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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역회전 걸린 세계화 현장
[Global Insight] 안테나 제조 업체 카트라인 "한국에서 조립하지 않을 것"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케르스틴 분트 Kerstin Bund 외 economyinsight@hani.co.kr

케르스틴 분트 Kerstin Bund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프랑크 시어렌 Frank Sieren 기자

6년 전의 일이었다. 에긴하르트 피츠(Eginhard Vietz)는 새 베이징지사에 작은 제국의 황제처럼 당당하게 서서 이렇게 선포했다. “중국이 바로 미래입니다.” 그는 녹색의 원형 유리 외장재로 치장한 3층 건물에 방금 입주한 참이었다. 네 개의 기둥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고, 건물 진입로는 고급 호텔을 연상시켰다. 건물 밖에는 독일 국기와 중국 국기, 그리고 노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피츠 회사의 로고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세계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독일 하노버에서 온 용접 비드 회사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69살의 에긴하르트 피츠는 다시 하노버로 돌아와, 은회색 골함석으로 외벽을 마감한 프랭키셴 슈트라세(프랑크 거리, Frankischen Straße)의 자기 건물 안에 앉아있다. 사람들은 그를 독일 중소기업 중에서 가장 목소리 큰 중국 비평가라고 칭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지난 12월 마지막 중국인 직원인 운전기사를 해고했다. 긴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밝은 노란색과 진한 푸른색의 거대한 피츠 머신은 이제 다시 독일에서 전량 생산되어 전세계 산유국으로 보내진다. 

   
▲ 생산기지의 재지역화는 더는 반세계화주의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기업가들 스스로 생산설비를 본국으로 철수하고 있다.세계화가 쪼그라드는 징후일까. 사진은 컨테이너 선박들이 오가는 중국 상하이 푸동강의 모습. 류우종 기자

피츠는 독일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업가들과 협회 대표자들 앞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유혹을 경고하는 내용의 강의를 하는, 일종의 간증 여행을 하고 있다.
“중국 노동자들은 부품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겨 놓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작업은 모두 그들에게 너무 어려워요.” 이렇게 사장은 그의 이전 노동자들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는 도둑을 맞은 적이 있다. 설계도와 회사 기밀이 가득 담긴 랩톱, 호스트 컴퓨터, 그리고 금고가 사라졌다. 얼마 뒤 중국인 동업자가 회사에서 10km 떨어진 곳에 공장을 세우고 자신의 것을 빼다박은 기계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그의 오리지널 기계와 혼동할 정도로 닮은 질 나쁜 메이드 인 차이나 기계가 가끔 보인다고 피츠는 말한다. 그는 이 “복제공화국”과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매년 500개 넘는 업체 회귀

