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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최고의 기술력으로 빛의 주도권 쥘 것”
2015년 주목되는 기업- ③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개척자 ‘서울반도체’
[57호] 2015년 01월 01일 (목) 홍대선 economyinsight@hani.co.kr
   
▲ 서울반도체의 발광다이오드(LED)로 빛을 내는 스위스 취리히 공항의 조명 장식. 서울반도체 LED가 적용된 조명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유적지 ‘포로 로마노’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반도체 제공

매출 10% R&D 투자하고 특허 1만개 보유… 중국의 저가 공세 뚫고 글로벌 시장 우뚝

백열등이 퇴출된 세계 조명시장을 놓고 오스람, 필립스, 삼성전자 등 발광다이오드(LED) 기업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하지만 LED 분야만 21년 외길을 걸어온 서울반도체도 만만치 않다.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1만개가 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덕분에 2013년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홍대선 부편집장

 ‘빛의 주도권’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 작은 반도체 소자가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시장 얘기다. 세계 각국에서 부는 백열등 퇴출 바람은 유럽의 전통 강자인 오스람과 필립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들을 LED 조명 전쟁의 격전지로 몰아넣고 있다. 향후 4~5년 동안 세계적으로 조명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LED 분야는 연평균 25%씩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시장이다.

최근 LE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서울반도체다. LED 분야에서 20여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이 회사는 2013년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국내 LED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서울반도체가 유일하다. 제조업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은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지만 이른바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드물다. 그만큼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반도체가 출시한 신제품에는 늘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직류(DC)와 교류(AC) 변환기인 컨버터를 손톱 크기만 한 집적회로(IC)로 대체한 아크리치(Acrich) LED와 기존 LED보다 5배 이상 밝은 빛을 내는 엔폴라(nPola) LED는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아크리치는 세계 최초로 직류와 교류 전원에서 모두 구동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컨버터가 필요 없기 때문에 효율이 높고 디자인도 간단하다. 미국 에너지국(DOE)에 따르면, 일반 직류 구동 LED 조명의 고장 원인은 50% 이상이 아날로그 방식의 컨버터에서 일어난다. 컨버터의 수명은 수천시간에 불과해 오래 사용할 경우 부풀어오르거나 터지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반면 집적회로가 장착된 아크리치 LED는 5만시간을 쓸 수 있어 고장이 적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엔폴라는 조명 제품에 쓰이는 LED 개수를 최대 10분의 1로 줄였다.

오스람, 필립스 등 글로벌 조명업체를 고객으로 

이런 신기술을 앞세운 서울반도체의 LED는 국내 주요 백화점과 N서울타워의 경관 조명을 비롯해 스위스 취리히 공항 장식, 프랑스 파리 에펠탑,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선 ‘오아시스’, 이탈리아의 유적지 ‘포로 로마노’ 조명 등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경쟁력은 독창적인 기술력과 함께 특허 포트폴리오, 그리고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차별화된 경영전략에서 비롯된다. 1만개가 넘는 특허는 기술 경쟁력의 원천이다. 서울반도체는 연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600개 안팎의 새로운 특허를 출원한다.

이에 따라 서울반도체는 미국전기전자학회(IEEE)가 선정하는 반도체 제조 부문 글로벌 특허 경쟁력 순위에 LED만을 제조하는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포함됐다. 남기범 서울반도체 중앙연구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시장 포지셔닝도 강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는 LED 광원에서 조명기구까지 소재와 완제품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고객이자 경쟁자인 셈이다. 그러나 서울반도체는 텔레비전과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 ‘백라이트 유닛’(BLU·Backlight Unit)이나 LED 조명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BLU나 LED 조명 완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개발과 제조에만 주력한다. LED 소재의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해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는 세계 각국의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략으로 서울반도체는 오스람과 필립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LED 조명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천태영 서울반도체 홍보팀장은 “우리는 중소기업이지 대기업이 아니다. 광원 개발 같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 연구원들은 요즘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반도체의 기술 자문을 해온 나카무라 슈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캠퍼스 교수가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LED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카무라 교수가 작은 기업의 순발력과 독창적인 기술 개발 열정을 높게 평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 서울반도체는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다. 1만개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서울반도체 제공

나카무라 교수는 2014년 10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서울반도체를 방문해 연 기자회견에서 국내 대기업 연구 풍토의 문제점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때마다 상사의 승인을 받는 대기업에서는 노벨상이 나오기 힘들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미친 짓을 해야 한다.”

전세계적인 백열등 퇴출 바람으로 서울반도체 같은 LED 전문 기업들은 더없는 호재를 맞이하고 있다. 백열전구는 낮은 전력 효율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그 빈틈을 LED 조명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LED 조명 시대가 열리면서 백열등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이참에 서울반도체는 세계 최정상 LED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현재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LED 업계 4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의 성장세는 놀랍다. 설립 이후 2010년까지 19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1999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이래, 회사 설립 10년 만인 2002년에는 매출 1천억원을 달성했다. 향후 LED 조명 시장의 성장세와 서울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을 감안하면 세계 1위가 단지 목표에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LED 산업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시장이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LED 산업은 LED TV가 확산되던 2009년 말부터 호황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LED TV의 핵심 부품은 백라이트 유닛(BLU)이다. BLU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대만, 중국, 한국 업체들이 너도나도 LED 산업에 뛰어들었다. 생산시설에 대한 과잉 투자가 일어난 것도 이 시기다. LED TV와 모니터 붐이 일면서 2010~2011년 LED 산업은 1차 공급과잉 시기를 맞이한다. 판매 단가는 폭락했고 서울반도체도 2011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걸로 끝난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절감과 환경 문제로 백열등을 퇴출시키면서 LED 공급 경쟁은 조명 시장으로 확산됐다. 수익성 하락에 직면해 있던 BLU 생산업체들은 LED 조명으로 눈을 돌렸고, 이로 인해 2차 공급과잉 시기를 맞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선 정부의 지원 아래 4천여개의 LED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독자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몇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가격보다 30% 이상 싼 LED칩과 패키지 제품을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급과잉 직면한 전세계 LED 시장

중국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계속되면서 LED 시장은 급기야 치킨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중국산 제품과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중국 LED 공장의 60% 이상이 2~3년 안에 문을 닫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싸구려 부품이 쏟아져 고장 등 품질 문제가 곧 LED 시장의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LED 업계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김현용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LED 시장의 공급과잉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슈다. 새해에는 LED 공급과잉 심화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2~3년 동안 LED 시장의 승패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LED 패키지의 효율(광효율)을 어떻게 강화하느냐다. 광효율은 동일 면적에서 같은 전류를 흘려보냈을 때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물리적인 양을 말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LED는 광효율을 60%밖에 구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90%까지 높이는 게 연구자들의 목표다. 결국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LED의 광효율, 다시 말해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오 서울반도체 조명영업본부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동일 면적당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여 시장을 재편했듯이 동일 면적당 광효율을 최대로 높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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