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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미쳤다, 곡물이 춤춘다
[투자 전략]
[4호] 2010년 08월 01일 (일) 필립피셔(태성환) economyinsight@hani.co.kr

필립피셔(태성환) 신한금융투자 인베스트먼트 뱅커

날씨가 미쳤다.
올해 3월이었다. 출근한 모든 동료의 얼굴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엄청난 눈발이 날렸고,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구가 어떻게 되고 있나”라고 한마디씩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7월16일에는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더니, 강원도 강릉과 삼척 지역엔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시민들이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루는가 하면, 남부 지방은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양호하다.

원당·오렌지 원액 값 ‘들썩’
며칠 전,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에서 1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러시아 정부는 83개 지역 가운데 23 곳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월드컵이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가에서는 500여 마리의 새끼 아프리카 펭귄이 강추위에 얼어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폭염을 겪는 러시아와는 반대로 헝가리·슬로바키아·세르비아·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는 6월부터 7월 초까지 폭우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특히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에서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된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각각 23명과 12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요 농작물 수출국인 미국 역시 강렬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중앙아시아 최대 농작물 수출국인 카자흐스탄과 캐나다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농작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곡물 소비 국가로 떠오른 중국 역시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국에 내린 엄청난 폭우로 장강은 범람 위기에 놓였다. 중국 국가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7월23일까지 700명 이상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재민 수는 무려 1억1300만 명이 넘으며 경제적 손실은 1420억위안(약 25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떤 시기에나 이상기후 현상은 있어왔다. 그러나 올해의 기후변화는 어떤 때보다 심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자재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실제로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은 마치 슈퍼볼에서 돌아가면서 터치다운을 하는 선수들처럼 의미 있는 모습을 보였다. 포문은 설탕이 열었다.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원당(Sugar No.11·설탕상품선물) 가격은 1981년 4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20센트를 넘어선 22센트까지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원당 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이 각각 폭우와 가뭄 피해로 인해 부진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당뿐만 아니라, 국제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도 들썩거렸다. ICE에서 거래되는 국제 오렌지 주스 원액의 가격은 급등 뒤 엄청난 하락세를 겪은 2010년 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 파운드당 150센트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커피 원두’ 투기 세력 개입 정황
이처럼 국제 오렌지 주스 원액의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보다 기후 요인이 가장 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상 악화에다 ‘감귤 그린’이라는 질병 여파로 브라질 오렌지 농사가 7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며, 2010~2011년 브라질 오렌지 생산량이 2009~2010년보다 6.2% 감소한 2억8600만 상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이는 2003~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면화 가격도 가만있지 않았다. 2008년 3월14일 면화 가격은 파운드당 70센트에서 장중 1달러를 돌파하며 폭등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면화 파동’이 일어났는데, 중국 면화 작황이 미국 농무부의 추정치보다 훨씬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최근 2010년 5월에는 파운드당 80센트를 다시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면화 수출국인 인도가 몬순 기간에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나빠지면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며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마시는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로부스타 커피 원두 가격이 사흘 만에 18.7% 급등했고, 지난 7월11일에는 14개월 이래 최고치인 t당 1579달러를 기록했다. 상품 선물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선물 계약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한 정체불명의 회사가 8월 계약 만기 도래시 현물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이미 상품 선물시장이 투기 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외에 코코아와 귀리 등의 가격 상승도 눈에 띈다. 귀리의 경우 캐나다에서 폭우로 인해 작황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생산량이 감소해 기말 재고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대두됐고, 코코아는 1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병해로 글로벌 생산량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옥수수·쌀 가격을 눈여겨보라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세계 3대 곡물인 옥수수·쌀·소맥(밀) 가격의 추이다. 우리의 밥상머리에 올라오는 주요 식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3대 농산물 중 가격 상승이 가장 빨랐던 것은 소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소맥은 6월에는 4.5달러 선이 무너졌으나 최근 7월 들어서면서 캐나다와 러시아의 기상 악화로 부셸당 6달러를 넘어서는 등 단시간에 시세가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뭣보다 전세계 2위 원맥 수출국인 캐나다에서 최근 지속되는 폭우로 원맥 파종 면적이 감소되고, 4위 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우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원맥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수급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은 약 130년 내 최악의 가뭄으로 국가적인 재난을 선포한 만큼, 가격 상승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반해 옥수수와 쌀 가격은 아직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옥수수와 쌀은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큰 곡물이라고 판단된다.
1년에 한 번 수확을 할 수 있는 옥수수는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에 파종해 11월 초순에서 12월 초순에 수확이 이뤄진다. 7월에 일종의 수분철(Pollination Period)이 시작돼 이 시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므로 파종기(Planting Period) 전에는 불확실성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며, 이후에는 불확실성의 감소로 가격이 하락한다. 수확기가 되면 우호적 수급으로 가격은 저점을 확인하게 된다.

