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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겸손과 인내로 KB 수장 오른 숨은 실력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56호] 2014년 12월 01일 (월) 변휘 economyinsight@hani.co.kr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특유의 겸손함과 친화력으로 권력 실세의 지원 없이 회장에 올랐다. 윤 회장이 지난 10월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낙하산 비판 여론으로 권력과 관료 집단 후광 없이 낙점…
전문성과 친화력 탁월한 상고 출신 인재


윤종규 신임 회장은 권력 실세나 금융관료들의 지원 없이 KB금융을 접수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래서 외풍을 막아줄 언덕이나 버팀목이 없다. 실제로 그는 삼일회계법인과 국민은행을 거치면서 힘있는 외부의 지원군보다 업무의 전문성 및 특유의 겸손함과 친화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상고 출신으로서 남다른 노력으로 야간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대기만성형 인물이기도 하다. 많은 KB금융 직원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휘 <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부터 최종 1인 후보로 낙점받은 직후인 지난 10월 말, 2002년 자신을 KB로 이끌었던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찾았다. 지난 1월 김 전 행장의 장례식장에선 사흘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10개월여 만에 차기 KB금융 회장 자격으로 고인의 묘소에 술을 올렸다.

윤 회장은 일찌감치 김 전 행장의 ‘1순위’ 후계자였지만 KB가 정·관계 ‘낙하산’의 무대로 전락하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KB에서 두 차례 내쳐지기도 했다. 그래서 10여년에 걸친 윤 회장의 ‘반전’은 개인은 물론 KB 조직에도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다.

윤 회장은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광주상고 졸업과 함께 1974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고,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에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지만 학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당시 신군부에 의해 최종 임용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법원은 2008년 ‘학생 시위 때문에 합격자를 임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뒤늦게 내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지 않았다.

덕분에 공인회계사의 길에 들어서 20여년 동안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다. 삼성·LG 등 국내외 주요 기업의 회계 감사와 세무 컨설팅으로 경력을 쌓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의 교환 근무를 위해 일본 도쿄지점에서 근무하던 중에는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까지 취득했다. 외환위기 이후로는 은행·증권·종합금융회사 등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활약했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까지 올랐다.

당시 인연을 맺은 김정태 전 행장은 통합 국민은행장 취임과 함께 단행한 첫번째 인사에서 다른 임원들을 모두 고른 뒤 재무전략본부장(CFO) 자리만 비워둔 채 ‘삼고초려’에 나섰다. 그를 직접 만나 설득한 것은 물론 서태식 당시 삼일회계법인 대표에게 “윤종규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끝내 영입에 성공하자 선임 보도자료에 직접 ‘상고 출신 천재’라는 문구를 적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윤 회장은 차기 은행장 후보군을 일컫는 이른바 ‘구룡’(九龍), 9명의 부행장 중에서 가장 앞서나갔다. 은행업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개인영업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력에서도 검증받았고, 무엇보다 특유의 인화력으로 두터운 신망을 쌓았다.

2004년 10월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국민은행은 2003년 ‘카드 대란’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932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순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덜 내려 한 회계기준 위반”이라며 4천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김 전 행장과 윤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두 사람은 사임했다. 금융권에선 당시 부도 위기의 LG카드에 대해 ‘대출금 상환 요구를 자제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김 전 행장이 거부하면서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문제의 법인세 반환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다.

야간 대학, 공인회계사, 고시 차석 합격…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로 윤 회장은 ‘3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의 굴레를 썼다. 윤 회장은 행정소송까지 각오했지만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김 전 행장이 소송을 포기하자 말없이 따랐다. 그는 당시 결정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규제산업 성격이 강한 금융권에서는 행정소송 승소 뒤 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5년여 인고의 세월 뒤 윤 회장은 2010년 두번째 부름을 받았다.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이 지주사 CFO 부사장으로 그를 발탁했다. 윤 회장은 “이때 KB에 복귀하면서 과거의 중징계 문제는 모두 깨끗하게 씻었다”고 자평한다.

