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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한국 경제, 중국 자본 품에 안기나
‘차이나머니’의 공습- 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투자금액
[55호] 2014년 11월 01일 (토) 홍대선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빨간 깃발을 앞세운 중국 관광객들만큼이나 유입 속도가 빠르다. 부동산에서 주식·채권, 기업 인수·합병까지 투자 대상도 광범위하다. 중국 투자자금의 유입은 국내 증시 활성화 등 금융시장에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돈이 흐르도록 대응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 _편집자

증시 유입 자금 6년 새 4700억원에서 23조원으로… 금융·부동산·게임 산업 등 들썩

‘차이나머니’로 불리는 중국 자본이 빠른 속도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투자 주체도 기존 국부펀드에서 민간으로 확대되고 투자 대상도 국내 주식·채권에서 부동산, 기업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외환보유액 4조달러가 넘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큰손이다. 보유 외환 다변화 정책 등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대선 부편집장

지난 10월6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중국의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틈타 방한한 중국 관광객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홍익대 주변과 남산 엔(N)타워 등 서울의 대표적 명소는 어김없이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국관광공사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서울에만 중국 관광객 16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명동의 화장품 가게 직원은 “단체로 몰려온 중국인들이 중저가에서 고가 제품까지 가리지 않고 매장 물건을 사갔다”고 말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밀려드는 것은 ‘유커’(游客·중국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차이나머니’로 불리는 중국 자본도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자본은 국내의 주식과 채권에서부터 부동산, 기업에 이르기까지 투자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아가방, CJ게임즈(현 CJ넷마블), 카카오(현 다음카카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 기업들은 최근 2년 사이 중국 자본이 거액을 들여 인수했거나 직접 투자한 업체다.

국내 최장수 유아용품 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 9월 초 중국 의류업체인 랑시그룹에 320억원에 팔렸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CJ E&M의 게임사업부인 CJ게임즈에 5330억원을, 2년 전에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텐센트는 바이두, 알리바바와 함께 ‘BAT’로 불리는 중국의 3대 거대 인터넷 기업이다.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중국 자본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증시에서는 화장품, 호텔, 여행 등의 테마주를 묶은 유커 관련주들이 호재로 떠올랐다가 사그라지기도 한다. 중국 자본은 국내 부동산에도 손을 뻗쳤다. 제주도 땅은 벌써 여의도 2배 크기가 중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빠르게 유입되면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제조업, 게임,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시장 등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이민제도가 중국인의 땅 매입 촉발

얼마 전 제주도에서 유명한 흑돼지 전문음식점이 중국 자본에 매각된다는 소문에 휩싸이자 이를 반박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관광호텔은 ‘호텔 안 팔았수다. 헛소문 내지 맙써’라는 글귀의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호텔이 ‘중국 자본에 팔렸다’는 소문이 돌자 한국인 내방객이 줄어들까 걱정돼 걸었다고 한다. 중국 자본의 기세와 반감이 뒤섞인 현지 정서가 어떤지 엿보게 하는 사례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전체 규모에서 아직 미미하지만 투자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2014년 6월 말 현재 중국인이 점유한 제주도 토지는 592만m²로 5년 전인 2009년 2만m²와 비교하면 296배가 늘어났다. 여의도 면적(290만m²)의 2배다. 안주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외국인들의 자본 유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이민제도 대상을 미분양 주택으로 확대하고 적용 지역도 국내 8개 경제자유구역으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는 중국인의 제주도 땅 매입의 도화선이 됐다. 이 제도는 지역 부동산에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과 영주권을 주는 외국인 투자 유인책이다. 제주를 시작으로 강원도 평창, 전남 여수, 인천 영종지구, 부산 해운대 등 6곳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 중국 자본의 유입 속도가 전례없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월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 관광객을 위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중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은 지역경제에 순기능만 안기는 것은 아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는 “생태계의 보고인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중국 자본과 손잡은 개발 사업들이 진행돼 난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며 “무분별한 투기적 자본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동산 투자이민제 같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 신고금액 기준으로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직접투자 자금은 10억3천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견줘 230%나 늘었다.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국계 자금의 급증으로 3분기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14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 유입된 중국 자금은 최근 6년 사이 50배나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들어온 중국 자금은 2008년 말 4700억원에서 2014년 9월 말 현재 23조6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 전체 외국인 투자액 중 중국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0.5%에서 2014년 9월 말 현재 2.3%로 커졌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전체 외국인 주식자금에서 중국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자금의 순매수 비중은 30%에 이른다. 사실상 중국 자금이 상반기 국내 증시를 떠받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우리나라 채권을 1조2천억원어치 더 사들인 중국은 총 13조7천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보유해 룩셈부르크를 제치고 한국 채권 보유국 2위에 올랐다. 이로써 중국의 국내 채권 보유 비중은 2009년 3.3%에서 2014년 9월 말 현재 13.9%로 커졌다. 한국 채권 보유국 1위는 여전히 미국(19.5%)이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은 시기에 중국이 선두를 빼앗을 가능성이 크다. 김기현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일반적으로 교역량이 늘어나면 해당국 보유 외환을 늘리기 때문에 중국의 한국 국채 투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권시장 떠받치는 큰손

중국 자본의 유입 속도가 이렇게 빠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고 국외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계속 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은 4조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의 큰손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곳간에 넘쳐나는 돈으로 기업, 기관부터 심지어 개인까지 국외 투자를 늘리도록 독려해왔다. 국부펀드 등 관 주도였던 투자 주체가 다양해진 이유다. 내년부터 중국 당국이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II2) 제도를 시행하면 그동안 민간 금융기관인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에 의존해온 개인의 국외 투자 활동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중국의 국채 투자 확대는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주요국의 한국 국채 보유 확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을 확인시키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국채 가격 상승과 국채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 금액과 토지 보유 규모가 과거보다 급속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내 외국인 중 중국인의 토지 보유 비중은 5% 남짓으로 아직 그 비중이 미미한 게 사실이다. 중국인이 제주에서 매입한 땅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0.3%에 불과하다. 중국 자본의 ‘제주 잠식’이라고 말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운데 중국인 보유분이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 3%에 못 미친다.

   
▲ 중국 자본의 진출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거침이 없다. 서울 중구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의 광고. 뉴시스

이종우 IM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치 물밀듯 엄청난 액수가 들어온다고 할 수는 없다. 기업 인수·합병은 옛날에도 있었다. 쌍용차는 한때 상하이차에 인수된 적이 있고, 국내 3위의 게임회사인 액토즈소프트도 오래전에 중국 기업에 팔렸다”고 말했다. 개방경제에서 자본의 유·출입은 당연한 일인 만큼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중국 자본의 유입을 너무 좋게 볼 필요도, 국수적인 시각에서 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중국 자본 유입의 역기능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리는 것은 금리 변동 폭의 확대다. 중국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한국 국채를 팔거나 살 경우 국내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국 당국이 민간부문의 투자 규제를 풀면서 국내에 유입된 자금의 성격이 이전과 어떻게 다른지 면밀한 모니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국채를 매입해온 주요 기관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라는 점에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가능성이 낮지만, 한국과 중국 간의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중국이 국채 투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자금의 투자 패턴은 관 주도에서 금융기관, 사회보장기금, 개인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중국의 영향력이 업종을 넘어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 뚜렷함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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