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1%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14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낮춘 이후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2% 안팎으로 내렸다. 심지어 1%대 후반 상품까지 나왔다. 3~4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을 많이 받은 청·장년층은 혜택을, 금융소득에 의존하는 고령층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물론 가계 전체로 보면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많으니 손해가 더 크다.

그러나 금리 하락이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내수 중소기업보다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다. 시중 자금은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저축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이동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다. 돈이 많이 풀리다보니 은행이 예금을 받아도 운용할 곳이 없다. 고수익을 내려면 은행도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괜찮은 거래처는 은행이 다 가져간다. 결국 제2금융권에는 리스크가 큰 대출만 남게 된다.

그래서 금융권 부실자산은 저금리 시기에 대량으로 양산된다. 다만 부실이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가 고금리 시대가 되면 줄줄이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 전문가들은 고금리보다 저금리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보험사들은 더 심각하다. 고금리 시기에 팔았던 고정금리 상품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간다. 가입자에게 적용하는 금리가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높으면 역마진이 발생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구조의 변화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저금리가 고착화되면 고령자의 노후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없이 수십년을 버텨야 한다. 최근 몇년 동안 50대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그래서 무서운 일이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 사회는 결국 활력을 잃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많은 사람이 현재의 경제 침체를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그런 측면이 강하다. 이를 막으려면 과거의 방식으론 힘들다. 금리나 재정 정책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젠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소득 증대 방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중산층을 육성해 소비를 늘리는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 고소득자와 자산층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평균수명 60대 때 만들어진 정책으로 수명 80대, 90대를 바라보는 지금 시대를 헤쳐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남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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