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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포스코 1.0 “우린 남들과 다르게 간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52호] 2014년 08월 01일 (금) 장진원 economyinsight@hani.co.kr

불황기 들어선 세계 철강산업…
“본원 경쟁력 강화해 기술·생산성·품질 모두 1등 하겠다”


세계 5위의 철강기업 포스코의 수익률은 4년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한때 20%를 넘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세계 철강업계가 동시에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계열사 확대 등 포스코의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던 터라 변화 압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철강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권오준 회장의 ‘신경영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1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진원 <한경비즈니스> 기자

철강은 산업의 시작이자 씨앗이다. 원소주기율표상으로 철(Fe)은 모든 원소의 한가운데 자리한다. 경제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 들어선 국가가 제철소부터 짓는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철강사가 개별 기업이나 산업으로 분류되기보다는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는 이유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속 성장을 이룬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포스코라는 걸출한 철강기업이 든든하게 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2년 기준 세계 5위의 조강 생산량(3990만t)을 자랑한다. 또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 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4년 연속 1위에 선정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기업이다. 하지만 한때 20%를 넘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전성기에 5조원을 넘던 영업이익은 2013년 2조21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실 포스코의 부진이 포스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분간 과거와 같은 철강산업의 영광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강량 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만 해도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93억달러(약 19조5천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13년에는 22억달러(약 2조2500억원)에 그쳐 89%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일본 JFE스틸은 89%, 중국 바오스틸은 65% 감소했다. 그나마 포스코는 59% 감소에 그쳐 내실 있는 경영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철강업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했고, 무엇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과잉 설비가 만들어졌다. 원재료 가격은 뛰고, 글로벌 수요는 줄고, 여기에 과잉 생산까지 이어지니 철강사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포스코가 아무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지만 세계적인 업황 부진은 비껴갈 수 없는 바람이다. 다만 불황이 쓰나미로 다가올지, 한때의 소나기에 그칠지는 온전히 기업의 역량과 위기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포스코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건 2014년 3월14일 새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잃어버린 영광을 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결과로 나온 실천 방안이 ‘혁신포스코 1.0’이다. 권 회장은 “CEO 선정위원회 인터뷰시 고민하며 얻은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요즘은 3.0이 대세이고 심지어 4.0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왜 ‘1.0’인지 묻는 경우가 있다. 1.0이란 우리가 앞으로 새롭고 위대한 포스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겠다는 의미다. 또 기존과 차별화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 기술력과 판매·생산성·품질 등 모든 면에서 1등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만 달성된다면 위대한 포스코를 다시 이뤄낼 거라고 생각한다.” 취임 일주일 뒤인 3월22일 권 회장이 사내 직원 교육을 위해 직접 강단에 서서 한 말이다. 무리한 계열사 확대, 방만한 경영 등 그동안 포스코가 받았던 내·외부의 비판에서 벗어나 ‘철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사내 직원 교육은 권 회장의 파격과 혁신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관 4층 아트홀은 토요일 오전 10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400여개의 좌석이 꽉 들어찼다. 2010년부터 사내 소통 강화와 간부급 사원 재교육을 위한 ‘토요학습’ 자리였는데, 이 자리에 최고경영자인 회장이 직접 강사로 나선 것은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회장님이 직접 강사로 나섰으니 만석 사례는 당연했다.

철강, 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가고… 

이날 강연에는 모그룹인 포스코를 비롯해 출자사 35개사의 팀 리더급 이상이 빠짐없이 참여했다. 좌석이 모자라 현장에 오지 못한 팀장들은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참여했고, 포항·광양·송도 등 주요 사업장에서도 강당에 집결해 모니터를 통해 권 회장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회장이 직접 사내교육 강사로 나섰다는 건 그만큼 포스코의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권 회장은 ‘산업에 있어 철의 중요성’과 포스코의 경쟁력 등 그동안 일궈온 포스코의 성과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지만 이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포스코의 위기를 언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수익률이 2010년부터 4년 연속 낮아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역전당할 전망이고, 철강사 시가총액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영업이익률도 낮아졌으며, 자본 대비 순부채비가 상승했고, 신용등급과 주가도 하락했다. 이처럼 외부에서 본 포스코와 실제 포스코의 모습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기의 민낯을 고백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말에 현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한다. 권 회장은 세계 경제성장률의 부진, 신일철주금 등 글로벌 철강사들과의 경쟁, 해외 사업과 신성장동력 속도 부진 등 그룹에 닥친 현실을 고백했다. 강연 순서는 자연히 위기 극복으로 이어졌다. 권 회장이 포스코 부활의 핵심 키워드로 언급한 것이 바로 ‘업의 본질’이다.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전략은 재무나 인사 출신이 아니라 ‘기술통’이라는 권 회장의 출신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 지난 6월9일 오후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5회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네번째)과 권오준 한국철강협회 회장(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떡을 자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권 회장은 ‘포스코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는다’는 전통을 이었지만 공채 출신이 아닌 인사가 CEO에 오른 첫 사례다. 경상북도 영주 출신인 권 회장은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 윈저대학교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옮겨 피츠버그대학 금속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기술통이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열연연구실장으로 합류한 그는 회장 취임 직전까지 포스코 기술총괄사장으로 일해왔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이낵스 신공법과 각종 고부가가치 강판 등 오늘날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을 완성한 장본인이 바로 권회장이다.

실제 권 회장은 취임 뒤 자동차용 강판을 7대 고부가가치 전략 상품으로 선정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12일에는 중국 최대 자동차용 휠 제조사인 저장진구에 5년간 30만t 규모의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대적인 내부 혁신도 권 회장이 던진 승부수다. 먼저 연구소 안에만 머물던 지원 부서 인력을 대거 마케팅 부서로 이동시켰다. 좋은 품질의 고급강 생산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인력과 현장 생산직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생산과 기술의 기밀한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권 회장이 생각하는 위기 극복의 핵심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업들을 재정비해 시장성이 높은 소수의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권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분야는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다. ‘전문가·프로젝트 중심’의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부가 아닌 프로젝트별로 팀을 구성하고, 실제 성과를 거둘 경우 파격적인 보상이 이뤄질 계획이다. 좋은 기술을 제안해 이익이 발생하면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게 마땅하다는 게 권 회장의 지론이다.

내부 승진이지만 공채 출신 아닌 첫 CEO 

대표적인 성과가 ‘전문직 임원제도’다. 제도 도입 뒤 포스코의 관리직 임원 수는 50% 이상 줄었다. 권 회장은 사내 강연에서 “임원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베푸는 자리다. 여러 임원이 동의해주었듯이 임원 연봉의 일부를 반납하고 사무실 축소, 비서 공동 활용 등으로 솔선수범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권 회장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 것은 그만큼 내부에 적이 없고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출신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제로인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등 기업 역량에 맞지 않는 지배구조의 흑역사를 겪어왔다. 내부 출신이지만 비공채 출신인 권 회장의 취임은 이같은 ‘순혈주의’를 벗어나며 개혁적인 인사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 중 권 회장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언론에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의 권 회장 낙점 과정도 전광석화로 이뤄졌다. 지난 1월15일 권오준·김진일·박한용·정동화·오영호 등 5명의 후보군을 압축했다고 발표한 추천위는 불과 하루 만에 권 회장 등 2명으로 후보를 압축했고, 후보 인터뷰 3시간 만에 차기 회장을 선임했다. 이를 두고 억측과 설이 난무하는 포스코 회장 선임의 전통(?)을 사전에 막겠다는 이사진들의 결정이었다는 말도 돈다.

bokda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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