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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사 진입장벽 없애자”
[Interview]현오석 KDI 원장
[4호] 2010년 08월 01일 (일) 조계완 국내편집장 kyewan@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1975년에 경제기획원에 들어가 약 25년간 한국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국고국장 등을 지냈으며, 외환위기 때는 위기를 수습하는 실무 국장이었다. 1990년 초에는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있었다. KDI는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립·지원하는 경제정책의 산실이다.
현 원장은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 너무 강하다 보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관료가 있다”며 “그래서 각종 규제를 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문 직종, 곧 변호사·의사·회계사·약사 등에서 진입장벽 제한을 없애야 한다”며 “서비스 업종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7월26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있는 KDI에서 이뤄졌다.

오랫동안 정통 경제 관료 생활을 해왔는데 한국 경제의 강점과 약점은?
우리 경제는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60달러대에서 2만달러까지 압축성장을 해왔다. 대외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이제는 개발원조위원회(DAC·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원조를 통할하는 OECD 산하 기구)에 가입하는 등 공여국 입장으로 바뀌었다. 우리 경제의 또 다른 강점은 ‘사람’이다. 우수한 인력이 많은데, 더 많이 배양하는 것이 과제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를 지향해야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1980년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경기안정화 정책을 펴고, 21세기 들어 지식경제와 정보기술(IT) 혁신을 일으키는 등 국제경제 환경이 바뀔 때마다 비교적 정책적 대응를 잘해왔다. 글로벌화 속에서 경쟁하며 생존 능력을 키워온 점도 저력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쟁 도입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있어왔고,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경제주체 간에 불균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경제 관료, 사명감 매우 강해
우리나라 경제 관료의 역할과 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경제기획원에 들어갔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까지는 경제 부처에서 주로 KDI에 의존해 정책을 구상하고 수립했다. 당시에는 경제 관료가 정책적으로 잘 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점차 정부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경제 관료는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물론 시장 기능이 확대되면서 경제 부처가 정책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이 줄어들고 있긴 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우리나라 경제 관료의 사명감이 너무 강해서 탈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 보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관료도 있다. 그동안 정부 관료는 꼭 ‘부모 역할’(Fathering)처럼 내가 해야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금융 관료도 내가 손을 놓으면 시장이 결딴날까 불안해했다. 그래서 직접 컨트롤해야 한다고 여기면서 밤잠 안 자고 일하는 식이다. 내가 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명감이 투철한 것이다. 물론 신념인데, 이런 노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정부가 지금까지 쥐고 있던 규제를 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부 관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긴가?
이제는 민간과 정부가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경제로 가고 있다. 일본 통상산업성(MITI) 관료가 전후에 그랬던 것처럼 경제 관료가 산업정책을 리드하면서 경제를 이끌고 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로 바뀌는 것인데, 정부 역할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적 자본을 양성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명칭이 영어로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다. 예전에는 경제‘기획원’이었으나 이제는 경제 ‘전략’이 강조돼야 한다. 예전에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갈등 조정에 실패해 중단하면 안 하느니 못하게 된다. 정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정책을 시행했다가 안 되면 나중에 가서 고치는 식으론 안 된다. 정책(Policy)과 전략(Strategy)은 다르다. 전략상 미리 여론의 반응을 보는 것이 좋은 정책도 있고, 이해당사자에게 당근을 주는 정책적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세게 밀고 나가는 것이 좋은 정책도 있다.
미국 경제학 박사인데, 한국의 경제 관료가 지나치게 미국 편향은 아닌지?
미국 경제학은 분석적이고 기능적인 경향이 있고, 이런 사람이 경제 부처에 많은 건 사실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긴 하다. KDI도 유럽 쪽에서 공부한 연구자들을 더 채용해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려고 한다. 여러 시각에서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절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유럽 지역할당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역뿐 아니라 연구 영역에서도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전공자 등에게도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최근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 경제의 최근 상황은 어떻게 보나?
7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는데 현재의 금리가 몇%냐 하는 구체적인 수준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메시지로 해석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소비나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등 총수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2분기에 7.2% 성장했다. 회복 단계를 넘어 확장 단계로 가고 있다. 그전에는 물건이 잘 안 팔려서 초과 공급이 있었으나 이제는 재고 조정도 끝나고 오히려 초과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초과 수요와 초과 공급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6월 경제 동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전반적으로 올 1분기부터 수요 압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2분기 성장률 -2.2%, 지난해 연간 성장률 0.2%에 견줘보면 올 2분기 성장률은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는 인플레이션 대응뿐 아니라 경기 부양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한다.
 
