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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투자은행으로 도약해야 미래 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54호] 2014년 10월 01일 (수) 홍대선 economyinsight@hani.co.kr
   
▲ 윤경은 사장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인 중 하나였다. 위탁 영업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과 상품운용(CM) 쪽을 키워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10월 매각을 앞둔 현대증권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사는 9월 초 직원 400여명을 희망퇴직 시키는 것을 뼈대로 한 구조조정안을 타결짓고 부장급 연봉제 전환과 연차휴가 의무화 등에 합의했다. 한·중·일 사모펀드 3곳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매각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윤경은 사장은 “궁극적으로 회사가 위탁 거래 중심에서 투자은행으로 전환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을 만나 현대증권의 위기 극복 구상과 매각 전망 등을 들어봤다.

홍대선 부편집장

윤경은(52) 현대증권 사장의 눈은 약간 충혈돼 있었다. 최근 2년간의 적자에 이어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래 지금까지 4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10월에 있을 회사 매각도 심적 부담을 키운 듯했다.

유학파 최고경영자(CEO)가 즐비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 업계에서 그는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몇 안 되는 ‘토종’으로 분류된다. 1987년 제럴드 한국지사를 시작으로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국제영업본부장과 신한금융투자 트레이딩그룹 부사장을 거쳐 솔로몬투자증권 사장에서 현대증권 사장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금융투자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였지만, 구조조정과 매각 이슈로 최대 고비를 맞았다.

윤 사장은 지난 9월2일 단식농성 중인 노동조합 집행부를 방문해 구조조정안을 전격 타결지었다. 그는 “고뇌의 연속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열정이 식지 않는 한 현대증권을 다시 경쟁력 있는 금융사로 일으켜세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9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현대증권 본사에서 윤 사장을 만나 위기에 직면한 현대증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6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회사가 어느 정도 어려운 것인가.

2012년 600억, 2013년 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 폭은 다른 증권사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과거 노사가 강경하게 맞서면서 구조 개선에 조금 안이하지 않았는가 한다. 생산 부문이 뒤처지면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시장이 좋았을 때는 나름대로 그 비용이 상쇄됐지만, 최근 2∼3년 사이 시장이 극도로 안 좋아져 거래량이 급감하고 위탁 수수료가 떨어졌다.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최근 노사가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는데.

추석 전에 노조와 구조조정안에 합의했다. 생존에 필요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려면 매년 1113억원 이상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고, 이를 위해선 전 직원 급여의 34%를 삭감하거나 628명을 감축해야 했다. 일단 400여명을 감축하고 나머지 200여명은 비용 절감으로 대신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차휴가 의무화다. 이에 따라 연간 150억~2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원들이 휴가를 좀더 많이 쓰고 일을 셰어링한다는 의미가 있다. 부장 4년차부터는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 증권사로는 첫 사례일 것이다.

노조와 직원 400여명 구조조정 합의

과거 현대증권 노사는 강경하게 맞서기로 소문나지 않았나.

온건·합리적 성향을 가진 새로운 노조 집행부의 출범이 타협을 이끌어낸 배경이다. 직원들의 생사를 다루는 문제였기 때문에 새 노조 집행부도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노조위원장은 단식투쟁을 불사했고, 과거 노조의 경영 개입에 나도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새 노조의 투쟁 내용이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을 위해 절실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 쪽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차원에서 노사 모두 노력을 많이 했다.

증권업은 자본시장의 영역인데, 자본시장과 고용 안정은 어떤 괴리감이 있다. 노조는 조합원의 공통된 이익을 대변해야 하지만 자본시장은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해줘야 하고 그런 차별성을 가진 게 자본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한발씩 양보가 필요했다. 노조는 고용 안정을 추구했고, 회사는 자본시장에 맞는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뼈를 깎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머리를 맞댄 이유다.

