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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의 3% 성장률 낮은 것 아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61호] 2015년 05월 01일 (금) 박현 economyinsight@hani.co.kr

이창용 전 서울대 교수가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이 지역 36개국에 대한 경제·금융 상황 감시와 비상시 구제금융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아시아 국가가 경제위기에 빠질 경우 그 나라 경제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도 있다. 2015년 4월14일 미국 워싱턴의 IMF 건물 8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팽창적 금융·재정 정책으로 일관해온 아시아와 유럽은 어느 정도 금융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2014년 2월부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맡아왔다.

박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 미국이 금융 구조조정을 거쳐 경기가 살아나는 것과 달리 유럽과 아시아는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만들어낸 유동성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지난 몇년 동안 유동성 확대에만 주력해온 아시아권도 금융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박현 기자

세계경제 동향부터 얘기를 듣고 싶다. 현재 세계경제 국면을 어떻게 보는가.

2015년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2014년과 비슷하게 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가별,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침체에 빠져 있었던 선진국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그동안 성장률이 높았던 신흥국가의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회복세가 뚜렷해 2015년에는 전년의 2.4%를 훨씬 상회하는 3.1%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유로존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과감한 통화정책 덕분에 전년의 0.9%보다 높은 1.5% 정도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발 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것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일본 역시 회복세로 돌아서 1% 정도 성장할 것이다.

반면 신흥국 중에서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2015년 성장률이 7%대 이하(IMF의 전망치는 6.8%)로 떨어질 것 같다.

단기적으로 아시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상황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고민거리가 적다고 할 수 없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신흥국에서도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경제위기의 후유증을 들 수 있다.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문제점이 금융시장에 생겼는데, 나라마다 대처 과정에 차이가 있었다.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위험 요인

한 예로 미국은 은행 자본 확충을 비롯한 과감한 금융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은행의 자본구조를 많이 개선시켰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는 금융 구조조정이 지체되면서 돈을 풀어도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팽창적 금융·재정 정책에 의존한 결과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 몇년간의 성장동력이 생산성 증가보다는 유동성 확대에 의존해왔고, 이에 대한 조정이 아시아에서도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늘어난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불가피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 추세 등도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신흥시장에서 자금 유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론적으로 볼 때 국제투자 자금의 유출, 이자율 상승, 달러 강세 등 세가지 경로를 통해 신흥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들어 자본 유입 속도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 유출로까지 악화되지는 않았다. 2015년 하반기 이후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면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1997년, 2008년, 2013년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배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본 유출이 시작될 때 외환보유고를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평소 환율 조정을 포함해 적절한 거시경제 정책을 점검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나머지 두 채널은 경기침체를 지속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신흥국의 금리도 올라가면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는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기업 부도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가 큰 나라 역시 이자율 상승에 따라 소비 둔화가 가속될 것이다.

달러화 강세는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달러화 표시 부채가 큰 일부 국가에는 악재도 될 수 있다.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긴축 기조가 시작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시아의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은 작지 않은 듯하다.

다행히도 미국은 출구전략을 펴더라도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미국 경제 회복에도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파급 효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이와 반대의 정책을 계속 펴고 있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 전환의 효과를 일부 중화시킬 것이다.

아시아 나라들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15년 5.6%, 2016년엔 5.5% 성장할 것 같다. 몇년 전과 비교하면 둔화된 추세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내외 부채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위험 요인도 늘어났다. 성장률이 낮아지고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도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위기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다. 지난 10년간 10%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이 2015년 6.8%, 2016년엔 6.3%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IMF는 이를 바람직한 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누려온 고도성장의 뒷면에 과도한 신용 팽창, 지방정부 부채 증가,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 등 부정적 요인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피하려면 성장률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면서 과도한 투자로 인한 과잉설비를 조정해가야 하기 때문에 최근의 성장률 둔화 현상은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다만 주변 국가들에는 좋지 않은 소식임이 틀림없다.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아시아 주변국의 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성장률이 10%에서 7%로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 가운데 1%포인트 정도는 중국 효과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세계경제가 장기적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포용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여년간 많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 중 하나가 소득불평등의 심화다. 특히 국내총소득(GDI)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소득재분배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고, 심각한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사전적 기회균등만 보장되면 사후적 소득불평등은 문제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이론이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IMF 역시 최근의 소득분배 악화 추세에 대응해 경제정책을 조언할 때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 수단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1년에 수십차례 해외 출장을 떠난다. 챙겨야 할 나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를 때도 1박2일 일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하고 단출하다. 한겨레 박현 기자

포용적 성장을 위해 크게 두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 여력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려 정부 재정을 확충하고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어떤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는가.