금리정책은 다기능 측면에서 펴야
이번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이번 위기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맥락을 갖고 있다. 우선 선례가 없다는 점이다. 위기가 터진 뒤 모든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금융 쪽에서 온 거품이 실물에 큰 충격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는 금융 시스템 자체가 쇼크를 초래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화다. 과거에는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지구상의 일부 다른 국가는 불황에 빠지지 않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감염됐다. 위기가 터지면 전세계로 파급되는 글로벌화 현상은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국제 교역으로 다 연결돼 있다. 금융위기로 지난해 세계 교역량이 -12.0% 급감했다. 즉, 어느 국가의 경제라도 세계경제와 따로 놀겠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세계경제 지도가 많이 바뀌었다. 펀더멘털이 괜찮은 경제라도 전세계적인 외부 충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가 곧장 나서 돈을 더 풀면서 민간 금융회사를 구출해냈다. 그런데 재정위기로 인해 이번에는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형국이다. 돈을 더 찍어내는 식으로는 재정위기에서 헤쳐나올 수 없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서고 경제주체가 고통스러운 구조 개혁을 감내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재정위기는 타개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를 앞두고 금융규제안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데.
정상적인 시스템에 갑자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자본의 급격한 변동은 규제해야 한다. 이것이 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물론 자본 유입을 규제하면 자본이 투자 효율이 있는 곳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제약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단기자본에 따라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리거나 부도 위기로 빠져드는 것을 피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자본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향후 이민정책 재검토해야 할 것

KDI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여성 노동력 활용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경제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큰 문제가 인구 고령화다. 지금 추세라면 2018년에 인구가 줄어드는 쪽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면 재정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런 큰 인구학적 변화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 대책뿐 아니라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려면 향후에 이민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처녀만 데려올 것이 아니라 외국의 과학자도 데려와야 한다. 이발소의 경우 우리 이발사도 바깥으로 나가고, 우리도 외국 이발사를 받아들여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민정책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문화 다양성을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의 베트남 주부 사망 사건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추구해야 할 사회·경제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은 또 어떤 것이 있나?
결국에는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똑같은 인력과 자본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술혁신이 필요하고 새로운 업종,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제조업은 이미 첨단까지 도달했다. 서비스산업은 아직 생산성이 낙후돼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서비스 업종의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전문 직종, 곧 변호사·의사·회계사·약사 등에서 진입장벽 제한을 없애야 한다. 꼭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만 병원장을 하라는 법이 있는가. 안경사만 안경업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음식점 경영도 요리사만 해야 하는가? 서비스 업종은 규제와 진입장벽 때문에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득권 이해집단의 반발을 뚫고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0년 사이 1%포인트씩 떨어져 2010년 4%에서 2020년 3%, 2030년 2%대로 낮아질 우려가 있다. 경제구조가 선진화될수록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제 서비스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아야 한다. 2020년께면 세계 교역량에서 서비스업 규모가 일반 재화 교역량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DI가 오래전부터 서비스업, 특히 전문 직종에 대해 규제 완화와 경쟁 도입을 주창하면서 이해집단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경쟁을 도입하면 일반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수임료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서비스 업종의 규제를 풀면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오히려 사람을 적게 쓰는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지 않은가. 옷을 만드는 제조업의 경우 생산을 위한 중간재를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생산이 늘어날수록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비스 분야는 이런 제약이 없으면서도 소비자 후생과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업종이다. 전문 직종의 경우 목소리도 강하고 각 영역에서 어느 정도 힘을 지닌 집단이라서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많이 부딪히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꼭 넘어야 할 과정이다. 일반 기업에서 새로 2명을 뽑는다면 100여 명이 입사원서를 들고 몰려오지만 변호사는 전문 자격증만 있으면 자기가 맞춰서 갈 곳을 선택하고 있지 않은가. 변호사의 고유 업무 영역도 줄이고 사람 수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현재 로펌의 경우 지사를 둘 수 없다. 국내 대표적인 로펌인 김앤장도 부산지사를 두지 못하고 있다. 지역화돼 있기 때문이다. 법률·의료·회계 등 진입장벽이 높고 규제가 많은 전문 직종 쪽이 문제다. 이들 직종이 (진입 규제를 이용해) 누리고 있는 ‘렌트’(Rent·지대)가 너무 크다. 
 
