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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람 키워서 독보적 증권사 만들겠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59호] 2015년 03월 01일 (일)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새로운 세대의 경영자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단기 실적보다는 10년 뒤를 내다보는 경영을 추구한다. 남들이 다 줄이려는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대우증권을 국내 1위의 독보적인 금융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최초의 공채 출신 사장이다. 그래서인지 직원들과 수시로 문자와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그는 소통이 잘되는 기업문화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정남기 편집장

최초의 공채 출신 사장이다.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직원들을 잘 안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 운용이 쉽다. 그리고 소통이 원활하다. 직원들이 사장을 편하게 대한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수시로 문자나 메신저를 나한테 보내온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사장이 외부에서 오다보니 꿈이 없었다. ‘잘해야 임원이나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이젠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 회사를 바라보는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유연해진다.

이제는 가급적 내부에서 CEO를 뽑아야 한다. 그게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나는 대화하고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조직이 성과를 못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리더, 최고경영자의 문제다. 일방통행식이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거나 하기 때문이다. 사장이 된 뒤 큰 방향은 내가 잡았다. 그러나 디테일한 것은 직원들이 잘 안다. 당연히 그 사람들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

직원들도 의견을 내야 한다. 문제는 그런 교육과 훈련이 안 돼 있다는 점이다. 지시에 따르는 훈련만 받아온 탓에 말 잘 듣는 양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창조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대우증권은 오래전부터 메신저 문화가 발달했다. 연초에 신년사를 할 때 인사말만 10초 동안 하고 나머지는 메신저 첨부파일로 보냈다. 그랬더니 직원들한테서 몇백통의 메시지가 오더라. 일일이 답변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니까 직원들이 ‘사장한테 문자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PB들 질적 수준 높이는 데 역점”

사장이 너무 작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직원 개개인의 의식을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시켜 목표를 이뤄내는 게 사장의 역할이다. 사장의 생각을 말단 직원들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임원들이다. 사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권한을 적절히 위임해야 한다. 만약 누가 회사에 해가 되는 일을 하면 즉각 보고가 올라온다. 직원 3천명 중 2천명은 감시자라고 할 수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소통이 잘되면 맡겨놓아도 직원들이 잘한다.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 세대는 과거에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플레이션 시대로 간다. 예전에는 파이가 커지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대충 해도 됐지만 지금은 안 된다.

예를 들어 불황이 오면 ‘이럴 때 투자를 더 늘려야 돼’ 이런 식이었다. 지금은 회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과거에는 직접 공장을 지어서 몸집을 불리고 성장했다. 이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영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조직의 장들이 디플레 시대의 리더십을 생각해야 한다.

회사 운영의 기본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 직원의 60%가 리테일 비즈니스를 한다. 그들이 비용의 75%를 쓴다. 이들이 잘해야 한다. 국내 금융권에서 업계의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은행·보험·증권사 직원들이 파는 금융상품의 차이가 없어졌다. 그렇게 물건을 파는 사람을 ‘프라이빗뱅커’(PB)라고 하는데 그들이 56만명이다. 과연 이 사람들이 제대로 투자 가이드를 하고 있느냐, 그게 문제다.

우리는 콘텐츠를 판다. 증권사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시장·세무·부동산 등 모든 콘텐츠가 있다. 은행 금리가 연 2%도 안 되지만 우리 회사에는 연 4~5%짜리 상품이 널려 있다. 물론 약간의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관리되는 리스크다. 주가가 40%가량 떨어지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PB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본사는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어주고 직원들은 열정을 갖고 그것을 팔아야 한다. 기업뱅킹(IB),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은 우리가 업계 1위다. 그쪽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과거에 리테일이 회사를 키웠다. 이젠 너희가 리테일을 도와야 할 때다”라고. IB, S&T 등 각각의 부서가 크려면 리테일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은 상호의존적 공생관계다. 그렇게 해서 ‘독보적인 PB 하우스’를 만들려고 한다. ‘PB’는 자산 관리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는 뜻이다. ‘하우스’는 전 직원이 모두 참여한다는 뜻이다.

다른 회사는 리테일을 줄이는 추세다.

일단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 구조조정하면서 직원들을 계속 자르기만 하면 어떻게 되겠나. 현재 대우증권 직원이 3천명이다. 직장생활을 30년 한다고 하면 1년에 100명의 신입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은 1년에 30~40명만 뽑는다. 10년이 지나면 입사 동기가 15~20명밖에 안 된다. 회사의 인적 구조가 기형적으로 된다.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건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정년이 60살로 바뀐다. 거기에 맞는 고용 모델을 만들 때까지는 현재 상태로 가는 것이다.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오히려 그동안 직원을 너무 안 뽑았다. 당분간은 3천명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사실은 단기경영이 문제다. 단기경영 중심으로 하다보니 수익을 내기 위해 자르기만 하고 뽑지 않는다. 그게 누적되면 한국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수도 있다.

