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 실업률은 낮아지고 금융시장에는 다시 거품이 끼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연준의 저금리 정책이 오히려 세계경제의 불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철새는 우두머리를 쫓아 편대비행을 한다. 글로벌 금리도 마찬가지다. 대장 격인 미국의 금리를 따라 움직인다.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신흥국 금리가 그렇다. 자국의 경제 상황만 고려해 금리를 결정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가 중요하다. 대체 미국은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가? 이것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 경제에서 경기순환의 첫번째 대응 수단은 금리다. 금리를 이용해 호황을 억제하고 불황을 극복해낸다. 그 때문에 금리는 사이클(주기)을 그리기 마련이다. 내림이 있으면 반드시 오름이 있다. 그런데 지난 몇년 새 이런 등식이 깨지고 있다. 실업률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도 금리는 몇년 동안 제로 상태다. 우두머리가 이상행동을 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금리는 전혀 그에 순응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뭘까? 바로 기준금리 결정권자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융시장에 ‘신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풍이 불긴 하나 아직은 그 정도가 약하니 비행 방향을 바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경기지표가 좋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미흡하니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한다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채권시장은 신음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전 연준 의장 벤 버냉키가 2013년 5월 양적완화 규모를 몇개월 안에 줄인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개월 동안 거의 1%나 올랐다. 이게 정상이다. 이에 화들짝 놀란 미국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을 7개월이나 연기한 끝에 2013년 12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궤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