피츠의 분노도 엄청나지만 동시에 그가 이런 말을 할 자세가 되어 있는 것 또한 독일 중소기업인 중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하지만 그 혼자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고, 다른 기업가들은 애초 중국이나 베트남, 브라질, 우루과이 등에서 사업적 모험을 시도할 생각조차 없다.
그러나 한때 피츠는 그 인민공화국에서 차세대 세계화의 커다란 바퀴를 돌리려 했다. 대기업들은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세계 곳곳에 점점 빠르게 생산 기지를 건립하기 시작했고, 지구촌을 지사와 자체 공장 및 공급 업체의 네트워크로 뒤덮었다. 이 지역에서는 현지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서는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그리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새롭게 개척된 시장을 이용했다. 그것은 놀라운 성공 스토리였다. 그리고 새천년이 밝은 지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이 족적을 따라야 한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다. 경영 컨설턴트와 학술 연구자들은 새로운 ‘글로벌 챔피언’들의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우 몇 백 명의 직원을 가진 중소기업이 세계를 정복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피츠는 자신이야말로 이런 일을 해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 용접 엔지니어는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중국 각 지역을 여행하며 진보적 열정으로 가득찬 청중들 앞에서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해 설명하고, 살아있는 원숭이의 따뜻한 뇌를 은젓가락으로 집어내고, 양 머리에서 눈알을 파내야 하는 식사 접대에 얌전하게 참여했다. 2001년 카자흐스탄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에 60여개에 이르는 용접 비드를 설치하는 거대한 계약을 따내는 순간, 그는 맹렬하게 중국 러시에 빠져들었다. 피츠는 2004년 이 새로운 지점을 손수 맡아 그곳에서 세계를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의 회귀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독일의 경제계, 특히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세계화 실패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그라사우(Grassau)에 위치한 안테나 제조 업체 카트라인(Kathrein)은 더 이상 위성 안테나와 수신기를 한국에서 조립하지 않을 생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크레인 제조업체 중 하나인 함부르크의 노이엔펠더 기계공업(Neuenfelder Maschinenfabrik)은 중국의 양쯔홍에서 중요한 생산 설비를 철수시켰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바르타 컨슈머 배터리(Varta Consumer Batteries)는 중국 공장을 폐쇄했다.
이들 모두 그에 관해 아무것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하면 “노 코멘트”, “이제는 모두 과거가 된 일입니다”, 혹은 “원칙적으로 정보 유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와 같은 대답 아닌 대답을 듣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세계화, 이 계속해서 진척되고 있는 생산의 분업화와 국제화, 이 거대한 세계 공장의 건설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그렇다. 세계화는 심지어 후퇴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현상을 통계를 이용해 분석할 수 있는 소수 중 한 명이 독일 칼스루에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시스템 및 이노베이션 연구소의 스테펜 킨켈(Steffen Kinkel)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지난 3년간 설립한 해외 생산기지의 숫자는 90년대 이후로 가장 적었다고 이 세계화 연구자는 말한다. 2004년~2006년에는 기업 중 16%가 해외 제조시설을 설립했지만, 2007년~2009년에는 9%로 줄었다는 것이다.
실망에 빠진 세계화 중단 업체는 일정하게 3%에 머무르고 있다. “매년 500개 이상의 업체가 독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특히 직원이 50명 이하인 소기업이 가장 많습니다.”
다른 설문 조사와 연구 역시 동일한 흐름을 보여준다. 정보 기술 잡지인 <CIO>는 프로그래밍 및 데이터 처리 작업의 해외 위탁에 대해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17%에서 53%까지의 고객이 위탁 결과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ㆍ캐나다도 유사한 현상

