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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엄마, 우리는 왜 고모·삼촌이 없어요?”
저출산·고령화 시대- ① 미리 가본 2035년 한국 사회
[54호] 2014년 10월 01일 (수) 조일준 economyinsight@hani.co.kr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누구에게나 축복이다. 그러나 평균수명 연장이 저출산과 맞물릴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어느 나라 보다 심각하다. 지금 추세라면 16년 뒤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 적정인구 전략이 없는 미래 한국의 모습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_편집자

1인가구, 한자녀가정 대세…
육아 혜택 늘고, 세금 많아지고, 맞벌이 필수, 학교 통폐합 가속화


주춤했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이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양식과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약 20년 뒤인 2035년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인구 변화 양상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통계청 자료, 국가통계포털의 인구추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보고서를 참고해 가상의 미래를 꾸며봤다.


조일준 부편집장

#탄생의 기쁨, 인구 감소의 그늘

2035년 12월○○일 세종특별시. 한 종합병원 분만실에서 신생아가 첫울음을 터뜨린다. 둘째아이 출산을 마친 윤빛나(35)씨와 남편 정다산(40)씨는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주변은 축제 분위기다. 모두 이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둘째를 낳은 부부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 출산 비용 가운데 상당액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받기 때문이다. 또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연간 1천만원 한도의 ‘다자녀 복지카드’가 주어진다. 그뿐 아니다. 유치원부터 국·공립 대학교의 등록금까지 모든 공교육비를 국가가 지원한다.

같은 시각, 전국의 실시간 출생·사망 보고가 집계되는 중앙정부 인구정책국에 설치된 인구시계 전광판에는 ‘51,888,468’이라는 붉은색 숫자가 뚜렷하다. 이를 바라보는 나인구 과장의 표정은 착잡하다. 꼭 5년 전인 2030년 우리나라 인구는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이다. 1925년 우리나라에서 첫 인구센서스가 실시된 지 한 세기 만에 총인구가 확연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2030년 인구증가율은 -0.2%로 추산됐다.

나인구 과장은 인구통계 시뮬레이터를 돌려보더니 낮은 한숨을 쉰다. “흠, 이 추세라면 불과 65년 뒤인 2100년이면 한국 인구가 2468만명으로 반토막이 나겠군. 인구 고령화도 심각한걸. 5년 뒤(2040년)엔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32.3%니까 3명 중 1명이 노인복지카드를 쓸 테고. 그럼 내 월급의 약 3분의 1이 각종 세금이랑 복지분담금으로 나가는 셈이네.”

2035년이 되면 인구 감소세가 본격화하면서 정부 재정의 태반이 출산·육아·교육비 보조와 고령층 의료비 등 복지비용으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산과 육아 등에서는 혜택을 보겠지만 상대적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크게 하락해 이들의 세금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국가통계포털(www.kosis.kr) 인구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4~65살)는 2015년 73%에서 2035년 59.5%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65살 이상 인구/14~65살 인구×100)는 2015년 17.9에서 2035년 47.8로 급등하게 된다. 2015년에는 14~65살 인구 5.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년 뒤에는 2.1명이 노인 1명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50명도 안 되는 학교가 35곳이었다. 뉴시스

#나노가족 시대, 사람이 그리워

2035년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윤빛나씨는 외동딸인 5살 초롱이의 물음에 난감했다. “엄마, 우리는 왜 고모·삼촌이 없어요?” 초롱이는 단짝친구인 드비나가 삼촌과 고모 자랑을 하는 게 부러웠다. 드비나는 아빠가 인도 출신인 다문화가정 아이다. 윤씨가 패밀리 트리까지 그리며 설명해주자 초롱이는 어렴풋이 알아듣는 눈치다. 하지만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한 듯하다. 정다산·윤빛나씨 부부는 둘 다 형제자매가 없다.

