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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공정무역
공정무역의 실상과 허상
[54호] 2014년 10월 01일 (수) 마르쿠스 로베터 economyinsight@hani.co.kr

법적 기준 없어 가짜와 함량 미달 제품 난무…
‘공정’ 인증 표시 신뢰도 하락 우려


소비에도 윤리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뒤로 공정무역 인증 표시를 붙인 식품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공정무역 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다 믿을 만한 제품은 아니다. 공정무역과 거리가 먼 비인증 원료가 80%나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아예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속이기도 한다.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제3세계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공정무역 제품 구매 움직임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차이트> 기자

아프리카는 기적의 대륙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한 예로 아프리카 커피가 그렇다. 독일 만하임 인근의 한 커피 로스팅 업자는 자신이 유통하는 원두가 “원시림의 야생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것”이라고 고객에게 홍보했다. 그는 이렇게도 덧붙였다. “에티오피아 고원의 커피 농장주들과 개인적으로 잘 알고, 나에게는 공정무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으로 감동적인 스토리다. 식료품 원산지에 예민한 독일 소비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심할 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소작농이 아침 안개가 낀 산비탈로 올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덤불의 커피나무에서 원두를 정성스레 수확해 저녁이면 뿌듯하게 마을로 내려가는 목가적 전경을 상상하기도 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커피 로스팅 업자는 프라이부르크의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이 이야기를 어김없이 들려주었다. 단, 문제가 있다면 이것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닌 법정 소송이었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는 야생 커피나무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재배하는 커피나무에서 원두를 수확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 소작농들을 개인적으로 잘 안다는 커피 로스팅 업자는 실제 함부르크의 도매상에서 원두를 주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두 포장지에 붙은 자체 제작한 공정무역 로고를 제외하면 업자의 원두는 공정무역과 전혀 관련이 없다. 카를스루에 연방주 고등법원은 커피 로스팅 업자의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커피 로스팅 업자는 앞으로 자신이 유통하는 원두에 ‘공정무역 커피’라고 광고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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