업계와 경제 부문에 걸쳐서 많은 경영 컨설턴트들이 중소기업 고객들의 불만을 전하고 있다. 품질이 불량한 경우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데다 배송시간 혹은 수량 변경이 매우 어렵고, 예기치 않게 추가 비용이 높아지거나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임금 인상 요구가 나온다. 운송비용과 여행비용은 미친 듯이 오르내리는 연료 가격 때문에 덩달아 춤을 추고,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과 산업 스파이에 대한 공포까지 추가된다. 이 모든 현상이 단지 독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제네바의 경영 컨설턴트 파비스 핸슨(Parvis Hanson)은 경제위기 이후 더욱 강화된 사고의 변화를 확인했다. “당시 많은 사업 분야가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하다시피 했습니다.” 모든 것의 효율성이 재검토되었고, 여기에는 소위 말하는 오프쇼링(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일)과 아웃소싱(사업 활동을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와 노동자에게 위탁하는 일)도 포함되었다. 이 방법들은 그 이전에는 비용 절감에 최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위험과 숨겨진 비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만일 아웃소싱 파트너가 경제위기로 파산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해외 공급업체가 위치한 나라에 사회적인 불안과 파업이 발생하거나 그 나라 정부가 갑작스럽게 관세를 올려버리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예측 불가능한 환율시장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하나? 바이블링(Waibling)에 위치한 전기톱 모터 제조업체 스틸(Stihl)은 2010년에는 브라질 공장의 생산량을 더욱 줄이고 독일 공장의 생산량을 추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환율이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2005년에 출간된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L.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의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그는 세계화가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이미 각국의 다양한 크기의 기업들을 위한 평평한 놀이터라는 것이다.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기업 경영의 발달은 거리라는 요소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프리드먼은 ‘거리의 소멸(프랜시스 케언크로스·Frances Cairncross)’과 ‘무중력 경제(대니 콰·Danny Quah)’를 예상했던 세계화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운송비용은 줄었고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 국경이 열렸다. 기업은 그들의 생산 체인을 점점 더 세밀하게 분할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그들은 지금 디자인에서 부품의 제조 그리고 최종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단계를 지구촌 곳곳 어디에서나 개별적으로 밟을 수 있다. 어제는 하노버에서, 내일은 선전(Shenzhen, 深深)에서 작업이 계속되는 것이다.
정글과 정글칼에 대해서 토머스 프리드먼은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샤완 거리에 살고 있는 이 두 명의 세계화 전문가들의 묘사에서만 진실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상상력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서구의 기업들은 저임금 천국인 중국에서 적절한 제품을 제때에 좋은 가격에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빅터 펑과 윌리엄 펑 형제는 말한다.
“가끔은 봉제 강아지 인형 한 개를 만들기 위한 구성품이 4개국의 5곳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윌리엄은 이렇게 설명한다. 필리핀에서는 눈이, 중국에서는 털가죽이, 베트남에서는 봉제솜이 만들어지고, 인형을 꿰매는 작업은 방글라데시에서 이루어진다. 공장이 세워지고 다시 폐쇄되고, 임금이 상승하고 숙련된 기술자들이 사라진다. 어디나 매우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에 우리는 단순히 주문을 받아서 주문대로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에게 스스로 제품과 그 제조 기술을 제안합니다.” 빅터는 이렇게 말한다. 패턴과 샘플이 이쪽저쪽으로 배송되고 그 지역의 생산조건에 맞게 설계가 변화된다. 때문에 리앤펑의 대표는 생산 중인 제품의 견본을 검사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한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독일 기업들은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공장과 직원들을 숙련시켜왔다. 하지만 먼 나라에 있는 파트너도 자동적으로 이런 수준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기준과 관습을 가지고 있고, 그들에게 통하는 언어는 따로 있다.
“물론 아무도 세계화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 윌리 시(Willy Shih)는 말한다. “어쨌든 많은 것을 다른 장소에서 실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거나 저렴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생산 과정의 사슬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컨테이너 하나에 가득 찬 중국산 완제품들은 생산된 후 몇 주가 지나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뭔가 잘못되었거나 고객이 그 사이에 마음이 변했다 하더라도 수정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뒤떨어진 시장 대응력