대다수 가정처럼 이 부부도 맞벌이다. 윤씨는 한창 응석받이일 초롱이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부모와 떨어져 유치원에서 지내는 게 마음에 걸린다. 집에선 반려동물인 강아지가 초롱이의 유일한 친구다. 그래도 ‘최고로 멋진 친구’인 아빠가 퇴근하면 강아지는 뒷전이다. 윤씨는 ‘아이가 이기적이고 버릇없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반듯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날 저녁 TV 뉴스는 ‘전국 2226만가구 중 1인가구가 763만가구(34%)로 가장 많고, 부부 2인가구가 505만가구(22.7%)로 뒤를 이었다’는 통계청 발표를 전한다.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2명 가구인 셈이다. 또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 중 65%는 한자녀가정으로 집계됐다. ‘핵가족’은 옛말이고 ‘나노가족’ 시대다.

가족의 개념도 혈연관계 너머로 확장됐다. 초롱이 아빠가 다니는 광고회사는 최근 인터넷에 언급된 ‘가족’ 연관어 빅데이터를 분석한 트렌드 보고서를 내놨다. 유저들 사이에 ‘가족 구성원’ 연관어로 가장 많이 언급된 낱말은 뜻밖에도 ‘친구’였다. ‘엄마’와 ‘아빠’가 뒤를 이었고, ‘반려동물’과 ‘가정용 로봇’이 5위 안에 들었다. 가까이서 정서적 공감을 나눌 누군가가 그리운 것이다. ‘오빠’ ‘언니’ ‘동생’ 같은 단어는 6~8위에 그쳤다.

최근 SK플래닛 광고 부문은 지난 6~7월 두달 동안 ‘가족’과 관련한 ‘소셜 버즈’(Social Buzz·인터넷 이용자가 SNS 등 웹에 올린 글 -편집자) 33만건을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봤다. 방대한 분량의 빅데이터를 압축한 열쇳말은 ‘타이거맘, 프렌대디’(무서운 엄마, 친구 같은 아빠)였다. 실제로 ‘엄마-무섭다’라는 연관 표현이 7618건으로 ‘아빠-무섭다’(740건)보다 10배나 많았다. 부모의 기대 역할 변화로 풀이된다. 또한 2014년 현재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가 연 4조~5조원이며 해마다 10~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이 대우받는 일터

윤빛나씨의 산후조리실로 예쁜 꽃다발과 축하카드, 다자녀축하금이 전달됐다. 윤씨가 다니는 유·아동용품업체 해피키즈에서 보내왔다. 이 회사는 둘째아이부터 출산장려금과 각종 육아용품을 지급한다. 또 두자녀 이상 직원들에게는 명절 상품권을 주고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을 준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위한 ‘불임 휴가제’도 시행 중이다.

해피키즈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유·아동용품 전문 제조업체다. 다른 업체들은 출산율이 높은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외국 경쟁업체에 합병됐다. 윤씨는 1년간 육아휴직을 한 뒤 출근할 생각이다. 복직한 뒤에도 육아를 위한 단축근무제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탄력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회사의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여성 인력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령층이 늘어나고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층의 세금 부담이 늘자 맞벌이 가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기업들도 부족한 노동력을 수혈하기 위해 여성 인력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구정책국의 나인구 과장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나라가 출산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막연한 희망을 품어본다. “15~65살 생산가능인구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총인구의 60%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이 20년 전 55%에서 지금 80%로 높아졌고 고용의 질이 개선된 건 좋은 소식이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2014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여성 취업자/여성 생산가능인구×100)은 55.2%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OECD 주요국의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의 여성 고용률(스웨덴 82.5%, 노르웨이 82.1%, 덴마크 79.1%, 프랑스 76%)이 우리나라보다 10∼20%포인트 높았다.

