의 신)를 모시고 있는 덴마궁을 중심으로 400년 전부터 형성돼왔다. 하지만 1957년 ‘다이에’라는 유통회사가 설립되면서 유통구조가 변화됐고, 상가의 90% 이상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입점시 정부가 매장 규모를 제한하거나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해 상점가에 방패 역할을 해줬지만 지금은 어떤 제약도 없다.

2007년부터 관련 법 개정안이 나오긴 했지만 쇠퇴해가는 상점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업형 대형 점포와 외국 기업 진출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장도 매우 지저분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시장이 시장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동체 의식에 착안해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전통문화 예술인과 지식인, 대중매체와 지역주민 등이 합심해 전통과 조화된 거리와 공원을 만들었고 연중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에 건의해 JR(일본국철)를 유치하고 방문객을 위해 4개국 언어로 된 책자를 제작해 배포했다.

예전에 마궁 주변에 ‘라쿠고’라는 일본식 판소리 극장이 8곳 있었다. 상인들은 라쿠고를 다시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덴마궁은 무료 지원을 약속했다. 또 상인들은 극장 설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전통문화의 부활’ 차원에서 이를 전국 운동으로 확산시켰다. 한 계좌(1만엔) 기부자에게는 공원에 빨간 등을 설치해 이름을 표시해주는 등 6개월간 모금 운동을 펼친 결과 5천만엔을 모았다.

지금은 덴진바시 상점가가 오사카의 명소가 됐다. 시장의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3만명이 넘는다. 10년 전에는 빈 점포가 10% 정도 있었으나 현재는 거의 없다. 덴진바시 사례는 상인들이 오랜 시간 꾸준히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탬프 전략으로 성공한 도쿄 가라스야마 시장

가라스야마는 도쿄도 세타가야구 미나미카라스야마에 소재한 전통시장이다. 1964년에 설립돼 현재 300개 점포로 구성됐다. 대형 상권인 신주쿠·시부야·기치조지가 전철로 10~2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고객 유출이 많은 곳이다. 최근에 또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서 고객 유출이 가속화되는 등 위기 상황에 놓였다.  가라스야마 상인들은 ‘스탬프(쿠폰제) 전략’으로 위기를 넘겼다. 가라스야마 스탬프 방식은 가맹점이 조합에서 5천장 단위로 1장에 2엔씩 스탬프를 구입하고 점포에서 물건을 팔 때 물건값 100엔당 1장씩 스탬프를 손님한테 건네주는 것이다. 고객은 스탬프를 350장 모으면 상품을 살 때 500엔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애초 350장을 살 때 가격이 700엔이었기 때문에 가맹점이 차액 200엔을 부담해 조합 자금으로 모으는 셈이다.

스탬프는 이곳에서 제2의 통화로서 현금 대신 상품 구매에 사용된다. 이용자들은 상점가 주변의 마을금고에 저금할 수도 있다. 영화, 연극, 콘서트 등의 티켓으로 교환할 수 있고, 1일 여행권으로 활용하거나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 참가 때 사용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 명·청 시대의 건축 양식을 살리되 쾌적한 환경과 시설로 단장한 중국 상하이 위위안상청(豫園商城). 한 상점이 하나의 품목만 전문으로 취급한다. 시장경영지원센터

가라스야마의 스탬프 사업은 개시 이후 단 한번도 전년 실적을 경신하지 않은 적이 없다. 1995년에는 스탬프 매출이 3억엔을 돌파하며 전국 1위가 되었다. 스탬프 전략은 1965년 지역 내 대형 할인점 ‘세이유’가 출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무렵 상점가의 점포 수는 현재의 50% 수준이었고, 시장 전체 매장 면적과 세이유 매장 면적은 거의 같은 크기였다. 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상점가 매출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또 인근 신주쿠 같은 대형 상권으로 고객이 유출되는 상황이어서 생사를 건 저가 판매 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라스야마 상인들은 연령대에 적합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거리 및 시설물에 대한 정비사업(교통안전, 방재대책)과 이벤트(7월 여름 세일, 12월 크리스마스 세일)로 방문 고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이와 함께 통일된 기업이미지(CI)를 개발하는 등 고객의 편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

1960년 8월 삿포로 제4번째의 법인조합으로 설립된 삿포로 시로이시구에 소재한 조합회원 수 151명의 혼고우 전통시장. 이 시장은 1970~80년대 자동차의 증가로 심각한 주차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지하철 개통으로 보행자 수도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개점으로 시련에 부딪혔다.