이 세계화된 지구에서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웨터 색상, 휴대폰 커버, 심지어 장난감마저 갑작스럽게 유행되다가 몇 달 후 다시 인기가 사라져 버린다. 테디베어 제조업체 스타이프(Steiff)는 현재 단계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봉제 작업에 실수가 많은 것과 요구에 대한 반응이 너무 느리다는 점을 들고 있다. 2007년 독일에서 아기 북극곰 크누트에게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되었을 당시 스타이프는 제시간에 메이드 인 차이나 북극곰을 준비하지 못했다.
“대기업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윌리 시 교수는 이렇게 믿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가까운 곳이나 먼 곳 세계 도처에 자회사와 공급업체가 있어 빠른 반응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필요합니다.” 
알브레히트 메터(Albrecht Metter)는 지금 유럽 지도 앞에서 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정보산업 분야의 양복 입은 청중들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다. “자 보십시오. 키예프는 비행시간으로 계산하자면 포르투갈과 비슷합니다”라고 31살의 젊은 사업가는 말했다. 지도상의 거리는 어쨌건 그가 휘두르는 팔 동작의 거리보다는 훨씬 짧아 보였다. 그리고 이 순간 아마도 사람들은 그와 마찬가지로 왜 “소수의 기업들, 그러니까 10%의 기업들만 니어쇼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니어쇼링(Nearshoring), 이 분야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낯설고 먼 외국에 진출하는 오프쇼링(Offshoring)의 단순 버전의 일종으로, 사업 과정을 한 두 시간의 비행으로 도달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나라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독일 기업에게는 폴란드와 몰타, 우크라이나가 적합하고 미국 기업에게는 멕시코가, 그리고 일본 기업에게는 동남아시아가 해당된다. 그리고 오늘밤 메터는 그에 관해 광고를 하고 있다. 2001년에 하이델베르그에서 설립한 그의 회사 아메리아(Ameria)는 중소기업을 위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다지 싸지 않은 아메리아의 중개료와 매니지먼트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기업들의 비용을 평균 3분의 1 정도 절감시켜주기 때문이다. 최소한 메터의 계산 방법에 따르면 그렇다. 다른 이유로는 기업들이 독일 안에서 적합한 전문인력을 찾을 수가 없거나 최소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메터는 크림반도 사람들과 하이델베르크 사람들이 얼마나 닮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성공에 굶주려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그곳은 지금 독일의 경제 기적 시대와 비슷합니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 현실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메터가 하이델베르크에서 이야기한 크림반도는 심페로폴 중심가의 한 뒷골목에서 시작된다. 입구에는 문패 없이 회청색의 아메리아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무실은 개조된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이다. 네온등이 황량한 빛을 발하고 있고 공기는 사람들의 숨 냄새가 섞여 탁하다. 오래된 학생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개별 책상으로 만들어진 30개의 작업대에 20대 중반의 남녀가 앉아있다. 여기에서 독일의 광고 대행사, 자동차 공급업체, 쇼핑몰을 위한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벽에는 하이델베르크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날 니어쇼어링의 모든 장점을 구현해 보여줄 주력 프로그래머는 아르템 사요틴(Artem Savotin)이었다. 6년 전 그는 아메리아에 개발자로 입사했지만 오늘날 그의 명함에는 관리자와 개발센터에 관한 뭔가가 쓰여 있다. 그에게 특이한 점이라고는 금발머리를 약간 길게 기르고 있다는 점뿐이다. 그는 컴퓨터 게임과 축구를 좋아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거의 독일인들만큼이나 축구에 열광적인데, 이는 사요틴의 최근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fan2010.com 프로젝트로, 최근 온라인에 등장한 남아공월드컵을 위한 인터넷 플랫폼이었다. 이 플랫폼은 뮌헨에 있는 신생 기업 매치웍스(Matchworx)가 운영하는 팬 포털로, 프로그래밍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루어졌다. 축구 광팬들은 이 포털에서 원하는 만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남성 팬이라면 자신의 컴퓨터 아바타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히고 검정·빨강·금색(독일 국기 색깔)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그 옆에 맥주 한 상자를 놔둘 수 있다. 10명의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들이 약 한 달간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약 1500시간의 작업 시간과 2만 라인의 코드가 이 전자 축구장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를 IT 전문 인력풀이 더 넓고 임금은 일반적으로 더 낮은 인도에 위탁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소기업에게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메터가 상당히 강력하게 주장했다. “극동의 프로그래밍 센터는 너무 멀어서 시차가 방해가 되는 데다 문화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좁아지는 세계화

인도 아웃소싱에 성공하려면 회사 규모가 꼭 중요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조직의 성숙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회사 사업 과정의 분할이 아무런 문제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조직되어 있을 것,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문서화할 것, 지금까지 서면화하지 않았던 회사의 불문율을 먼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얼굴을 모르는 직원들도 지킬 수 있도록 서면으로 확정하는 것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성공적인 아웃소싱 프로젝트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아웃소싱 개발 과정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다”고 만하임대 경제정보학자 아르님 하인즐(Armin Heinzl)은 말한다. 그는 여기에서 IT 분야를 지칭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중소기업, 예를 들어 기계설비 분야의 경우, 이런 방식이 훨씬 더 당연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도 저 유명한 비용과 효율 문제가 있다. 즉 이 모든 수고를 할 가치가 정말로 있는가?  
어쩌면 이것이 열쇠인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회사나 양잠업자 같은 중소기업들이 세계화에 뜻이 있다고 해서 모두 대기업과 같은 방식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각자의 고유의 방법으로 일하고 가끔은 뭔가 도전을 하거나 시험을 해보고 그 와중에 우연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인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들의 해외 활동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방식은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통하려면 사람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대화하고 공동으로 작업하고 또 가끔씩 서로 직접 만나봐야만 한다. 그러려면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것이 유리하다.
세계화의 다음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중소기업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다음 단계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지역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세계는 생각만큼 평평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 Die Zeit
번역 황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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