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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기적
Editor’s Letter
[54호] 2014년 10월 01일 (수) 정남기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외형적으로는 구글에 이어 세계 2위의 인터넷 기업이 됐다는 것, 마윈 회장이 중국 부호 1위 자리를 넘본다는 것 정도다. 알리바바 최대 주주인 재일동포 기업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지분 가치가 750여억달러에 이른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엄청난 시장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플랫폼 사업은 단일 시장의 인구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플랫폼이 한번 시장에 안착하면 천문학적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기술(IT) 비즈니스의 대세가 플랫폼 사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이 전세계 IT 시장을 주도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느껴진다. 이제 중국인들은 단순히 돈 잘 쓰는 관광객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력이 있거나 브랜드 파워가 있는 국내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도 큰손이다.

외형적 성장이 전부가 아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거대한 변화와 혁신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 대기업인 국유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알리바바 같은 신생 기업들이 거대 자본의 대열에 속속 올라서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 빗대서 말하면, 설립 10여년밖에 안 된 신생 인터넷 기업이 삼성이나 현대차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셈이다.

국내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산업 생태계가 바뀌면서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10여년 사이의 일이다. 주도 그룹은 마윈 회장처럼 40대다. 산업 생태계가 한국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에서도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20~30년 사이에 신생 기업으로 10대 그룹에 진입한 국내 기업이 있는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망해서 사라지는 기업은 있어도 새로 창업해서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 한국에서 알리바바 같은 기적이 가능하려면 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삼성·현대차·SK·LG가 조금 더 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서 벗어나 벤처·신생 기업이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태풍의 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동성을 찾을 수 있다.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신생 기업들이 재계 서열을 뛰어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정남기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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