1977년부터 보행자를 위한 보도의 ‘거리 난방’ ‘가로수 및 화단 설치’ ‘도내 첫 쇼핑몰 구축’으로 전반적인 분위기를 탈바꿈하는 등 상점가 현대화 사업을 실시했다. 혼고우 시장의 경영 혁신은 고객 편의 확대, 시설 현대화, 지역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보도를 넓히고 빈 공간에는 벤치를 둬 휴식처를 만들었다.

명·청 시대 전통 살린 전문상가 상하이 위위안상청 

중국 상하이 20km² 외곽 남경동로에 위치한 위위안상청(豫園商城·예원상가)은 100여개 점포로 구성된 밀집형 전문상가다. 상권 특성을 보면, 역사적으로 상하이의 안방 살림이 이루어지던 곳으로 의류와 먹거리 중심의 전통시장이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서 건물 외관은 명·청 시대의 건축 양식이지만 점포 환경 개선을 통해 쾌적한 에어컨 시설, 정비된 진열대, 각종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시장은 1991년부터 현대적으로 개발됐다. 외관을 명·청대의 건물 양식으로 단장하는 등 시대의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로 차별화를 꾀했다. 상품의 집중화를 위해 시장을 작은 전문점들로 구성(1품 1점 운동)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한 점포가 여러 품목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품목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방식이다. 취급 품목은 도자기·금장신구·가발·지팡이·병뚜껑·찻주전자·옥 등이다. 그리고 상품의 색상과 크기, 디자인 등이 세련되고 다양하다. 

이 시장의 특징은 ‘소(小)·토(土)·특(特)·다(多)’라는 말로 함축된다. ‘소’는 작은 크기의 상품, ‘토’는 지방 특산품, ‘특’은 우수한 상품, ‘다’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의미한다. 

상하이 특선 요리와 중국 전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중소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며, 식도락가를 위한 고급 레스토랑도 운영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작은 분식점이다. 주로 간식을 파는 딤섬 전문점들이다. 인기 메뉴는 해황포·설순포·삼선포 등 만두류와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만든 죽, 한끼 식사로 거뜬한 주먹밥, 재료를 싸서 말아먹는 밀전병, 설탕과자 및 만두와 함께 육수에 말아 먹는 국수류 등이 있다. 유명 점포로는 옛 성터를 상징하는 2층 정자 호심정(湖心亭)이 있다. 전통차와 다과류를 주로 판매하며 위위안상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체계적 관리 돋보이는 토리노 포르타 팔라조 시장 

이탈리아 토리노의 포르타 팔라조 전통시장은 신선한 물건이 매일 공급되고 질서와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토리노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토리노 입구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 피아차델라 레프리카 광장에 있다. ‘성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의 ‘포르타 팔라조’는 1500년 전 성문 앞에 자연스럽게 형성됐으나 도시 정비 차원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상인들은 새벽 4시부터 작은 수레를 끌고 모여든다. 이들은 아침 7시에 정해진 자리에서 천막을 펴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판매하는 상품은 상인들이 집에서 직접 수확한 과일, 채소, 수산물 등이 주를 이룬다. 농산물은 주로 이탈리아 현지 상인이 팔고 의류·잡화는 화교 및 일부 동남아 상인이 취급한다. 평일 3만명, 주말엔 7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며 전통시장의 개념을 넘어 토리노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 있다.

토리노 중심가에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시가 버스 노선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치하는 등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한다. 노점들의 무허가 영업을 단속하기 위해 오전 10시에 경찰이 시장을 순회하며, 오후 2시 영업 종료 이후에 영업하는 것도 단속한다. 영업 종료 뒤 오후 시간에는 시가 광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시민들이 휴식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smjeong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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