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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여성 지도자의 패션
[60호] 2015년 04월 01일 (수) 정의길 economyinsight@hani.co.kr
   
▲ AP 뉴시스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여성의 패션에서 목 부분은 포인트다. 목 부분을 드러내느냐 장식하느냐는 그 여성이 무엇을 강조하려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의 여성성을 강조하려는 이들은 목을 드러낸다. 육체적 여성성을 큰 재산으로 하는 여배우들이 공식 석상에서 목과 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여성성보다 사회적 힘과 지위를 보이려는 이들은 목을 가리거나 장식하는 패션을 택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스카프 패션은 유명하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 역시 스카프를 즐겨 매는 여성이다. 영국 공영방공 의 ‘스카프가 여성에게 새로운 힘의 상징일까?’라는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패션에 관한 기사에서는 ‘스카프가 요즘 여성 지도자들이 즐겨 하는 패션의 대세’라고 소개했다.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의 ‘여성패션파워 전(展)’의 큐레이터인 도나 러브데이는 “여성들은 사무형 패션을 좀더 부드럽게 접근한다”며 “스카프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써 여성의 목 부분을 돋보이게 한다”고 평했다.

스카프를 즐겨 하는 인텔연구소의 부소장 준비에브 벨 박사는 “남성으로 가득 찬 방에 자주 발표를 하러 간다”며 “나는 어울리게 옷을 입으려는 것이 아니라 두드러지게 보이려고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카프는 시선을 잡아두려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캐럴린 메이어 런던패션대학 심리학 교수는 “여성은 상대방과 교감할 때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며 “스카프는 남성의 시선을 얼굴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주고, 더 나은 소통을 하는 한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이 유달리 옷깃이 있는 패션을 즐기는 것은 이런 스카프 패션과 관련이 있을까? 그는 옷깃이 세워진 차이나칼라 의상을 입거나 심지어 셔츠를 입어도 뒤 옷깃을 세우는 패션을 보여준다. 목을 장식하는 패션이니, 스카프 패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옷깃 패션은 상대방의 시선을 끌어서 소통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원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취재한 한 여기자는 약간 다른 느낌을 전해줬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옷깃 패션에서 기강을 전달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패션이 생물학적 여성성이나 사회적 여성성 모두를 극히 노출하기 꺼리는 패션이라고 평했다.

또 좀처럼 치마를 입지 않고, 여름에도 반팔 옷을 입지 않고, 상의는 엉덩이를 가리고, 목까지 단추가 채워지는 중성성 상의를 즐겨 입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자신을 생물학적인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특정 위치에 있는 인사로 받아들이게 하는 무의식이 발로된 패션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옷깃 패션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건 1970년대 패션이고, 박 대통령은 그게 편하니까 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여성 지도자들의 목 패션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힘이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고, 나이 든 여성이 감출 수 없는 노화의 표시가 목이라는 것이다. 그 목을 가리려는 패션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라가르드의 패션이 단순해지고 장신구가 적어지면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표시’라는 말도 있다. 패션이 단순해지면 불경기라는 얘기도 있다. 요즘 박 대통령의 패션은 초기와 달리 화려함이 줄었다. 중성적 패션이 많아졌다. 그가 처한 힘든 상황을 말해주는 것일까? 개인의 취향을 놓고 과대한 해석을 하는 것은 우습다. 하지만 취임 초기 언론들이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보도하고 나도 이렇게까지 수군대는 것은 그와 소통할 수 있는 말과 콘텐츠가 워낙 없기 때문이 아닐까?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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