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해외 계좌 동결·여행 금지 등 제재 강화…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 만지작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경제냉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방은 일부 러시아 인사들의 해외 계좌 동결, 여행 금지에 이어 더 가혹한 경제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도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유럽의 가장 중요한 석유·가스 공급자인 러시아가 수출 중단 등 보복에 나설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로만 플레터 Roman Pletter 마르크 시리츠 Mark Schieritz 프리츠 포어홀츠 Fritz Vorholz <차이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는 급기야 ‘경제냉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서방의 제재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지난 6월 미국과 EU는 먼저 러시아와의 외교 접촉을 줄였고, 제2단계로 러시아 권력기구 인사들의 해외 계좌 동결과 함께 여행 금지 조처로 그들의 발을 묶어버렸다.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목적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자들에게 무기와 군대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는 제3의 국면에 들어섰다. 외교적으로도 좀더 강력한 위협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그것은 유럽과 미국 기업이 러시아의 일부 산업 분야와 더 이상 거래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훨씬 더 많은 러시아 대기업들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뒤 EU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EU도 모스크바의 도움을 받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항공기 탑승자 298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유럽의 외무장관들은 러시아의 여러 대표자에게 새로운 여행 금지와 계좌 동결 조처를 내렸다. 그들은 EU 위원회에 더 혹독한 경제제재를 준비하라고 요청했지만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를 흔드는 행위를 그치지 않을 듯하다. 러시아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또 다른 무기인 ‘에너지’를 앞세워 맞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