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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해명에 앞서 민심부터 수용해야
‘비선 실세’ 의혹과 ‘땅콩 회항’ 사건의 닮은 점
[57호] 2015년 01월 01일 (목) 윤희웅 economyinsight@hani.co.kr

대중에 대한 이해는 찾아볼 수 없다. 말 없는 대중의 시선은 외면하면 될 일이고, 몇몇 소리가 들리면 그저 뭉개면 될 줄 아는 것 같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국가 최고 권력기구와 재계 10위 대기업이 보여준 위기 발생의 초기 대응 말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및 ‘비선 실세’ 의혹 사건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에서 청와대와 기업이 보여준 모습은 초반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은 격이다.

이번 두 사건은 통상의 위기와는 좀 다르다. 보통의 위기는 화재나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부정적 사건이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위기가 발생할 때는 특정 주체의 잘못을 바로 따지지는 않는다.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생 원인보다는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구조가 이루어졌는지 등 사후 대응에 집중하게 된다. 나중에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이야 있겠지만 그 지점에서 대중이 분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 청와대 문건 파문이나 대한항공 회항 사례는 모두 해당 주체가 문제를 직접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내부자들과는 상관없이 외부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청와대와 대한항공이 스스로 잘못을 일으켰거나 내부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대중은 일단 싸늘한 시선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이미 부정적 시각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일반 위기 사건들에 비해 훨씬 사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침묵과 실망에서 분노와 비난으로 쉽게 전환된다. 청와대와 대한항공은 적절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분노와 비난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매뉴얼은 실무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조직의 상층부에도 위기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매뉴얼의 1차적 기능은 유혹을 떨쳐내기 위함이다.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인정하라, 사과하라’의 매뉴얼로 훈련돼 있다면 ‘부인하라, 당당하라’라는 악마의 손을 냉큼 잡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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