물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효율적인 조직만 추구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1990년대 초·중반 일본에서 지금의 한국처럼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만 자르다가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투자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아베노믹스’라는 괴물이 나왔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인가.

경영진 한 세대가 희생해야 한다. 내가 쓰는 정책은 1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진이 한번 그렇게 하면 다음에 오는 사람도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나도 당장 이익 내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하겠다. 금융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0년, 20년을 두고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았느냐. 올해 우리 목표는 이익을 많이 내면서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 2~3년이 지나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하다보면 이익도 더 날 것이다.

   
▲ 홍성국 사장은 이전의 경영자들과 조금 다르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먼저 생각한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국내에서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투자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리스크와 리턴의 상관관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 리스크, 하이 리턴’을 원한다. 하지만 그건 어렵다. 리스크를 짊어지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제 계속 저금리 시대로 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신중히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고위험 상품을 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리스크를 말한다. 리스크에 대한 태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요즘 강남권 사람들은 재산 중에서 주식 비율이 가장 높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다. 요즘은 주식 투자로 많이 넘어왔다.

“10년 뒤 내다보는 경영 하겠다”

해외투자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제 우리 자본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일단 가격 위험에 더해 환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그 나라에 대해 모르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이 한다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가 큰 이머징 시장에 투자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잘 아는 몇개 나라를 놓고 깊이 공부한 뒤 대응하는 게 맞다. 간접투자를 하더라도 본인이 알아야 한다.

금리가 높은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금리가 높다는 얘기는 리스크가 많다는 얘기다. 중국 리스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기업 리스크가 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 또 정부 정책이 불확실하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경제정책이 왔다갔다 한다. 그런 것을 다 감안해서 투자하려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우리는 후강통(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정책 -편집자)에 대한 광고를 한 번도 안 했다.

요즘 국내에서 잘 안 되니까 뭐가 좀 된다고 하면 그쪽으로 마구 몰려간다. 내가 리서치센터장을 할 때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지 말자는 견해를 냈다.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하자고 했다. 3년 전이다. 그때 투자했으면 환율 때문에 투자자금이 반토막 났을 것이다. 해외투자는 이처럼 전문가들도 실수하고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개인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겠는가.

국내 상장 기업 2천개 중 기업분석 리포트가 있는 곳이 200개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분석을 다 못한다. 중국은 상장 기업만 5천개다. 이 중 1천개 기업에 리포트가 있다. 그러나 중국 애널리스트들의 수준이 낮다. 그나마 리포트를 읽어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가.

독자경영을 보장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경영에 관여 안 한다. 물론 사전에 중요한 내용은 협의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산업은행이 우리나라 IB 분야에서 최고봉이지 않나. 그래서 IB 쪽 도움을 많이 받는다. 양쪽이 모두 IB에 강점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연내에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매각 대상인 입장에서 매각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매각과 상관없이 10년 앞을 내다보고 간다. 누가 주인이 되든 자체 경쟁력이 중요하다.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게 대주주한테도 좋은 것 아닌가. 그렇게 하다보면 1년 뒤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제조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본질적으로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저임금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성공한 나라다. 한국의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대체하긴 어렵다. 고용 규모,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볼 때 그렇다. 물론 서비스업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산업구조 재편이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전환’이다. 완전히 새 판을 짜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산업은 철강·화학·기계·조선·건설·자동차·정보기술(IT)이다. 이들의 특성은 저비용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다. 결국 가격·품질·브랜드 3가지 아닌가. 지금은 퀄리티와 품질을 높이든가 효율성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부족한 것은 해외 인수·합병 등으로 보완해가야 한다. 과거의 성장 스토리와 전략은 더 이상 안 통한다.

물론 반도체는 가능하다. 독점이 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1위가 되니까 경기의 영향을 안 받는다. 우리는 반도체에서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 양적 투자를 떠나서 품질, 브랜드,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3~4년 투자하고 질적 성장을 하면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바람직한 성장 모델로 주목하는 국내 기업이 있나.

지금은 국내 기업들의 성장 방식이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최근 몇몇 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중국이란 외생변수에 의해 성장한 기업이 많다. 앞으로는 내생변수가 중요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그나마 새로운 IT 기술을 가지고 전면에서 싸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가입자 5억명을 끌고 가겠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경영 철학이 있다면 말해달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전체가 다 통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통섭’이란 말을 좋아한다. 모든 유기체가 연결돼 있다는 가이아 이론과 유사한 것이다. 가이아 이론에 기반을 두고 세상을 보는 편이다. 중요한 것은 한곳에 깊이 뿌리를 박은 다음 다른 분야로 가지를 뻗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이것저것 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분야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랜시스 후쿠야마, 제러미 리프킨, 이매뉴얼 윌러스타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나한테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특히 제러미 리프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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