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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지금이 적기
[Forum] 담배의 경제학
[5호] 2010년 09월 01일 (수) 강은정 economyinsight@hani.co.kr

강은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담배 가격의 구조는 <표>에서 보듯 복잡하다. 담배 가격에 포함된 조세 및 부담금(이하 담배세)에는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부가가치세가 있다. 이 중 부가가치세만 종가세(從價稅)고 나머지는 갑당 일정하게 부과되는 종량세(從量稅)다. 2500원짜리 담배의 경우 담배세가 1550원으로 62%를 차지한다. 
 
   
 

담배세로 소비가 줄어도 세수는 줄지 않아 
담배세는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에 비해 징수가 용이하고 흡연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인상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쉽게 감소하지 않는다. 담배세가 정부의 수입원으로 선호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세수 확보가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담배가 가진 중독성, 건강 위해를 고려해 정부는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막고, 그 비용을 흡연자에게 부담시킬 목적으로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담배세는 무엇을 의미할까? 적정한 담배세를 결정할 때 유용한 기준으로 효율성과 형평성을 들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인구집단 간에 누리는 편익의 형평성을 추구하는 목적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다. 세금의 효율성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를 흡연에 적용해보자. 흡연자는 흡연의 사회적 비용을 인식하지 못한 채 흡연을 결정하기 때문에 흡연의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담배세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담배세로 인한 조세수입이 예상대로 증가하는지 △흡연의 사회적 비용만큼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지 △담배세로 인해 실제로 흡연이 감소하는지 여부로 평가될 수 있다.
첫째, 담배세로 인한 조세수입을 보자. 담배세가 인상돼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조세수입은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70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세 10% 인상으로 3% 이상의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고 7%의 조세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담배소비세 수입은 1989년 이래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2004년 12월의 담배세 500원 인상 이후에도 담배소비세 수입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외국 사례의 결과와 같다.
둘째, 담배세의 효율성을 둘러싼 평가는 담배 소비의 사회적 비용만큼 담배세가 부과되고 있는지, 즉 흡연자가 자신이 지급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만큼 담배세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흡연같이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재화에 부과하는 피구성 조세(Pigouvian Tax)1)의 적정 수준은 흡연자의 현재 및 미래의 의료비, 그리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의료비를 현재 소비되는 담배의 양으로 나눠 산출할 수 있다.
한편, 흡연의 사회적 비용을 산출할 때 흡연자가 대체로 비흡연자보다 일찍 사망하기 때문에 의료비나 사회보장비용이 덜 듦에 따라 흡연자의 일생에 걸친 의료비·사회보장비용이 비흡연자보다 오히려 더 적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의들은 흡연자가 내부 비용(질병에 따른 의료비, 미래소득 상실, 학업 성취 감소 등 개인적 비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흡연자는 흡연의 결과를 완전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며, 중독성이 있는 담배를 소비하려는 결정을 근시안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많은 흡연자가 청소년 혹은 청년 시기에 흡연을 시작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흡연이 중독성이 있어 나중에 끊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또한 흡연자는 가까운 미래에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을 먼 미래에 발생하는 비용·편익보다 더 많이 할인2)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연을 하려 해도 실제로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사실은 흡연자가 생각하는 사회적 비용의 크기보다 더 많은 비용이 숨겨져 있음을 뜻하며, 따라서 담배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타당함을 말해준다. 
 
   
2004년 12월, 담뱃값 인상을 앞둔 서울역 흡연구역.