윤 회장은 KB금융에 돌아와 수익성이 악화된 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 당시 국민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직원 설문조사에서도 최상위권에 뽑혔다. 외부 영입 인사에다 5년여의 공백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 윤종규 회장에 대한 KB금융 안팎의 평가는 환영 일색이다. 특히 내부에서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윤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그러나 그는 2010년 신임 국민은행장의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권 실세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뜻밖의 인물, 이건호 행장에게 밀렸다. 윤 회장은 또다시 KB를 떠났다. 그는 행장 레이스 직후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며 뒤늦게 깊은 후회를 전했다. KB금융의 CEO가 정·관계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마지막 기회라는 조급함에 들러리를 섰다”는 자책이었다. 그렇게 KB와의 인연은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KB금융은 회장·행장의 내분 사태로 1년6개월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고, 윤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유례없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 분위기, 갈등을 조기 봉합하기 위해 내부에 정통한 인물의 필요성, 반복된 낙하산 CEO의 경영 실패에 대한 반감 등 윤 회장에겐 최적의 조건이 마련됐다.

회장 레이스 초기 “호남 출신으로 정권의 ‘코드’에 맞지 않는다” “이미 다른 후보가 금융 당국의 낙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절반이 넘는 회추위원들이 윤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KB금융에서 오래 일했고, 여러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윤 회장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 환영 일색이다. 우선 KB금융 내부에선 그만의 친화력에 대해 ‘겸손’을 비결로 꼽는다. 과거 김 전 행장의 최측근 인사였지만 동료 임원은 물론 현장 직원들에게도 먼저 고개를 숙였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본부 직원들은 가끔 마주칠 때마다 ‘어느 부서에 근무하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특유의 화법에 감화받았고, 영업점 직원들은 개인영업 부행장 시절 현장 중심의 경영으로 사기가 한껏 고양됐던 추억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무·전략 분야의 이력이 돋보이지만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2004년 개인영업 부행장 시절 동대문시장처럼 야간에 은행 이용 수요가 많은 곳은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주말 또는 야간에 문을 여는 특화 점포를 선보였다. IC카드에 계좌정보를 내장해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전자통장 역시 추진했다. 지금은 대세가 된, 10년 앞을 내다본 결정이었다.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성공 사례를 남겼다. 국민은행은 2003년 싱가포르 테마섹펀드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6위의 BII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전략재무본부장이던 윤 회장은 “700억원(인수대금)은 만에 하나 손해를 봐도 국민은행엔 별 타격이 없는 액수다. 혹시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고 옷을 벗겠다”면서 당국을 설득했다. 결국 국민은행은 2008년 BII 지분을 3650억원에 되팔아 5년 만에 5배의 이익을 올렸다. 윤 회장의 매물에 대한 안목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이와 함께 윤 회장은 효율성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실제 이달 초 KB금융과 국민은행 임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단순하게(Simple)·쉽게(Easy)·빠르게(Fast)’의 3원칙을 향후 조직 운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관심을 모았던 회장·행장의 겸직 결정 역시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역동성을 확보하고,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 영업조직의 기강을 잡기 위한 ‘효율성’에 방점을 둔 결정이라는 평가다.

윤 회장에겐 취임 초기 ‘허니문’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보인다. 안팎의 장애물이 벌써부터 그를 흔들고 있다. 우선 그를 뽑아준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금융 당국의 정조준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KB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윤 회장이 나서서 ‘물갈이’를 외치기는 난감한 일이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마저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KB금융이 우선협상권을 따낸 LIG손해보험에 대해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었다.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LIG손해보험 인수를 무산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포용력과 전문성 겸비한 리더십

금융권 일각에선 윤 회장의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금융위가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윤 회장 역시 길들여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낙하산’이 아닌 탓에 그에겐 ‘외풍’(外風)을 막아줄 버팀목조차 없어 보인다. 그것이 윤 회장 앞에 놓인 가시밭길인 동시에 KB금융의 새로운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byhw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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