포용적 성장을 위해 앞에서 언급된 두가지 방안만 있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득분배 개선이 올바른 정책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야지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임금이 (결과적으로) 올라야 한다. 그러나 노동소득을 올리고자 기업에 직접 임금 상승을 강요한다면 고용이 줄어들어 그 혜택이 일부 노동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 최근 노동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은 노동력을 절약하는 기술 진보의 결과기도 하다.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했던 자동차 공장, 조선소에 가보면 이제는 노동자 대신 기계만 보일 뿐이다. 임금이 높다고 기계를 쓰려 하는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고용은 더 빨리 줄어들 것이다. 기술 진보가 소득불평등 확대의 주요 원인이라면 새로운 노동 수요를 창출할 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맞는 인력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일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뒤처지는 극빈층을 위해 사회안전망도 확대돼야 한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도 직관적으로는 재분배 효과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그 효과는 세금 인상 정도, 세금을 인상했을 때 부유층이 이를 어느 정도 쉽게 피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한 예로 동남아 국가들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 아니지만 실제 조세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를 밑돌고 있다. 세율과 관계없이 제대로 세금을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가가치세가 역진적이면 포용적 성장에 나쁘다고 하지만 부가가치세 징수를 통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한 뒤 이를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보건, 생계 지원 사업에 쓴다면 더 효과적인 재분배 정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소득 수준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사회보장을 위한 세수 증가가 크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떠한 세금과 세율로 조달할지는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에 엄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정책 결정에 선행돼야 한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IMF는 어떻게 보는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견해에 큰 온도 차가 존재한다. 한국은 2015년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국내 시각으로 보면 만족할 수 없는 낮은 성장률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 미만의 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 중 하나인 한국이 3% 이상 성장하는 것은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시아권 금융 부문 구조조정 불가피”

전세계가 힘든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한국이 재정 확대, 수입 증대를 통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상황이 더 어려운 선진국 국민들의 인식이 어떠냐는 것도 알 필요가 있다. 이들의 눈에 한국은 더 이상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공헌해야 할 선진국의 일원이다.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달라. 그동안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막상 이곳에 와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욱 중요한 기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세계의 경제 움직임을 가장 먼저, 그리고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실물 및 금융 정보를 1천명이 넘는 경제학 박사들이 한 건물에서 매일 분석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를 1천명 넘게 고용하고 있는 기관은 전세계에 IMF밖에 없을 것이다.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도 IMF의 큰 장점이다. 안타깝게도 IMF에는 아직 아시아 출신 경제학자, 관료의 비중이 작다. 따라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견해를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을 내 임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IMF가 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서베일런스(조사) 기능이다. ‘아티클(Article) IV’라고 불리는 협약에 의해 매년 혹은 2년에 한번씩 각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건강검진을 하고 이에 따라 경제정책을 조언한다. 둘째는 기술적 지원(Technical Assistance)이다. 회원국들의 통계자료 수집부터 경제정책 집행에 이르기까지 경제 운용에 필요한 각종 지식을 전달한다.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 국가들이 주요 대상이다. 셋째는 긴급자금 융자 기능이다. 회원국이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위기 관리 정책에 대한 조언과 함께 필요한 긴급자금을 지원한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났을 때 IMF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이 세가지 IMF 기능을 아시아·태평양 36개 국가를 대상으로 총괄하는 것이 내 직무다.

여기서 언제까지 일하도록 예정돼 있나. 앞으로 개인적 계획은 무엇인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하다가 IMF로 온 지 1년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 처음 이 자리에 임명된 만큼 주어진 임기 동안 열심히 해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나 자신뿐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도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이후부터 변화가 많은 삶을 살다보니 당면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하고 현재에 충실하고자 한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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