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동자 80%, 노동 시간·형태 자율적 결정 희망…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관건

최근 10~20년 동안 ‘경쟁력 강화’란 명분 아래 독일의 노동 여건은 악화돼왔다. 노동자들은 이제 노동 여건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간 단축만 원하는 게 아니다. 개인의 여건에 따라 노동 시간과 형태를 조절하기 바란다. 대표적인 것이 유연근무제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자가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독일 노동자 대다수가 유연근무제를 원한다.

마르크 브로스트 Marc Brost
엘리자베트 니야르 Elisabeth Niejahr <차이트> 기자

니코 쉴트는 어릴 적에 ‘아빠는 어디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빠 파업”이라고 답했다. 주 35시간 노동을 홍보하는 빨간색 스티커가 집에 넘쳐나서 니코는 자신의 옷장을 스티커로 도배하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이 스티커는 1984년 여름에 사용한 것이다. 당시 노동자 수만명이 거리시위를 했는데, 이는 전후 최대 규모의 힘겨루기였다.

니코의 아버지 아르민 쉴트는 당시 23살이었다. 금속노조원이던 아르민은 아침 동틀 무렵 공장 정문에서 전단지를 배포했고 임금협약뿐만 아니라 ‘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완전히 다른 삶의 형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동참했다. 당시 시위 슬로건 중 하나가 ‘사랑과 교통을 위해 개인시간 5시간을 달라’였다.

노동자들의 시위는 6주간 계속됐고, 고용주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독일에서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니코의 오래된 어린이 옷장에 붙여진 빛바랜 스티커처럼 1984년의 대규모 시위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져갔다. 올여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