   
▲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현대증권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윤경은 사장은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고 종합주가지수는 오랫동안 박스권에 묶여 있었다. 문제는 주식거래 수수료에 의존해온 증권사의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인데, 복안이 있나.

대부분 증권사의 수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위탁 수수료다. 주식거래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과당경쟁으로 수수료가 줄고 있다. 이는 증권업 경영진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단기 실적 경쟁으로 수수료가 낮아졌고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시장이 좋아지거나 주가가 올라간다는 식의 장밋빛 미래를 목표로 한 사업계획은 이제 세우지 말아야 한다. 거래량이 늘어나지 않고 현재 수준에서 지속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하방경직성을 가진 회사로 변모해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거래량으로도 회사가 영속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투자은행 전환이다. 주식거래 중개로 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에서 자본시장 본연의 업무를 하는 투자은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많이 내려면 시장을 넓혀야 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투자에 보수적인 대신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준 브로커리지를 많이 해왔다. 이제는 리스크를 안더라도 투자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를 바꾼다든지 투자 한도를 늘려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내에 안주해 위탁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증권 매각이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것인가.

투자은행은 매각과 상관없이 증권사가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숙명적인 일이라고 본다.

현대증권의 경쟁력은 뭔가.

강점은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로열티도 높지만 충성 고객이 많고 고객 자산이 80조원 이상이다. 충성 고객이 50만명 이상 유지되고 있고, 비활성 고객까지 포함하면 계좌가 270만개나 된다. 굉장한 고객 베이스다. 과거 화려했던 ‘바이코리아’ 신화에 비해 시장에서 역할을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올바른 전략을 찾는다면 저력은 충분하다. 위탁 중심으로 하다보니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패인 중 하나다. 위탁에서 벗어나 투자은행으로 빨리 전환해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선두로 올라갈 수 있다. 특히 해외투자뿐 아니라 투자은행(IB)이나 상품운용(CM) 쪽을 강화하고, 위탁 수수료에 의존했던 고객과의 관계를 이제는 자산영업 쪽으로 강화하면 앞으로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가.

지난해는 리테일 분야에서 ‘케이파이 글로벌’(K-FI Global) 같은 차별화된 상품을 팔기 시작해 경쟁력을 인정받던 첫해였다. 고객 평균 청약률이 5 대 1로 대히트를 쳤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천편일률적인 상품을 팔았지만 케이파이 같은 글로벌 투자상품을 계기로 위탁영업에서 벗어나 자산영업을 강화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또한 올해 증권사 최초로 체크카드를 발매해 성공했다. 체크카드는 은행과 카드사의 전유물로 인식돼 금기시됐는데, ‘에이블’(able) 체크카드는 벌써 20만장을 돌파했다. 이런 것들은 현대증권이 보수적 영업에서 선제적 영업으로 탈바꿈한 결과물이다. 2014년은 바이코리아 이후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최근 중국 푸싱그룹이 뛰어들면서 현대증권 인수전은 한·중·일 사모펀드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매각 전망은.

매각 프로세스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 입찰에 응모한 인수자가 3곳이다. 10월 실사를 거쳐 10월 말 정식 입찰 예정이다.

 “누가 인수해도 투자은행이 살길”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시장의 루머는 많은데, 내가 알기로는 아닌 것 같다. 그에 대해 들은 바 없다.

10월 말 입찰이니까 추가로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나.

산업은행이 내세운 조건은 실사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누가 뛰어들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을 사는 입장에서 자기자본 3조원짜리 기업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인수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올바른 방향이 아니겠나.

좋게 말하면 경영 개선, 과도하게 표현하면 구조조정인데, 내가 100% 옳았다거나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증권은 (바이코리아 이후) 지난 13년 동안 경직된 문화가 있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후배들이 2014년을 돌이켜볼 때 그때가 현대증권의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봐주면 만족한다. 변화를 계기로 경쟁력 있는 생산적 회사로 탈바꿈해 자리매김하길 바랄 뿐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변화의 시발점을 내가 점화한 것이다.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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