인도 쌀 수입국 전환 가능성
옥수수의 주요 생산국과 수출국을 살펴보면, 단연 미국이 절반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 요인도 한몫했겠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옥수수 가격은 5~6월에 가격 상승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에는 파종기가 끝난 7월 이후부터 상승을 시작하므로 다른 변수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세계 2위와 3위 옥수수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파종이 10월부터 시작되므로 옥수수 가격은 조정 뒤 10월부터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쌀 가격은 전문가들의 예측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초 세계 쌀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타이산 B등급 백미의 수출 가격이 t당 최고 1038달러까지 올라 2009년 대비 63%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차트에서 알 수 있다시피 올해 들어 CBOT에서 거래되는 국제 쌀(Rough Rice) 가격은 100위트당 9.5달러까지 엄청난 하락세를 경험했다.
국제쌀조사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마렌두 모한티가 세계 제2대 쌀 재배국인 인도가 2008년 쌀값 폭락 이후 쌀 재배 면적을 감축한데다 잦은 기상이변에 시달려 올해 21년 만에 처음으로 쌀 순수입국이 될 것이며 약 300만t가량을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것도 향후 쌀값 상승을 시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 들어 전세계는 눈에 띄게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을 겪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곧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8년에 유가 상승 못지않게 오른 국제 곡물 가격은 소비자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몇 가지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선물 직접투자는 신중히
첫째, 해외에서 거래되는 국제 농산물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레버리지와 수수료를 수반하기 때문에 모의 거래를 통해 충분히 선물에 대한 특성을 파악한 뒤 임해야 한다.
둘째,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기회다. 곡물 가격의 상승과 연결시킬 수 있는 투자 기회는 상당히 제한적인데,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섹터는 비료 업종이다. 폭염이 내리쬐고 비가 쏟아지면서 작황이 안 좋아지면, 농민은 나쁜 작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만큼의 비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비료업체인 모자익(Mosaic)·포태시(Potash)·야라(Yara)·남해화학과 같은 기업들은 7월 이후 주가 상승 탄력이 더해지고 있으며, 과거 글로벌 곡물 지수가 비료 가격에 대한 선행성을 보인 만큼 해당 업체에 대한 투자를 심도 있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곡물 관련 펀드나 해외 곡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곡물 펀드들이 추천 리스트에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옥수수, 콩, 밀, 커피 등 다양한 곡물을 편입하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곡물의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의 경우 기타 곡물들의 가격이 올라도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곡물 또는 농산물 펀드를 선택할 때 해당 작물들의 편입 비중을 면밀히 따져본 뒤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ETF는 유동성 높은 걸로
해외 곡물 ETF에 대한 투자 방법도 있다. 이미 ETF 투자자에게는 잘 알려진 곡물 ETF인 DBA를 포함해 2배의 승수효과를 가진 DAG 역시 투자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DBA를 제외하고 나머지 ETF는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매도를 하고 싶어도 제 가격에 팔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으므로 거래량에 유념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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