   
▲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기업 문화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유모차 걷기 대회’ 뉴시스

#학교 수는 줄고 다문화가정은 늘고 

2035년 2월 개학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주민 이희망(35)씨는 초·중등학교가 많은 ○○구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7살 외동딸 소망이가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를 받았는데, 전체 학생 수가 30명도 안 되는 분교로 배정된 게 마뜩지 않아서다. 인근 초등학교가 취학 연령 어린이 수 감소로 폐교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희망씨가 아직 어린 시절이던 2014년 9월 학생 수 감소로 서울 강서구에 처음으로 분교가 생겼다. 이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초·중등학교가 하나둘 통폐합됐다. 초등학교의 한 학급 학생 수는 20명이 채 안 된다. 대신 장·노년층을 위한 평생교육학교와 문화센터가 크게 늘었다. 지금 소망이에게 할아버지·할머니의 초등학교 시절 ‘콩나물 교실’과 ‘2부제 수업’ ‘호랑이 선생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학교 통폐합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학교의 존속은 30~50대 경제활동 세대를 붙잡아둘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집계를 보면 2035년 현재 중등 학령인구(만 12~17살)는 26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밖에 안 된다. 서울은 학교가 있는 인구밀집지역과 학교가 없는 인구공동화지역으로 나뉘었다.

대학입시 풍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대입 정원이 한해 고등학교 졸업생 수 40만명을 훨씬 초과하는 바람에 대입 경쟁률은 평균 0.7 대 1 수준이다. 입시철이면 많은 대학이 교수들까지 동원해 신입생 유치 활동에 나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진다. 교육부는 ‘부실대학 퇴출’과 ‘학교·학과 통폐합’을 추진해왔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시각 차이는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연구보고서에서, 총인구 대비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2015년 1.05%에서 2025년 1.99%, 2035년 3.04%, 2050년 5.11%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 자녀도 2013년 19만명(안전행정부 집계)에서 2050년엔 98만5881명으로 5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 행인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한 거리에서 노인이 재활용 폐기물을 담은 자루를 짊어진 채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인구 3분의 1이 고령자

이희망씨는 새로 이사할 아파트 단지를 미리 돌아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줄면서 최근 10여년 새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학교 주변 인구밀집지역의 아파트,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과 오피스텔은 인기 폭발이다.

이씨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해 지하철을 탔다. 예전엔 차량의 양쪽 끝 몇 자리가 경로석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가 ‘어린이·임산부 보호석’으로 지정됐다. 나머지 좌석의 절반은 경로석이다. 지하철 탑승객의 과반수가 65살 이상 경로우대권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 국민의 28.4%가 경로우대권을 갖고 있다. 5년 뒤인 2040년에는 3명 중 1명이 경로우대자일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희망씨는 아파트 단지 내 경로복지관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풉!’ 웃음을 터뜨렸다. “70살 미만은 이용을 삼가주십시오.” 이용자 급증으로 시설 공간이 좁아진 복지관 쪽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도시 외곽 곳곳에 쾌적한 시설과 전문 의료서비스를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별다른 수입 없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고령자에겐 이용요금이 부담스럽다. 지난 20년 새 생활물가 대비 개인연금 수령액이 30%나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급형 실버타운 공급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실버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업종엔 의약 및 헬스케어, 고령자 거주·이용 시설, 요양 서비스, 금융·자산관리 서비스, 정보통신기기, 여가·문화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도 거의 30년 전인 2006년에 처음 제정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을 시장조사를 거쳐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기로 했다.

실버카는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인 신성장 산업으로 떠올랐다. 고령자의 신체 조건과 운전 특성을 반영해 설계된 전기자동차와 휠체어를 아우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체형에 맞게 높낮이와 등받이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또 핸들을 잡으면 체온과 맥박, 혈압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해 운전 여부를 권고한다. 주행정보 모니터, 오디오 시스템, 전동 안마 시트, 에어컨과 히터 등 모든 기기는 음성인식으로 작동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희망씨는 친정 부모님의 결혼 40주년 기념일에는 ‘실버카 충전 마일리지’를 듬뿍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1년 ‘고령친화산업 실태조사 및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0년 33조2천억원에서 2015년 67조9천억원, 2020년 약 125조원으로 5년마다 두배씩 커지는 추세다. 2035년이 되면 그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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