담뱃값 마지노선은 3천원? 
셋째, 담배세의 또 다른 효율성 지표로서 담배세 부과를 통해 국가가 의도한 대로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담배물가지수와 담배 소비량의 추이를 보면, 1999년과 2000년에 담배 가격이 낮았을 때는 담배 소비량이 높았다가 2001년과 2002년의 담배세 인상으로 소비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2004년 담배 가격의 인상은 사재기 현상을 발생시켜 담배 소비량을 일시적으로 급증시켰으나 2005년에는 다시 급감했다. 2005년 이후로는 담배 가격의 변화가 없었고, 이는 곧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담배 가격의 실질적인 하락을 의미하므로 일반적인 소비이론에서처럼 담배 소비량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담배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그 효과는 장기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의 형평성에는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이 있다. 수직적 형평성은 높은 소득계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수평적 형평성은 동일한 소득계층에게는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담배세에 포함된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은 동일한 담배 제품의 경우 모든 소득계층에게 동일하게 부과되는 종량세 형태를 띤다. 따라서 수직적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소득계층에서 흡연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소득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담배세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가장 높은 소득계층인 4분위(상위 20%) 흡연율이 21.5%인 데 반해 가장 낮은 소득계층(하위 20%)인 1분위 흡연율은 30.8%였다.
이처럼 담배세는 소득역진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담배세 인상이 오히려 소득역진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저소득계층의 담배 소비의 가격탄력도가 고소득계층의 가격탄력도보다 클 때 타당할 수 있다. 2009년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남자 흡연자 504명과 여자 흡연자 295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현재의 흡연 수준에 대한 최대 지불의사금액(willingness-to-pay), 즉 ‘금연의향가격’을 물은 결과 금연의향가격의 범위는 1500∼1만원이었다. 가장 빈도수가 많은 최빈값은 2500원(29.6%)이었고, 평균 금연의향가격은 3862원이었다. 이것은 2006년에 실시된 다른 연구조사 결과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즉 2006년 당시 남자 흡연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담배 가격이 3천원이 될 경우 약 41%가 금연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9년 조사에서는 3천원일 때 금연 의향이 있는 흡연자가 60.8%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의 다양한 금연 캠페인 사업으로 흡연자의 금연 의지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고, 경제 사정의 악화로 담배 소비를 줄이려는 흡연자가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조사에서는 또, 금연의향가격에서 현재 지급하는 담배 가격을 뺀 가격, 즉 추가 지급의사 가격을 ‘소비자 잉여’로 보고 담배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직선이라고 가정할 때 소비자 잉여와 가격탄력성의 관계로부터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추정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담배 수요 가격탄력성은 평균 -0.658로 추정됐다. 담배 가격이 10% 상승하면 담배 수요가 6.58%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사회계층별로 보면 여자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0.483인 데 반해 남자는 -0.780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살 이상 노인 계층에서 가격탄력성이 -0.566으로 가격에 가장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별로는 월평균 가구소득 401만원 이상과 301만~400만원의 중·상위 계층의 담배 소비가 가장 가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그 이하의 중·하위 계층에서는 가격 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가격탄력성이 -0.756으로 가장 컸고, 이혼·사별·별거 상태에 있는 계층에서 가격탄력성이 -0.500으로 가장 작았다. 
 
담뱃값 인상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담배세가 흡연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적어도 조세수입의 증대와 흡연량 감소 측면에서 대체로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2004년 말에 이뤄진 담배세 인상의 효과는 비교적 단기적이었으며, 이후 담배세가 인상되지 않음으로써 실질 담배 가격이 내려가 담배 소비량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특히 2009년 흡연자 조사 결과 2006년에 비해 흡연자의 금연 의향이 더 강해졌음을 볼 때, 지금이 담배세 인상의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다.
담배세는 같은 양에 대해서는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소득역진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형평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담배 가격에 비례해 담배세를 부과하는 종가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담배 가격의 범위가 매우 좁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그다지 제도 도입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더욱이 흡연자의 금연 유도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종량세가 더 적절하기 때문에 현 종량세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현재 담배세 인상은 법령을 개정해야 해서 그 절차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물가 상승 혹은 그 이상의 세율로 자동적으로 담배 세금을 올리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배세 자체는 형평성 문제가 있겠지만,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담배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담배세 인상이 오히려 형평성을 개선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봤듯, 2009년의 조사 결과 흡연자의 연령이 높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담배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담배세 인상이 오히려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Tip & Tap]
1) 피구세 부정적 외부효과의 경우 이를 해당 상품의 가격체계에 내부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이때 부과되는 조세를 말하며, 환경세가 이에 해당한다. 이 개념을 처음 제창한 경제학자 아서 피구(Arthur Pigou)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불경제에는 사회적 비용만큼 피구세를 부과함으로써, 그리고 외부경제에는 피구보조금(Pigouvian Subsidy)을 지급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데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흡연의 경우, 비흡연자가 느끼는 피해만큼 흡연자의 담배 구매 가격을 올림으로써 흡연량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피구세의 목표다. 피구세는 다른 방법으로 적용될 수도 있는데 △비흡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흡연자가 덜 피우는 만큼 보조금을 받게 해주는 피구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2) 할인율 금리가 5%라면 3년 뒤 받을 100만원은 지금 86.38만원, 30년 뒤 받을 100만원은 지금 23.13만원의 가치가 있다. 이는 미래에 받을 현금을 ‘5% 수익률로 할인(discount)’해 현재 가치를 구하는 셈법이다. 여기서 할인율은 5%다. 가까운 미래보다 먼 훗날 받을 돈의 가치가 더 적은 것은 당연하다. (자료: 네이버캐스트 교양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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