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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대한항공·아시아나 이어 ‘빅3’ 넘본다
2015년 주목되는 기업- ① 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
[57호] 2015년 01월 01일 (목) 홍대선 economyinsight@hani.co.kr
   
 

2015년 새해에도 국내 경제는 어렵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꿈과 비전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가는 도전적인 기업들이 있다. 장차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이 가운데 새해 큰 성장이 기대되는 4개 회사가 있다. 제주항공, 씨제이헬로비전, 서울반도체, 몰테일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대표 주자인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랫동안 장악해온 항공시장의 판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기존 항공사들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새해에는 국제 노선에서 한단계 비상을 꿈꾸고 있다. 씨제이헬로비전도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알뜰폰 시장이 자리를 잡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조만간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한다. 알뜰폰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한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1년 동안 발광다이오드(LED) 칩에 매달려온 서울반도체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각국에서 백열등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2013년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LED 분야의 강자다. ‘해외직구’라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몰테일도 주목되는 기업이다. 규모는 작지만 국경이 사라져가는 지금의 현실에 가장 적합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장차 글로벌 유통시장의 강자를 넘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고, 해당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회사가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4개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_편집자


초기 부진 딛고 국제선 진출하며 4년째 흑자 행진… 새해 3월 증시 상장해 제2의 도약 준비

2015년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출범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저비용항공 5개사의 국내선 분담률은 50%를 넘어섰다. 그 맨 앞에 선 회사가 제주항공이다. 출범 초기 5년 연속 적자를 딛고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해온 국제선 하늘길도 뚫기 시작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중·장거리 노선 개척은 물론 국제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다.

   
▲ 제주항공의 보잉 737-800이 김포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은 출범 초기 적자를 딛고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홍대선 부편집장

2014년 12월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거리. 영하 4℃까지 내려간 추위에 유니폼 차림의 제주항공 신입 객실 승무원들이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야자나무잎으로 만든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쓰고 12월18일부터 신규 취항하는 인천~베트남 하노이 노선을 알리기 위해 거리홍보를 진행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2015년 1월8일부터 부산~괌 노선도 새로 취항한다. 이 노선은 지금까지 대한항공만 운항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사이판 노선을 뚫었다. 원래 사이판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의 단독 노선이었으나 제주항공의 취항으로 복수 운항 체제가 형성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에만 인천과 부산 기점 중국 3개 노선, 그리고 사이판, 오키나와(일본), 하노이(베트남)까지 합쳐 모두 6개의 국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국제선 하늘길에서 보이지 않는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겨냥하는 시장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저비용항공사는 가격으로 경쟁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노선망, 서비스, 스케줄은 차원이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항공사들은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저비용항공 5개사의 국내선 분담률은 50%를 넘어섰다. 출범 10년도 안 돼 국내 하늘길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하던 국제선 중·장거리 노선까지 노릴 정도로 몸집도 커졌다.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의 날이 가장 서 있다. 2005년 출범 초반 안전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어느새 신형 항공기를 늘리고 국제선 노선을 확장하며 중·장거리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잇달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새해에는 주식시장 상장도 앞두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인 제주항공은 수송 인원, 항공기 보유 대수, 직원 수, 시장점유율 등에서 저비용항공사 1위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모그룹인 애경그룹의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제주항공을 제1의 저비용항공사로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 ‘빅3’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편견과 대형사 견제 뚫고 성장

제주항공은 2005년 1월 애경그룹 지주사였던 ARD홀딩스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각각 자본금 150억원과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민간항공사다. 2006년 6월 김포~제주 노선의 첫 운항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제3의 민간항공사 시작을 알렸다. 1969년 한진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이후 36년,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한 이후 18년 만에 국내 민간 항공시장이 실질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제주항공의 등장은 신생 항공사 출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항공 운임비를 확 끌어내리면서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양강 구도의 항공산업을 완전경쟁 체제로 바꾸면서 승객의 선택권을 넓혔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저비용항공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국내 정착에 머물러선 안 되고 중·장거리 노선을 개척해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새해 3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상장은 심사를 거쳐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4년 연속 흑자로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는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우리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증권업계에선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이 6천억원에 이르고, 이번 상장을 통해 2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출범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고유가와 고환율에 발목 잡혔을 뿐만 아니라 기존 항공사의 견제에도 적잖이 시달렸다. 항공사 설립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배럴당 50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가격은 취항 직후 80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에 더해 외부 환경의 변화가 손실 폭을 키웠다.

결국 설립 뒤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항공업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무모한 투자’라거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기존 항공사들은 신생 항공사의 안전성 우려를 이슈로 제기하며 견제했고 소비자들의 편견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도전은 기존 항공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관망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각각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저비용항공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저비용항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이후 이스타항공이 출범했고, 부정기 항공사였던 한성한공이 티웨이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 국내에는 7개 항공사가 운항 중이다. 이른바 ‘제주항공 효과’는 신생 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이끌며 항공시장의 실질적인 경쟁 체제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제주항공 신입 승무원들이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신규 취항하는 인천~베트남 하노이 노선을 알리기 위해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항공의 도약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경그룹은 항공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었다. 채형석 부회장은 세간의 비아냥에도 유상증자를 8차례나 거듭하며 5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이 기간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에 투자한 금액은 1천억원에 이른다. 취항 초 고유가와 고환율 같은 외부의 악재와 대형 항공사의 틈바구니에 끼여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었다.

제주항공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외형보다 본업에 충실하는 정책을 고집했다. 제주항공 쪽은 “합리적 가격에 실용적 기능을 겸비한 이른바 ‘칩시크’(Cheap Chic) 소비 경향이 항공산업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초 부정기 항공사로 설계됐던 사업모델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정기 항공사로 변경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게 설정한 것이다.

제주항공의 전략은 주효했다. 출범 5년 만인 2010년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4년간 연속 흑자를 내면서 경영은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2014년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1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7월 기준 누적 탑승객은 2천만명을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2014년 매출 5천억원, 순이익 30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은 하늘길을 독차지해온 대형 항공사들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 5개사의 2014년 3분기 국내선 분담률은 52%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의 시장점유율이 15%로 대한항공(26%)과 아시아나항공(22%)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각 11%와 10%,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9%와 7%로 뒤를 잇고 있다. 제주항공이 국제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로 커졌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국외 노선 취항을 확대한 결과다.

시장점유율 국내선 15%, 국제선 6%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선의 경우 제주를 기점으로 김포, 부산, 청주, 대구 등 4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국제선은 일본, 중국, 타이, 홍콩, 베트남 등 7개국, 15개 도시, 22개 노선에 취항 중이다.

저비용항공사에 중·장거리 노선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가 돼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지역에 기반을 두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짧은 국내 노선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시장점유율은 10%까지 올랐지만 글로벌 평균 점유율이 22%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갑절 이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 국내 항공사 간 불꽃 튀는 국제 노선 경쟁이 점쳐지는 이유다.

기종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새해부터는 저비용항공 시장에도 중·대형 항공기 시대가 열린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355석 규모의 중·대형 B777-200ER 1대를 대한항공에서 들여와 2014년 12월12일부터 인천~괌 노선에 투입했다. 이 항공기는 당분간 기존 노선에서 운행하다가 2015년 안에 장거리 신규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새해 6대의 항공기를 더 들여오고 2대를 반납해 비행기를 21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는 항공기를 리스로 들여와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이 대형 항공사보다 낮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주 수익원인 단거리 노선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저비용항공사들도 국제선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중·대형기 도입으로 노선 확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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