전문 서비스 직종 ‘지대’ 너무 커
자영업 등 전통적 서비스 업종도 경쟁이 부족하고,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도소매업 등 전통적 서비스보다는 제조업에서의 경영컨설팅이나 디자인 등 ‘지식형 서비스’가 많이 늘어야 한다. 사실 제조업을 보더라도 많은 영역이 금융·디자인 등 서비스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서비스가 굉장히 큰 산업인데, 우리의 잘못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음식점에 가서 단무지를 서비스로 달라고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서비스는 ‘거저 받는 공짜’라고 여긴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는 규제가 많다. 의료 쪽을 보자. 요즘에는 이른바 ‘명의’가 없다고 한다. 의료 수준은 의료설비가 좌우한다. 즉, 우수한 설비를 가진 의사가 명의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의료 영리법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료설비 투자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은 국가 경제정책의 큰 어젠다로 부상해 있다. 이는 대학 교육 개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등 종합 대책이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원장께서는 대체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고 주창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19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전에 이미 수입자유화를 실시하는 등 경제의 글로벌화에 들어섰다. 개방과 경쟁이 들어오면서 기존 산업이 피해를 보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코끼리 밥통’을 사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독점기업의 부작용과 폐해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이러쿵저러쿵 논쟁해봤자 이 문제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기업들을 국제 경쟁에 노출시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출 주도 경제에서는 특히 글로벌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경제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한 피해와 갈등은 다른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문제다. 이런 피해 때문에 한-미 FTA를 안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경제에서 시장의 기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시장기구는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자는 것인데 시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 물론 독점 등 시장 실패라는 것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뚜렷이 나타났지만 시장참여자들이 한쪽으로 확 쏠리면서 과열되는 걸 막을 규제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물론 민간에서 공급할 수 없는 국방 등 공공재도 있다. 그런데 공공재도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민간이 사업을 맡되 정부가 규제하는 방안도 있고, 교도소 역시 공공재이지만 운영은 민간이 위탁해서 맡을 수 있다.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정부 부문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KDI가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IMF가 본떠서 뒤따라 발표했다는데.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경우 경제성장 전망치를 일부러 낮춰 발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낮게 잡아서 정부에 뭔가 지원 대책을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이다. 비도 안 오는데 날씨가 나쁘다고 말해 우산을 팔아먹는 격이다. 정부 또한 과거에는 정치적 목적에서 경제 성적을 과시하려고 일부러 전망치를 높게 잡기도 했다. 둘 다 잘못된 것이다. 경제 전망 지표는 정확하게 산출해 제시해야 한다.
 
민간기관, 성장률 전망치 호도 말아야
KDI가 국책 연구기관이긴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비해 KDI의 연구물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둘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단순히 정보를 빨리 제공하는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고 우리는 ‘연구’ 쪽이다. 연구는 여러 가지 정책 어젠다와 관련해 이 정책이 바람직한지에서부터 어떤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지, 또 중·장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테스트하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물론 조사와 연구 모두 중요하고, 국책 중추 연구기관으로서 KDI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KDI가 정책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사회·경제 정책에 따른 여러 이해집단 간의 갈등 조정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KDI 보고서는 실제 정책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KDI를 방문했는데.
KDI에는 40여 년 전 연구원을 지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왔고, KDI 별관을 지을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 번 왔다. 그 뒤 27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통령이 방문해 여기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가이드를 하는 게 KDI의 역할이다. 이곳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작성했고, 1980년대 이후에 연금 같은 사회보장 정책을 만드는 등 KDI는 국가 경제정책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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